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위한 가을 패션
지금 당신은 가을을 타고 있는가. 흔히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말한다. ‘탄다’라는 말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서 왠지 모를 외로움이 꿈틀거리는 것을 포장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는 곧 이성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호르몬에 관한 이슈다.실제로 가을이 되면 일조량의 변화 때문에 호르몬도 변화해 수면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기분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게 되어 버린다고 한다. 이처럼 호르몬 변화에 남녀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가을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는 보고를 믿는다면 남성이 더 남성다워지는 가을에 가을을 타지 않는 남성이라면 나이에 비해 훨씬 더 노화된 자신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다소 우울해져 있고 외로워 보이는 가을 남자의 감성적인 내면을 오히려 더 분위기 있고 매력적이게 표출하려면 무엇보다 ‘패키지’, 즉 근사한 포장이 필요하다. 그 ‘패키지’ 중에서 패션을 통해 센스 있는 가을 남자가 되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가장 쉬운 지름길이다. 특히 가을에는 아우터(겉차림옷)만 잘 골라도 성공적일 것이다. 아우터 중에서도 가죽 소재로 된 것들은 가을에 참 잘 어울린다.가죽은 인류가 섬유 직조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자연에서 구할 수 있었던 가장 오래되고 일차원적인 천연 소재이니만큼 그 역사는 참으로 길다. 그러므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간절기에 가죽 재킷은 가을 남자로 포장하기 위한 최상의 아이템이다.가죽은 외부의 충격은 물론이거니와 기온 변화에 탁월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면서 동시에 소재 자체에서 나오는 은은한 가죽 향이 마치 은은한 에스프레소 커피 향처럼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한 시간이 묻어날수록 빈티지한 멋이 더해져 더 멋있어지는 점 또한 가죽 아이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십여 년 전만 해도 가죽 아우터라 하면 오토바이를 탈 때 입는 거친 느낌의 터프한 라이더 재킷을 주로 떠올렸다. 그렇지만 남자들의 가죽 아우터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테일러링 기법으로 더욱 더 정교해지고, 몸에 감기는 피트가 발전하면서 소프트하고 댄디하게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가죽 아이템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가죽 재킷은 물론 가죽 블루종, 점퍼 등 여러 가지 아이템이 있으니 선택의 폭도 넓다. 가죽 아우터는 입으면 입을수록 내 몸에 맞게 변형되는 특성이 있으니 처음에 다소 불편한 감이 있더라도 몸에 딱 맞는 느낌이 드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대표적 가죽 소재는 소가죽과 양가죽이다. 소가죽은 양가죽에 비해 조직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찢어지거나 주름이 지는 현상이 덜하다. 이에 비해 비교적 연하고 약한 양가죽은 얇은 두께로 부드럽고 가벼운 촉감을 자랑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어 조금 더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도 착용할 수 있다. 와일드한 느낌의 소가죽은 치노팬츠나 데님팬츠에 매치해 캐주얼한 느낌으로 연출하는 것이 좋은 반면 양가죽은 심플한 스타일의 팬츠와 평소에 입던 양복바지와도 잘 어울려 포멀한 스타일링에 좋다. 가죽은 사람의 피부와 매우 닮아 있는 인간에게 편안한 소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멋스럽다.가죽도 제대로 관리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죽처럼 자연 소재는 화학소재에 비해 관리와 보관이 까다롭다. 우선 외출에서 돌아오면 부드러운 의류용 솔로 겉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깨끗이 닦겠다고 물수건을 사용하면 물기가 마르면서 형태가 변형되고 곰팡이가 생겨 가죽의 수명을 단축할 우려가 있으니 절대 금지다. 먼지를 털어낸 후에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습기를 말린 뒤 옷장에 보관한다. 만약 얼룩이 생겼다면 가죽 전용 클리너를 이용하자.가죽 소재의 아우터로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길 준비가 되었다면, 이번에는 니트 카디건으로 부드러운 남자의 매력을 발산해 보자. ‘카디건’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1970~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영화 속의 돈 많은 40~50대 남자들이 떠오르며, 전형적인 고루한 이미지를 버릴 수가 없다.이렇게 아저씨의 전유물로 자리 잡았던 ‘카디건’이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을의 핫 아우터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가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클래식 무드를 타고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이 선을 보이고 있으니 올 가을에는 꼭 한 번 ‘카디건 입은’ 가을 남자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올 가을 카디건은 울 소재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느낌의 캐시미어 소재가 대세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울 수 없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무게가 가벼울 울 플러스 폴리 혼방이나 아크릴 플러스 울 혼방 소재도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이런 혼방 제품들은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워 재킷 또는 코트 안에 레이어드해 입기 좋다.카디건을 센스 있게 스타일링하려면 어떻게 코디해야 좋을까. 카디건은 깨끗한 화이트 셔츠나 올 시즌 유행 아이템인 체크 패턴 셔츠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인다. 내추럴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지고 싶다면 여기에 데님팬츠나, 면팬츠를 매치하자. 카디건 위에 캐주얼한 소재의 재킷을 입으면 한층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것이다. 보너스로 무겁거나 뚱뚱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2008 F/W 트렌드는 남자들이 슬림한 피트를 살리는 것이니 아저씨 소리를 듣기 싫다면 몸에 꼭 맞는 카디건을 선택하도록 하자. 카디건을 입을 때는 배가 좀 나와도 귀엽게 봐줄 만하니 자신의 몸매에 좀 더 당당해질 수 있는 아이템이 또한 카디건이다. 폴 스미스의 캐주얼한 느낌의 그레이 니트 카디건이나 어느 곳에 매치해도 멋스러운 타임 옴므의 베이직한 컬러 카디건, 브룩스 브라더스의 클래식한 느낌의 차콜 그레이 니트 카디건을 시도해 보자.겉모습이 가을 남자로 무장됐다면 가을을 타는 고독한 남자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필자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여행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리적인 여유는 물론 정신적인 여유까지 필요하니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필자도 평소 자주 즐기는 호텔 패키지 상품을 몇 개 추천하고자 한다.바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성들을 위해 올 가을 나와 있는 상품들을 몇 개 짚어보면 우선 호텔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우선, 웨스틴 조선호텔에서는 가을을 맞이하며 고궁 산책과 삼청동 쇼핑을 묶은 ‘원 파인 데이(One Fine Day)’ 패키지를 선보인다.이번 패키지에는 경복궁 관람권과 삼청동 숍의 할인 쿠폰이 들어 있다. 가격은 18만5000~30만 원선이며 그간 바빠서 아내나 애인에게 소홀해 점수를 많이 잃은 당신이라면 권하고 싶다. 신라 호텔에서는 ‘오텀 에코(Autume eco)’ 패키지가 나와 있는데 에코백을 증정하고 유기농 브랜드 러쉬와 함께하는 프레시 팩 만들기와 렉서스 하이브리드카 시승(Test drive)이 기다리고 있어 차를 좋아하는 남성이 좋아할 만하다. 가격은 19만~24만 원선.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는 ‘남산 愛 가을’ 패키지가 나와 있다. JJ 델리 오픈 키친에서 즉석 칼조네와 음료로 피크닉 세트를 준비해 주고 남산 공원에서의 휴식을 제공한다. 가격은 18만9000원인데 낭만적이다.우울 모드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될지도 모르는 이 가을, 그래도 우리 남성들은 ‘가을’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다시 한 번 짚어가며 나이 들 수 있으며 그러한 감성을 앞서 말한 대로 멋지게 포장할 수 있는 테크닉만 보완할 수만 있다면 가을은 진정으로 남자들의 계절일 것이다. 이제, 남성들이여, 망설일 시간이 없다. 지구의 온난화로 점점 가을을 도둑맞고 있으니 말이다.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