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올해의 CEO’ 조사는 12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평가위원을 각 부문별로 나눠 진행된다.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최고점을 얻은 CEO에게 ‘올해의 CEO’ 종합대상을 준다. 이어 종합대상 수상자를 뺀 나머지 각 부문 최고 득점자를 각 부문 ‘올해의 CEO’로 선정하게 된다.지난 8년간의 ‘올해의 CEO’를 분석해 보면 수상자들의 면면은 대체로 그해 국내외 경제, 산업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뛰어난 CEO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지만 변화에 지배되기도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올해에는 금융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9월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전 세계로 확산된 신용 경색과 금융 불안의 영향이다. 금융업 부문 CEO의 점수가 타 부문에 견줘 전반적으로 낮고, 특히 주식시장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증권사는 상위권에서 사라졌다.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다. 올해 국내 CEO들을 가슴 졸이게 했던 최대 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원화 약세)이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웃은 것은 철강금속과 화학 업종이다. 제품 가격 인상과 생산량 확대, 수출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뛰었다. 반면 해외 자원 수입 의존도가 큰 전기가스, 항공 분야는 어려움을 겪었다. 경쟁 심화와 제품 값 하락으로 통신과 반도체도 부진했다.하지만 똑같은 환경이라고 모든 CEO들이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CEO는 도전과 시련 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올해 종합대상은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차지했다. 총점 82.28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8개 평가 항목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리더십(5.0 만점에 4.32)과 글로벌 역량(4.32)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다. 전체 CEO 중 가장 많은 평가 위원 30명의 지지를 받은 것이 결정적이다. 올해 제조업 부문은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남용 LG전자 부회장(2위), 곽영균 KT&G 사장(3위),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4위),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5위)순이다. 지난해 제조업 CEO 톱5는 남용 부회장, 이구택 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정광석 STX조선 사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이었다.제조업 톱5 중 단연 눈에 띄는 얼굴은 김반석 부회장과 곽영균 사장이다. 김반석 부회장은 재무 성과(4.8)와 비전(4.8)에서 최고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와의 관계(3.8)와 평가위원 수 점수(10점 만점에 4점)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지난해 1위였던 남용 부회장은 총점 79.17점을 받아 2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평가 항목중 글로벌 역량(4.48)과 평가위원 수 점수(10점)에서 선전했다. 지난해 초 부임한 남 부회장은 추락하던 LG전자를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제품 경쟁력과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으로 ‘만년 2등’으로 불리던 LG전자의 면모를 일신했다.3위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곽영균 사장에게 돌아갔다. 주주 중시 경영, 이사회와의 관계에서 모두 4.6점을 받았다. 올해 주식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KT&G는 돋보였다. 11월 말 기준으로 코스피는 연초 대비 무려 49.99% 하락했지만 KT&G 주가는 오히려 3.89% 상승했다. 안정적인 실적과 적극적인 주주이익 환원 정책 덕분이다.신헌철 부회장도 4위를 차지하며 톱5에 복귀했다. 신 부회장은 SK에너지가 작년 (주)SK에서 분할, 재상장되면서 ‘그해 신규 상장기업 CEO는 제외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난해에는 ‘올해의 CEO’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재무 성과(4.6)와 이사회와의 관계(4.4)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5위에 오른 이윤우 부회장은 글로벌 역량(4.43)과 재무 성과(4.38) 점수가 높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윤종용 전 부회장에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함 삼성전자의 사령탑에 올랐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비제조업 부문 1위에 올랐다. 리더십(4.67)과 윤리의식(4.44), 비전(4.44) 항목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비제조업 CEO 톱5 중 살아남은 것은 구 부회장과 김신배 사장뿐이다. 이원걸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남중수 KT 사장은 중도 하차했으며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은 실적 부진으로 탈락했다. 올해 비제조업 톱5는 구 부회장과 이종철 STX 부회장(2위), 김신배 SK텔레콤 사장(3위), 구본준 LG상사 부회장(4위), 정일재 LG텔레콤 사장(5위) 등이다. LG그룹 계열의 구본준 부회장과 정일재 사장이 나란히 4~5위를 차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제조업 부문에서도 김반석 LG화학 부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톱5에 들었다.2위를 차지한 이종철 부회장은 글로벌 역량과 리더십, 비전 항목에서 모두 4.5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에서 샐러리맨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STX그룹에 합류한 지 3년여 만에 실질적인 그룹 2인자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올 초부터 STX팬오션과 (주)STX 부회장을 겸임하며 그룹의 해운과 무역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김신배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비제조업 부문 3위에 올랐다. 8개 평가 항목 중 비전에서 4점을 받았고, 리더십과 이사회와의 관계,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3.93점을 얻었다. 올해 김 사장의 최대 화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었다.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를 인수해 유무선 컨버전스 분야로 사업기반을 넓혔다.4위를 차지한 구본준 부회장은 글로벌 역량과 주주중시 경영에서 4.5점을 받았다. 전 부문을 통틀어 그룹 오너 가문으로는 유일하게 톱5 CEO에 선정됐다. ‘올해의 CEO’는 오너 경영자와 전문 경영인이 함께 있을 경우에는 전문 경영인만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LG상사의 경우 대표이사는 구 부회장뿐이다. 구자경 LG그룹 전 회장의 삼남인 구 부회장은 지난해 초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에서 물러나 LG상사로 자리를 옮겼다.정일재 사장은 재무 성과(4.5)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5위를 차지했다. LG텔레콤은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낸 기업 중 하나다. 올 초 내놓은 정액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OZ(오즈)’가 돌풍을 일으키며 트렌드를 이끄는 리딩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올해 금융업 부문 1위는 윤용로 기업은행장에게 돌아갔다. 윤리의식과 리더십에서 모두 4.33점을 받았다. 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사장(2위)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3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4위), 이철영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장(5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톱5였던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김봉수 키움증권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은 주가 급락의 여파와 퇴임 등으로 탈락했으며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주사 출범에 따른 상장 폐지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2위에 오른 박종원 사장은 리더십(4.67)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주주 중시 경영(4.33), 이사회와의 관계(4.33), 이해관계자와의 관계(4.33)도 호평을 받았다. 박 사장은 금융권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1998년 파산 위기에 직면한 코리안리재보험(옛 대한재보험)에 구원투수로 투입돼 아시아 1등 재보험사로 키워냈다.3위를 차지한 라응찬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권 최고의 CEO다. 특히 비전(4.08)과 리더십(4.08)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금융그룹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또 한 번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김승유 회장은 리더십(4.67)과 글로벌 역량(4.67), 윤리의식(4.33) 등 개인적 역량 평가에서 전 부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올해 그 어느 해보다 마음고생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기업설명회(IR)에 직접 나서며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5위는 주주 중시 경영(4.14)과 비전(4.0)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이철영 사장에게 돌아갔다. 이 사장은 만년 2위 그룹에서 도토리 키 재기를 하던 현대해상을 확실한 업계 2위로 올려놓았다. 올해 신설된 성장기업 부문에서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이 1위를 차지했다. 리더십(4.4)과 재무 성과(4.4), 비전(4.2) 항목에서 점수가 높았다. 최휘영 NHN 사장(2위)과 김재경 인탑스 회장(3위), 변대규 휴맥스 사장(4위),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5위)이 뒤를 이었다.2위 최휘영 사장과 5위 석종훈 사장은 인터넷 포털 업체 CEO라는 것 말고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 사장과 석 사장 모두 전직 언론인이다. 또한 최 사장은 검색과 뉴스 중심인 현재 네이버의 틀을 만들었으며 석 사장은 ‘아고라’로 대표되는 새로운 포털 모델을 안착시켰다.3위에 오른 김재경 인탑스 회장은 1981년 회사를 창립한 뒤 금형 사출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 왔다. 인탑스는 국내 휴대전화 케이스 업체 중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4위는 ‘벤처 1세대’ 중 유일한 생존자인 변대규 사장이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 급성장한 이후 한동안 정체된 모습을 보여 왔지만 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의 확대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올해의 CEO’ 종합대상과 각 부문별 톱5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CEO들이다. 이들 21명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우선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5명, 50대가 8명, 60대가 7명으로 50대가 가장 많다. 70대 CEO는 라응찬(70) 회장이 유일하다. 출신 지역을 분석해 보면 대구 경북(남용 부회장, 신헌철 부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구학서 부회장, 라응찬 부회장)이 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김반석 부회장, 곽영균 사장, 최휘영 사장, 석종훈 사장)이 4명, 인천 경기(이구택 회장, 이종철 부회장, 박종원 사장), 부산·경남(구본준 부회장, 손주은 사장, 변대규 사장), 대전 충남(김신배 사장, 윤용로 행장, 이철영 사장)은 각각 3명이다. 광주 전남(정일재 사장)과 전주 전북(김재경 회장), 충북(김승유 회장)도 1명씩이다. 출신고에서는 5명(이구택 회장, 김반석 부회장, 곽영균 사장, 김신배 사장, 김승유 회장)을 배출한 경기고가 돋보인다.출신 대학은 서울대(이구택 회장, 김반석 부회장, 남용 부회장, 곽영균 사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김신배 사장, 구본준 부회장, 정일재 사장, 손주은 사장, 변대규 사장)가 10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고려대(이종철 부회장, 김승유 행장, 이철영 사장)와 연세대(구학서 부회장, 박종원 사장, 석종훈 사장)가 3명씩이다. 이 밖에 서강대(최휘영 사장), 한국외국어대(윤용로 행장), 한양대(김재경 회장), 부산대(신헌철 부회장)가 각 1명씩이다. 고졸 CEO는 라응찬 회장 1명이다. 대학 전공별로는 경영학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학(6명), 인문학(3명), 법학(2명), 경제학(2명)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