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4일 현재 지식경제부 산하 KOTRA에 신고한 외국인 투자 기업은 1만5991개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율, 기업 개요, 재무제표, 재무 비율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들은 최초 투자 시 지식경제부에 신고하고 나면 더 이상 추가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경비즈니스와 한국신용평가정보는 자체적으로 이들 회사의 데이터를 확보했다.외국계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한경비즈니스에는 연중 외국계 100대 기업에 대한 독자들의 정보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기업체 임원의 비서들, 취업 준비 중인 학생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온다.올해 선정한 외국계 기업 상위 100개 기업의 출신 성분을 보면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순서대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100대 기업들의 투자국을 보면 미국이 30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17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세 번째는 특이하게 네덜란드로 13개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르노의 네덜란드 법인이 투자해 네덜란드 국적을 갖고 있다. 독일(11개) 영국(9개) 프랑스(4개)가 그 다음을 잇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 중심으로 일부 조세 회피 지역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큰 중국 러시아 등의 경제개발국은 보이지 않았다.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2개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이 22개로 뒤를 잇고 있다. 금융 및 보험업이 17개로 이들 세 분야가 91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이들 외국계 기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올해 외국계 100대 기업의 영업수익(매출액) 합계는 72조9668억 원으로 지난해 선정 때의 63조3116억 원에 비해 15.2% 늘었다. 순이익 합계는 4조8110억 원으로 지난해의 3조1820억 원에 비해 51% 늘었다.매년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한국의 100대 기업’과 비교해 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100대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610조 원, 순이익 합계는 56조 원이다. 상위 100대 기업끼리 비교한 결과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계의 약 10분의 1 정도 규모를 차지한다.외국계 기업 상위는 역시 금융 업종이었다. 한국의 100대 기업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LG전자 SK텔레콤 등 비금융사가 10위 내에 랭크돼 있고 금융사는 국민은행 하나뿐이다.외국계 100대 기업에는 10위 내에 금융사가 5개로, 5위 내에서만 보면 4개가 금융회사다. 이는 국내 대기업의 제조업 기반이 오랜 시간 탄탄하게 다져온 것에 비해 외국계 기업은 금융 업종에서 비교적 빠른 성장을 이뤘음을 보여준다.올해 외국계 100대 기업 선정에서는 지난해 2위였던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SC제일은행)이 올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위였던 한국씨티은행은 2위에 그쳤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자산은 약 56조 원에서 52조 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영업수익(매출액에 해당)은 7조9422억 원에서 12조485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순이익도 1545억 원에서 2799억 원으로 자산과 비슷한 규모로 늘어났다. 지난해 선정 당시 SC제일은행은 순이익 순위 4위를 기록하면서 한국씨티은행에 밀렸지만 자산·영업수익 규모에서는 매년 한국씨티은행보다 앞서고 있다.반면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자산 규모는 48조 원가량에서 46조 원가량으로 소폭 줄어들었고 영업수익은 7조1899억 원에서 8조5822억 원으로 약간 늘었다. 이에 비해 당기순이익은 3240억 원에서 468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올해 한국의 100대 기업에서 1위를 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약 63조 원(2007년 기준)으로 외국계 100대 기업의 1위인 SC제일은행의 12조 원가량을 훨씬 앞선다. 국내 금융회사로 최대 규모인 국민은행의 2007년 매출은 약 21조 원이다. 이를 통해 외국계 기업이 국내 산업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이 외에 금융 업종으로 알리안츠생명보험(4위) 아이엔지생명보험(5위) 푸르덴셜생명보험(7위) 메트라이프생명보험(10위)이 꾸준히 외국계 기업 상위권에 들고 있다. 주로 보험 업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들 금융 업종은 고객들의 보험료로 자산 규모를 꾸준히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금융 업종인 한국테스코의 경우 매출액이 4조 원이 넘지만 자산에서 금융 업체를 따라잡지 못해 14위에 그치고 있다.비금융 업종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매년 선두를 달린다. 지난해 4위였던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3위로 올라섰다. 6위 한국바스프와 8위 노키아티엠씨, 9위 볼보그룹코리아도 꾸준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들이다. 위 기업들은 소비재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지 몰라도 업계에서는 우량 기업들로 잘 알려져 있다.선두 그룹에서는 순위 변동이 거의 없거나 소폭이지만 뒤로 갈수록 변동성이 심하다. 특히 지난해 235위였던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코리아(올해 29위)와 253위였던 하이디스테크놀로지(올해 32위)가 200계단 이상 뛰어오르며 상위권에 랭크됐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지난해 474위에서 올해 85위에 오른 맥쿼리증권이다. 자산 규모나 영업수익에서 이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의 변동은 순이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반대로 순위가 크게 하락한 경우는 지난해 11위였던 유코카캐리어스로 당기순손실로 인해 올해 265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30위였던 위니아만도도 적자로 297위로 내려앉은 경우다. 38위였던 비엠더블유코리아도 적자로 312위가 됐다. 일반인들의 귀에 익숙한 바이엘코리아(74위→ 330위),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82위→ 307위)도 큰 변동 폭을 보였다.선두그룹의 레이스도 눈길을 끌지만 이렇듯 눈에 띄는 기업들의 다음 해 성적은 어떨지 기대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2008년 11월 14일 현재 지식경제부에 신고·등록한 ‘외국인 투자 기업’은 모두 1만5991개다. 그러나 이들 등록 기업 모두를 평가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 외국계 기업들은 최초 신고 때 지분율이나 자본 규모를 밝힌 뒤 매년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밝히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평가는 한경비즈니스·한국신용평가정보(KIS)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 7306개 중 자체 선정 기준에 따라 평가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우선 외부 감사를 받는 기업을 골라내 2133개로 대상을 추려냈다. 회계에 대한 투명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외국인 투자 비율 80% 이상 기업을 추렸다. 정부가 분류하는 실질적 외국계 기업 기준이 80%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은 기업 953개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3개를 제외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외국계 기업으로 분류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다시 유한회사 등을 제외하면 939개의 기업이 남게 된다.평가는 자산, 매출액, 순이익의 3개 지표를 통해 이뤄졌다. 자산과 매출은 외형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며, 순이익은 기업의 내실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평가 방법은 이들 3개 지표별로 순위를 매긴 다음 이 순위를 합한 총점이 가장 낮은 기업이 1위가 되는 방식이다.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은 자산 1위, 매출액 1위, 순이익 2위에 오르며 총점 4점(1+1+2)으로 최종 순위 1위에 선정됐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한국씨티은행은 당기순이익에서 1위였으나 자산 규모 2위, 매출액 2위로 총 5점을 받아 올해 2위에 올랐다. 이 방식에서는 자산 규모와 매출액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순이익이 적으면 상위에 오를 수 없게 돼 있다. 덩치 순위는 매년 비슷하기 때문에 실적이 순위 레이스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만 총점이 같을 경우 매출액 상위를 우선으로 했다.외국계 100대 기업이 국내 100대 기업과 달리 연말에 선정되는 것은 지식경제부가 매년 10월 딱 한 번 외국계 기업의 현황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 매출액, 순이익 등은 2007년 결산일을 기준으로 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