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685호 (2009년 01월 19일)

보호 무역은 경제 활력에 ‘독’… 벽 낮춰야

기사입력 2009.01.15 오전 10:53

보호 무역은 경제 활력에 ‘독’… 벽 낮춰야
세계경제를 조기에 되살리자고 각국이 한목소리를 내어 왔다. 국제 공조 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면서 금융이든, 교역이든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도 여러 번 나왔다. 기존의 G7(7개 서방경제선진국)에다 한국 중국 등 그 다음 규모의 주요국들까지 함께 모인 G20 워싱턴회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자리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각 경제 대국들은 금융 개혁 및 지원 방안과 함께 무역 장벽을 더 낮추자고 의견을 모았다. G20 금융정상회의라고 불린 그 자리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배제 원칙이 포함된 공동 선언문도 채택됐다. 지난해 11월 중반의 일이니 아직 두 달도 안됐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지금의 전 세계적인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서로가 교역 장벽을 낮추고 무역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요긴하다는 지적은 한두 번 나온 게 아니었다. 각국이 국내의 내수 확충에 한계를 느끼다 보니 대외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의욕이 물론 반영됐다. 역사적 경험에서 보자면, 대공황 때 경제 대국들이 교역과 통상의 문을 걸어 잠금으로써 공황의 골이 더 깊어졌고 따라서 불황이 오래 지속됐다는 반성도 작용했다.

문제는 국내 정치다. 각국이 사실상 마찬가지 상황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어디서나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압박에는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나서고 당장의 생존이 걸린 노조가 앞장선다. 당장 어려운 경제 주체들이 이렇듯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은 흔한 모습이다. 논리적인 토론이나 장기적 이익 모색은 한가한 얘기가 되기 십상이고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빅3’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도 그런 차원이다. 자유로운 무역과 산업 경쟁에서 보자면 이것부터 자유무역 질서의 룰 위반이다. 물론 형식적으로 미국 정부는 빅3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 이들 계열사인 ‘금융 할부사’ 등을 지원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시비를 피해가는 전략을 택하지만 실제 내용은 같은 것이다. 빅3 등 미국 자동차 업계 종사자가 300만 명 이상이니 이들의 요구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압력이고, 이는 경제 논리로 제어될 수준을 넘어선다.

내부 압박 이겨낼 정치 지도자 드물어

이런 상황에서 새해 들어 미국의 철강 업계도 미국산 구매 운동(Buy American)을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한국 포스코의 철강 제품은 미국 수출 길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철강 산업에만 국한될까.

사실 미국 철강 업계는 1800년대 후반 관세 제도의 덕으로 성장한 적 있다. 소위 ‘도금시대’, 카네기가 철강왕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높은 관세로 영국산의 미국 진입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막음으로써 가능했다. 경제 위기를 빌미로 그 시절로 회귀할 것인가. 매우 미묘한 시점이다.

자유무역, 장벽 없는 통상을 통한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 각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최근 10~20년 사이에 상당한 노력을 해 왔다. 이로써 세계경제는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표를 흔드는 내부의 압박을 이겨낼 정치 지도자는 많지 않다. 더구나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제가 위축되면 애국 마케팅을 들고 나오는 자국 산업 보호 주장은 일단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미국에서 꿈틀거리는 무역 장벽 높이기가 우려되고 이 기류가 세계적으로 퍼질 것이 걱정되지만 솔직히 우리도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다. 중국산 저가품이 계속 밀려들어와 국내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생존 기반이 과도하게 흔들린다면 어떤 형태로든 국산 구매 운동(Buy Korean)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입장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 장벽을 더 낮춰 완전한 자유무역 체제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게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경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수출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한국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보호무역주의라는 통상 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들은 예의 주시해야만 한다. 특히 정부는 이런저런 경우에 대비해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국제사회가 이론 따로 현실 따로, 그간의 국제 공조 노력 따로, 자국 시장 보호 따로 이렇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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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