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크레이그 먼디 MS 최고 연구·전략임원(CRSO)

지난 10월 29일 크레이그 먼디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연구·전략임원(CRSO)이 한국을 방문했다. 크레이그 먼디 CRSO는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 레이 오지 최고소프트웨어설계책임자(CSA)와 함께 빌 게이츠 회장의 퇴임 이후 거함 MS를 이끌고 있는 ‘삼각편대’의 한 축이다. 스티브 발머 CEO는 경영 분야를 계속 책임지고 빌 게이츠 회장이 하던 역할을 크레이그 먼디 CRSO와 레이 오지 CSA가 나누어 맡는 구조다. 1박2일 동안 카이스트(KAIST)와의 연구협력센터설립 양해각서(MOU) 체결, 연구·개발(R&D) 관련 회의 등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한 그를 10월 30일 1시간가량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크레이그 먼디 CRSO는 MS의 미래 전략으로 주목받는 ‘소프트웨어+서비스’, 디지털 라이프의 변화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상세히 들려줬다.빌 게이츠 회장은 2008년 6월 말 은퇴하겠다는 발표를 2006년 여름에 했습니다. 그때 레이 오지 CSA와 빌 게이츠 회장의 책임을 나누어 맡자는 논의를 했지요. 책임 분장의 기준은 ‘롱-숏’, ‘인-아웃’, ‘업-다운’ 등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레이 오지 CSA는 주로 여러 부서 간의 아키텍처(컴퓨터의 구성방식)와 관련된 조정 업무를 합니다. 시간적으로는 0~5년, 제품 사이클로는 1~2 사이클에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저는 3~20년 정도를 내다보며 보다 장기적인 전략과 기술에 포커스를 두지요. 또 레이 오지 CSA는 아주 가끔씩만 외부 활동을 하지만 저는 각국 정부 지도자들이나 학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MS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물리학에서 출발해 위로 컴퓨팅 과학이나 개발 쪽으로 올라갑니다. 반대로 레이 오지 CSA는 위에서부터 내려오기 때문에 가운데에서 둘의 노력이 만난다고 보면 됩니다.MS의 글로벌 리서치 조직도 담당합니다. 글로벌 리서치 활동은 빌 게이츠 회장이 MS 내에 처음 설립하고 관리해 온 것입니다. 6개의 글로벌 리서치 조직이 저에게 보고를 합니다. 신규 비즈니스 발굴 책임도 맡고 있지요. 현재 보건 의료와 교육, 그리고 세계적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산층들을 위한 제품과 기술 등 3개의 뉴 비즈니스 디비전을 설립 했습니다.IT는 점점 더 사회 속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지금도 컴퓨터를 컴퓨터라고 부릅니다. (기자의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걸 ‘랩톱 컴퓨터’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죠. 이제는 컴퓨팅 자체가 살고, 일하고, 학습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상적인 경험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겁니다. 컴퓨터 그 자체로서는 조금 뒤로 물러서게 되고 우리의 생활이나 생각을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앞으로 10년 동안 컴퓨터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해질 겁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아키텍처가 직렬 처리 방식에서 병력 처리 방식으로 바뀌면서 컴퓨터의 가격이나 성능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봅니다. 이는 많은 새로운 것들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마우스로 클릭하거나 키보드를 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10년 후에는 그런 인터페이스 방식은 기업용 스프레드시트나 워드프로세서 같은 특수한 응용 프로그램에서만 쓰는 방식이 될 거예요. 사용자와 컴퓨터의 인터랙션은 마치 사람과 사람의 인터랙션처럼 자연스럽게 될 겁니다.MS의 목표는 사람과 기업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완전히 다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기술들을 단절 없이 통합해 컴퓨팅 경험을 보다 매끄럽고 유연한 경험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로컬 컴퓨터가 갖고 있는 강력한 파워를 인터넷과 접목해 다양한 지능형 디바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요. 과거 MS는 PC를 위한 운영체제(OS)나 오피스 소프트웨어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시스템 간의 상호 운영성이 더 많이 요구되고 있으며 기술 변화를 통해 중소기업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 제품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컴퓨팅 노력이 적용되는 분야는 크게 4개입니다. 생산성 향상, 개인의 창의력 지원,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이들 분야는 그동안 컴퓨팅을 통해 이미 큰 변화가 일어났지만 앞으로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많아요. 커뮤니케이션을 한번 보죠. 사람들은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할 때 전화기를 떠올립니다. 컴퓨터를 통해 e메일과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주된 보이스 커뮤니케이션은 어디까지나 전화기입니다. 별개로 존재하는 이 두 시스템이 앞으로는 하나로 통합돼 나갈 겁니다.MS가 관심을 갖는 신규 비즈니스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면서 도전의 규모가 커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건 의료와 교육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건 의료와 교육은 세계 모든 나라가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입니다. 각국 정부 예산에서 비중으로 따져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어떤 나라도 그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두 분야가 IT 활용이 가장 안 되는 분야라는 겁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보건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통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안 되겠지요. 이들은 사회적으로 대규모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은 로봇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입니다. 소프트 로봇 시스템을 사용해 훌륭한 전문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봐요. 보건 의료나 교육 측면에서 중국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농촌 지역은 전문 인력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프트 로봇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겁니다.제가 제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순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MS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역사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글로벌화가 이뤄진 시대에는 여러 가지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테러리즘이나 내란이 있는데, 그 뿌리는 사실은 빈부 간의 격차입니다. 저는 첨단 기술을 통해 빈부 격차를 줄여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MS는 기업이니 돈도 벌어야 하고 주주들의 요구도 충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계를 개선하는 변화를 추구하는 숭고한 이상을 지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컴퓨터 사업은 그동안 15~20년의 사이클을 갖고 발전해 왔습니다. 특정 시점에 굉장히 중요한 응용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이를 많은 사람들이 채택해 미래 투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삼게 되면 그때 바로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MS는 처음 윈도와 오피스로 출발했고 이들은 지금도 MS의 핵심적인 비즈니스입니다. 윈도와 오피스를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첫 번째 PC 플랫폼이 구축됐고 지난 20년 동안 잘 활용돼 왔습니다. 그러면 다음 사이클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요. 일단 PC 다음에 나온 것은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것은 e메일 클라이언트와 웹 브라우저라는 응용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두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은 대중들을 위한 원격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각각 따로 존재합니다. 이들을 앞으로 어떻게 진화,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가 우리의 관심사입니다.몇 년 전 인터넷, 즉 클라우드를 사용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IT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바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입니다. 우리도 이 개념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이런 형태가 궁극적으로는 널리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점점 더 강력하게 진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인간에 가깝고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갖게 될 겁니다. 이것은 모두 로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로컬에서 클라우드로 갔다가 다시 받아서 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볼 때 맞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하나로 묶어주는 통합적인 아키텍처로 가닥을 잡은 겁니다. 바로 기존의 소프트웨어 방식과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방식을 함께 제공해 선택해 쓸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현재 60개 정도의 컴퓨터 과학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두고 있는 것은 컴퓨터와 인간이 보다 더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머신 비전이나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그리고 컴퓨터가 생성한 영상을 실제 영상처럼 보여주는 능력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또 하나는 컴퓨팅 모델 자체를 재정립하고, 재정의하게 될 수도 있는 연구입니다.장기적으로 보면 IT 산업 자체가 전부다 병렬 처리와 병렬 프로그래밍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폰 노이만(von Neumann)이 현재 우리가 쓰는 컴퓨터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처음 발명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변화가 가져다줄 고통과 강력한 파워에 대해 간과하고 있습니다.MS를 하나의 공장이라고 생각하면 이 공장에 투입되는 유일한 원자재는 바로 똑똑한 인재입니다. 또 그 결과 나오는 유일한 완제품은 소프트웨어 형태로 나타나는 이들의 아이디어입니다. 모든 우수한 공장이 그렇듯이 우리도 공급망 관리가 아주 중요합니다.(웃음) MS는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재를 발굴하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지역, 여러 나라의 대학이나 정부 기관, 고등교육 단체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IT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비교적 정적인 모델 하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서비스’ 아키텍처가 자리 잡고, 병렬 컴퓨팅이 활성화되면서 IT 산업 자체가 크게 변모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많은 요구가 나올 겁니다.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게 될지 모릅니다. 이를테면 광고기반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10년 후 IT 산업은 과거의 IT 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띄고 있을 겁니다. 과거에는 IT가 주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이제는 컴퓨팅이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에 스며들게 될 것입니다.정리=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대담=양승득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