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떨이 판매 중

‘자동차 한 대를 사면 다른 1대를 공짜로 드립니다.’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연말 쇼핑 시즌을 보낸 미국의 소매 업체와 자동차 딜러들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처절한 판촉 활동을 벌이며 재고 정리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50% 정도의 할인 판매 문구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자 할인 가격에 추가로 할인을 하고, 더 많은 ‘덤’을 얹어주는 등 갖은 판촉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인근의 자동차 딜러인 유니버시티 닷지는 2008년형 닷지 램 1대를 사면 닷지 캘리버나 PT크루저 같은 차 1대를 덤으로 주고 있다. 차 1대를 사면 다른 1대가 공짜인 것이다. 이 업체는 이 같은 판촉을 통해 40대를 판매했다. 유니버시티 닷지의 알리 아메트 세일즈 매니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몇 %, 또는 얼마를 할인해 준다는 것은 고객들에게 전혀 새롭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한 대를 공짜로 준다는 것이 그나마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문이나 온라인에 이 같은 내용을 광고하면 고객들이 일단 전화를 건 뒤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매장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아메트 씨는 “올해도 수천 개의 자동차 딜러들이 망할 것 같은데 이 같은 폐점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의 자동차 딜러 2만770개 중 900개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유니버시티 닷지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 샌 마테오의 한 포드 딜러의 경우 2009년형 F-150 픽업트럭을 사면 스쿠터 1대를 공짜로 주고 있다.이 같은 ‘공짜’ 마케팅을 펼치는 곳은 자동차 딜러뿐만이 아니다. 콜로라도 캐슬록에 있는 샘소나이트 유통 매장에선 부츠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공짜로 준다. 슈퍼마켓 체인인 스톱앤드숍과 자이언트푸드에선 의사 처방전을 갖고 오는 고객들에게 항생제를 공짜로 주고 있다. 의류 소매 업체인 조스 A 뱅크는 옷 3벌을 1벌 가격에 팔고 있으며 가구점 도메스티케이션은 러그 3개를 1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 장난감 유통점 토이즈러스는 문구 브랜드 크레욜라 제품을, 삭스 아울렛 체인은 캐시미어 스웨터를 각각 1개 가격에 3개씩 팔고 있다.소비자 리서치 회사인 아메리카 리서치 그룹의 C 브리트 비머 회장은 “‘1개 사면 1개 공짜’는 있었지만 ‘1개 사면 2개 공짜’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소매 업체들은 제품을 팔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상품 1개 값에 2개나 3개를 파는 것은 실제로는 각 상품을 그만큼 할인 판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고객에게는 심리적으로 공짜로 얻는 것이라는 기분을 들게 한다는 점에서 판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행동경제학 전공인 댄 에어릴리 듀크대 교수는 “무언가를 공짜로 얻는다는 것이 더 기대감을 갖게 한다”며 “‘공짜’라는 단어는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마술처럼 작용한다”고 말했다.이처럼 ‘공짜’를 얹어서 판매하는 제품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한 ‘미끼상품(loss leader)’인 경우가 많다. 소매 업체들은 재고를 정리하는 목적 외에 매장에 들른 고객들이 다른 제품도 구매하길 기대하고 있다. 소매 업종 애널리스트들은 경기 침체로 의류 가전제품 명품 할 것 없이 두 자릿수씩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미끼 상품’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실제로 지난 연말 미 소매 업체들의 판매 실적은 최악이었다. 소매 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 훨씬 이전부터 할인 판매를 시작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추가 할인에 나섰지만 판매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마스터카드 계열 조사 업체인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24일까지 미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통상 연간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연말 연휴 판매 실적이 부진하자 소매 체인점들의 파산 신청 또는 매장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쇼핑센터협회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14만8000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만 7만3000개의 점포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투자 정보 회사 모닝스타의 킴 피치오라 애널리스트는 “소비 부진으로 인한 소매 업체들의 파산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성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