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장 규제 완화

내년 3월부터 수도권 산업 단지에 있는 공장은 대·중소기업이나 업종에 관계없이 신·증설과 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공장 총량제 적용을 받는 공장의 연면적이 20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늘어나 사실상 총량도 확대된다.자연보전권역에서도 대규모 관광지 조성 사업을 할 수 있고 대형 건축물과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 공장도 신·증설할 수 있다.정부는 10월 30일 청와대에서 제8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이 쉽도록 하는 내용의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확정했다.이 방안은 수도권 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가 당초 목적인 수도권에 대한 과밀 억제 효과에 비해 기업 활동과 주민 생활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등 불합리한 제도라는 결론이 난 만큼 대폭 손질이 불가피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사태로 인한 한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수도권 투자 족쇄를 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공장 증설이 허용되지 않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부엌가구 업체인 동양매직 경기 화성(성장관리권역) 공장과 KCC 여주(자연보전권역) 공장 등은 생산 라인 등을 증설할 수 있게 됐다. 동양매직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증설을 추진해 왔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혀 유보해 왔다.KCC공장은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 공장 신·증설이 허용됨에 따라 기존 공장 부지의 일부 증설이 가능해질 전망이다.증설을 포기했던 수도권의 상당수 제약 업체들도 생산 라인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지역 내 165개 기업이 크고 작은 규제에 묶여 투자를 못한 유보금이 2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이천(자연보전권역)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은 규제 완화 대상에서 배제됐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공장 시설 면적이 공업 용지 조성 사업 면적(6만㎡ 이하)과 신·증설 범위(1000㎡ 이내)를 초과하고 있다”며 “여기에 하이닉스 공장은 수질보전법을 적용받아 증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현대제철 인천공장도 마찬가지다. 산업단지 밖에 있는 데다 여전히 공장 총량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재계는 공장 총량제가 폐지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대체로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로 최대 5조 원가량이 투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김포의 한 주물 업체 관계자는 “연면적 500㎡ 이내의 공장을 2~3개 지역에 분산 설립해 부품 가공 공장과 완제품 조립 공장으로 나눠 운영하면 필요한 생산량을 맞출 수 있다”며 “규제를 피해 지방에 생산 시설을 지으려던 계획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비수도권 지역들은 정부가 경제 위기를 이유로 ‘선 지역 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저버리면 지역 산업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업종의 경우 수도권 입지 규제가 풀린다면 또 한 번 수도권을 향한 러시 현상이 벌어져 어렵게 쌓아 온 국가 균형 발전의 틀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조진형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수도권만을 위한 대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비수도권 기업에 대한 법인세 상속세 감면 등도 수용해 공생 방안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충청 및 광주권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자치행정과)는 “첨단 산업이 집적화된 충남과 오송, 오창을 중심으로 한 충북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경기도 등 수도권에는 이미 첨단 업종이 대규모로 집적화돼 있기 때문에 25개 업종의 진입 장벽을 없앨 경우 수도권 내 첨단 업종 집중이 심화돼 지방 경제는 붕괴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정부는 이번 수도권 규제 완화로 발생하는 이익을 비(非)수도권 투자 지원에 활용할 방침이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