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와 GMAT 부정행위 파문

미국 경영대학원(MBA)이 필수 입학시험인 GMAT 부정행위로 들끓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 최신판이 보도했다.문제가 된 것은 인터넷 수험 정보 사이트 ‘스코어톱(Scoretop)’이다. GMAT 출제 기관인 미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는 스코어톱에 실제 시험문제가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지난 6월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어 사이트를 폐쇄시켰다. 이 사이트엔 출판사 및 전문 사이트에게 허용된 ‘샘플 문제’가 아니라 실제 시험에 출제되고 있는 ‘기출 문제’들이 올라 있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고국인 중국으로 출국해 버린 상황이었다.GMAC는 사이트 폐쇄 후 입수한 스코어톱의 하드디스크에서 6000여 명의 가입자 정보를 조사했다. 사이트에 있는 모의고사 성적과 실제 시험 성적을 대조하며 기출 문제를 사전에 입수해 높은 성적을 받은 혐의가 있는 응시자들을 골라냈다. 이를 통해 총 72명의 부정행위자를 색출해 냈고 또 다른 12명은 시험 종료 후 실제 시험문제를 후기 형태로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GMAC는 이들 84명에 대해 성적을 무효 처리했고 이 학생들이 응시한 경영대학원에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무효 처리된 점수로 대학원에 입학했거나 졸업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들은 이 학생들의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GMAC 측은 72명의 경우는 곧바로 재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후기를 올린 12명은 최소 3년 이상 시험 응시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후기를 올린 행위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도를 넘어선 행위라는 판단에서다. 데이비드 윌슨 GMAC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처음으로 적발된 문제 유출 행위”라며 “문제 유출은 절도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부정행위로 인한 전체 응시자의 불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번 성적 무효 조치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적절하다는 의견과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양분됐다. “GMAC는 무고한 응시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우려는 물론 “이번 조치는 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는 신중한 반응도 있었다. 한편에선 “정말 잘했고 더 많은 이들이 벌을 받아야 했다. 서양에서는 결코 부정행위와 사기 뇌물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라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해당자가 지원한 학교의 경우 문제가 복잡해 한동안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은 재학생과 졸업생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로버트 돌란 학장은 “부정행위는 학술적인 성과에서 부적절한 성과를 취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종류의 부정행위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한 학생을 엄격하게 다스릴 것”이며 “만약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학교의 학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스탠퍼드대는 20여 명의 성적 취소자가 발생해 이 중 10명이 등록이 취소됐고 1명은 이미 졸업한 상태다. 데릭 볼튼 MBA 입학 관리자는 사건의 경위와 이유에 대해 상세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졸업생의 경우에도 당사자에 대한 조사와 협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학생들이 공공연히 부정 입학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학교 측에 알리지 않은 사실에 매우 실망했다”며 “교육적인 면에서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부정행위는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는 교훈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그렇다면 학교 측이 부정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할 경우 향후 지원자들의 태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부정행위에 대한 연구를 해 왔던 도널드 매카비 교수는 “강력한 처벌이 부정행위를 상당히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엄격한 규율만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처벌을 시행할 경우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막는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그는 학교 당국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공표해야 한다며 이를 방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유병연·한국경제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