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제패 노리는 대만 IT 업체들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 PC 브랜드는 무엇인가. HP, 델, 도시바? 겉모습은 그렇겠지만 케이스를 벗겨보면 대부분 3개 업체 중 하나다. ‘콴타’ ‘컴팔’ ‘위스트론’.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대만 정보기술(IT) 업체라는 점이다. 글로벌 PC 업체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담당하고 있는 이 업체들은 노트북 PC 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PC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면 이 업체들은 주문서를 받아 수량을 맞춰 생산한다. 물론 삼성전자처럼 독자 생산 공장에서 PC를 만들어 내는 업체도 있지만 대량생산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대만의 정보기술(IT) 제조 전문 업체를 통해 노트북 PC를 만든다.IT 업계가 전 세계적인 불경기에 빠져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와 상관없이 대만 IT 업체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기업으로 알려진 글로벌 기업들이 감원, 임금 동결, 경비 절감에 나서는 가운데 아수스, 에이서, HTC, 벤큐, 비아, AOU, 어드밴텍 등 대만 IT 업체들은 오히려 세를 늘려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1989년 설립된 PC 및 관련 부품 전문 업체 아수스(ASUSTeK Computer Incorporated)는 지난 5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PC 안에 들어가는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를 만들어 오던 아수스는 개인 휴대용 정보 단말기(PDA), 휴대전화 등도 제조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 PC를 내놓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아수스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대비 12억8000만 달러가 상승한 132억4000만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특히 아수스는 지난해 ‘Eee PC’를 선보여 전 세계적인 히트작으로 만들었다. Eee PC는 불필요한 기능을 줄이고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간단한 문서 작업에 최적화돼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Eee PC는 2007년 10월 판매를 시작한 후 전 세계 시장에서 6개월 동안 100만 대, 2008년 상반기에는 250만 대를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만 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아수스는 노트북 PC 부문 성공을 바탕으로 데스크톱 PC 및 게임용 고성능 PC 부문까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HTC(High Tech Computer Corporation)는 스마트폰 한 분야에만 집중해 성공한 케이스다. 1997년에 설립된 HTC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 등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 2005년 2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HTC는 지난해 36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며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HTC가 스마트폰 부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폰 한 분야에만 집중해 철저히 틈새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HTC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50여 종이 넘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왔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도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HTC만큼 철저하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최근 아이폰과 구글폰 등이 등장하며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이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HTC는 올해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완성품 업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부품 영역도 대만 업체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한국의 4분의 1도 안 되는 면적을 가진 대만에서 세계적인 IT 업체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이나 인력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한 대만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일찍부터 과감한 투자와 제도 개선을 진행했다.일례로 대만 최대 IT 클러스터 신주과학공업원구(新竹科學工業園區)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5년간 소득세가 면제되며 설립 및 운영 자금이 부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저리 대출 등을 해준다.국내외 기업에 상관없이 수출입 세금이 없고 연구·개발 부문은 정부가 총 연구비의 절반까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토지 임대료와 관리비도 낮아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인정하고 우대하는 대만의 사회적 분위기는 좋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반면 한국의 경우는 외국 자본 투자 유치를 위해 감세 및 자금 지원 등 제도적인 지원이 외국계 기업에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국내 중소업체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규제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대기업 중심인 한국은 각 기업에서 제조 부문을 함께 가지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대량생산을 통한 경쟁력이 제조업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기업은 브랜드, 기획 및 마케팅 부문을 더 강화하고 제조 부문은 국내 중소업체들을 활용함으로써 상호 윈-윈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최근 대만 IT 업체들이 집중하는 부문은 자체 브랜드 강화다. 제조 부문에서는 이미 경쟁사들이 없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아 왔기 때문에 OEM 비즈니스에서 탈피해 브랜드 비즈니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모니터, 프로젝터, PC 등을 생산하는 벤큐는 다른 대만 업체보다 브랜드에 일찍 눈을 뜬 케이스다. 벤큐는 지멘스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유로 2004’ 주요 후원사 역할까지 승계한 바 있다. 현재 벤큐는 지멘스 휴대전화 부문을 매각했지만 당시 대만 제조 업체가 1300억 원에 달하는 ‘레알 마드리드’ 후원 계약을 한 것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2001년 이후 매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벤큐는 기술력에 브랜드를 더해 세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이뿐만 아니라 다른 대만 업체들도 자체 브랜드 강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각 업체들은 그동안 자사가 진행하던 사업을 속속 자체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다. 어차피 품질은 OEM 사업을 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에 맞춰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표만 바꾸면 바로 자체 브랜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세계시장에서 통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제품 품질만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 업체가 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대만 IT 업체들의 약진은 최근 침체에 빠진 우리나라 IT 업계에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또 좋은 인재들 대부분이 대기업 또는 공기업을 선호하는 우리나라는 대만 IT 업체들의 약진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대학생이나 직장인뿐만 아니라 PC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USB(PC와 주변 장치를 접속하는 버스 규격) 메모리는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최근에는 가격이 싸져서 8GB 용량은 2만 원대, 4GB 용량은 1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4GB 용량 제품만 해도 MP3 파일 1300여 곡을 저장할 수 있다.최근에는 USB 메모리 기능은 기본으로 제공하고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U3’은 USB 메모리 역할을 하면서 MP3 플레이어로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한 제품이다. 아이오셀 ‘카스텔라 S5’는 자신이 사용하는 PC 사용 환경을 저장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USB 메모리에 프로그램을 설치할 경우 다른 PC에서도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휴먼정보통신 ‘셀링크’는 휴대전화 충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샌디스크 등 일부 업체 제품 중에는 SD 메모리카드와 USB 메모리 기능을 동시에 하는 제품(사진)이 있다. 이 경우 디지털카메라 등 메모리로 사용하다가 USB 단자에 바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메모리 슬롯 없이도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이 가능해 편리하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