‘0.1그램의 희망’

‘내가 장애인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묘한 희망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삶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라는 긍정의 힘도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과학자였다. 과학자인 내가 머리를 다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몸은 멀쩡한데 머리만 다쳤다면 그게 훨씬 더 불행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장애를 받아들였다.’한 해양학자가 있다. 서울대 교수로 남부 필리핀해와 캐롤라인판에 관한 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아직 40대 중반이어서 학자로서 그의 성취가 어디까지 진전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는 축복받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잘나가던 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2007년 탐사 여행을 하던 중 차량이 전복돼 전신이 마비된 것이다.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몸이 불편해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과 함께 정신이 불구가 될 수 있다. 총명하던 두뇌는 삶을 비관하고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원망하는데 바쳐지기도 하며 너그럽던 인품은 성마르고 강퍅해지곤 한다. 이 전도유망한 해양학자 역시 그랬다.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사고 후 단 6개월 만에 강단에 복귀했을 만큼 그는 남달랐다. 무게로 따지면 0.1그램도 되지 않는,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는, 과학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에서 그는 희망을 봤다. 그리고 여전히 왕성한 학문 활동을 하고 있다.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상목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늘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장애를 입은 후에도 ‘나는 하늘이 내린 행운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만한 것이 어디냐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칭하며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국내외 언론들이 그의 사연을 대서특필하며 장애인의 귀감으로 삼았을 정도로 학계와 장애인 사회에 큰 감동을 준 인물이다.‘0.1그램의 희망’은 이 교수의 자서전이다. 바다를 꿈꾸던 어린 시절에서 지옥 같았던 유학 생활, 사고 전후와 현재의 생활을 담담히 고백한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 후배 과학자에게 주는 조언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과 지원을 주문하는데 무게를 뒀다. 무엇보다 삶에 대한 견결한 자세와 긍정의 힘이 와 닿는다. 이 교수의 삶은 희망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거다. 그는 말한다. “나에겐 멈출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1.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2.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고득성·최병희 지음/다산북스/1만1000원3. 마지막 강의/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심은우 옮김/살림출판/1만2000원4. 설득의 심리학 2/로버트 치알디니 등 지음/윤미나 옮김/21세기북스/1만2000원5. 꿈꾸는 다락방 2/이지성 지음/국일미디어/1만2000원6. 30대가 아버지에게 길을 묻다/윤영걸 지음/원앤원북스/1만2000원7. 저평가된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금산·하제누리 지음/이레미디어/1만8500원8.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지음/이현우 옮김/21세기북스/1만2000원9. 육일약국 갑시다/김성오 지음/21세기북스/1만2000원10. 화폐전쟁/쑹훙빙 지음/차혜정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2만5000원(집계: YES24)댄 애리얼리 지음/장석훈 옮김/청림출판/336쪽/1만3000원행동경제학계의 떠오르는 다크호스로 불리는 저자의 첫 저작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가정한 기존 경제학은 오류투성이란 것이 행동경제학의 입장이다. ‘상식 밖’이라는 제목 역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비이성적 판단 역시 예측 가능하며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캐서린 제이콥슨 라민 지음/이영미 옮김/흐름출판/328쪽/1만3000원건망증과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을 망칠 정도로 악화되면 사는 맛이 떨어진다. 과학 기자인 저자 역시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 건망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뇌과학자, 정신의학자 등 학계의 권위자를 찾아 건망증과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냈다. 건망증도 관리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제프리 페퍼 지음/배현 옮김/지식노마드/524쪽/3만2000원조직 내에서 권력과 정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은 권력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고 활용되는지를 분석한다. 정치는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속설을 뒤집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권력 활용법도 제안한다. 스탠퍼드대의 경영학과 교수인 저자는 조직론의 권위자다.마크 베이오프·칼리 애들러 지음/김광수 옮김/해냄/372쪽/1만9800원많은 기업들이 사회 공헌 활동을 체계화해 이를 기업의 이익에 연결하려고 한다. 주주의 이익만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의 원칙은 이미 낡은 주장이 됐다. 책은 인텔, 스타벅스, UPS 등 사회 공헌을 경영의 원칙이자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한다. 사회 공헌이 지속 가능 경영의 초석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