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치과 아카데미를 설립했는데 상황이 어려웠죠. 자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개인적인 사명감으로 버텼습니다. 미국에 20년 이상 뒤떨어진 치의학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어요.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근처에 가면 이색 치과병원이 하나 있다. 바로 치의학 박사 조영환 원장이 이끄는 로덴치과다. 부산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로덴치과네트워크의 센터 역할도 하는 이곳에 들어가면 놀랄 일이 하나 생긴다. 지하 공간 전체를 강의실로 꾸며 치과의사들에게 교합(아래 위 치아의 맞물림)을 가르친다는 것이다.“18년째 개인적으로 로덴SDI(Seoul Dental Institute) 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요. 전국의 치과의사와 치기공사들이 주로 강의를 듣습니다. 지금까지 2000명 가까운 수강생들이 다녀갔어요. 아마 전체 치과의사의 10%가 이곳을 거쳐갔다고 보면 될 겁니다.”조 원장은 평소에는 일반 의사들처럼 예약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한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교수님’으로 변신한다. 전국에서 몰려든 ‘학생’들을 앞에 놓고 1박2일에 걸쳐 하루 8시간씩 교합의 원리와 중요성을 강의하고 현장에서 실습도 실시한다. 강의실에는 교합 교육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가 잘 구비돼 있다. 대학 강의실에서 볼 수 없는 장비들도 적지 않다.“치아는 아래 위 턱과 함께 맞물려 있으면서 근골격계, 신경계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죠. 이 모든 기관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교합이 딱 맞아야 치아의 생명이 오래갑니다. 또 두통, 턱관절장애 등 여러 가지 질환의 발병도 크게 줄일 수 있죠. 한마디로 교합학에 기초를 둔 치과 치료는 기본에 충실한 치료이자 여러 질환을 예방하는 겁니다.”지금이야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카데미 개원 초기만 해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외국 의사와 손잡고 돈 벌려고 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억울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견뎌냈다.“1991년 아카데미를 설립했는데 상황이 어려웠죠. 자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개인적인 사명감으로 버텼습니다. 미국에 20년 이상 뒤떨어진 치의학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어요. 결국 학문을 개방하지 않으면 국내 치의학 수준이 영원히 이류, 삼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고 외국의 저명한 교수님을 찾아가 교합학을 공부했지요. 교합학의 창시자인 닥터 매켈럼을 만났고 세계적 교합학자인 수미야 호보 교수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죠.”강의 수준은 국내 최고를 자부한다. 조 원장 외에 수시로 해외의 저명한 학자들을 초빙해 특강한다. ‘대가’들을 모실 수 있는 것은 조 원장이 그동안 구축해 놓은 해외 네트워크가 한몫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석학 초빙에 한 달에 2000만 원 이상 들어가기도 한다. 그는 “아마 아카데미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큰 부자가 돼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조 원장은 요즘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 18년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을 조금은 얻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무엇보다 교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찾아오는 치과의사들과 환자들이 줄을 이어 뿌듯하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여긴다. 아카데미를 통해 배출한 제자들과 힘을 모아 교합학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로덴치과네트워크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합학을 보다 쉽게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네트워크 소속 병원을 시작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미 전국의 18개 치과병원이 뜻을 모아 함께 연구하고 있다.“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되는 치과 기술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도 큰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이를 위해 첨단 치의학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담당할 연구·개발(R&D)센터와 연구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입니다.”로덴치과네트워크 대표원장약력: 서울대 치대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박사. 미국 UCLA치대 심미치과센터 초빙교수. 국제악교합학회 아시아 부회장 겸 한국지회 회장. SDI 로덴아카데미 소장(현). 로덴치과 네트워크 대표원장(현). 저서:‘교합학’ 등 다수.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