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85호 (2009년 01월 19일)

줄이고, 갈아타고, 미련 버리자

기사입력 2009.01.15 오전 11:00

줄이고, 갈아타고, 미련 버리자
적정한 부채의 활용은 자산을 불리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부채의 활용은 자칫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조차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 연령대별 사례를 통해 무리한 부채의 활용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과 효율적인 부채 관리의 방안에 대해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30대 중반 이모 과장의 사례= 올해로 35세가 되는 이 과장은 4년 전 결혼 당시 나름대로 미래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웠다. 결혼 후에도 당분간 맞벌이를 할 계획이었던 이 과장 부부는 자산운용 계획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소득 규모를 기준으로 짰다. 당시 이 과장과 배우자의 월급여는 각각 280만 원과 230만 원으로 동일한 연령대의 가정에 비해 적은 규모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우선적인 재무 목표였던 내 집 마련을 조기에 실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1억2000만 원가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출산과 함께 배우자가 직장을 그만두게 돼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하게 됐다. 소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주택 구입 시 받았던 대출의 거치 기간이 끝나고 원금 상환이 시작되며 맞벌이 당시 소득 대비 18%에 못 미치던 매월 90만 원가량의 대출 비용이 한순간에 소득의 32%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부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량 교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월 35만 원의 할부금까지 더한다면 이 과장의 월소득 280만 원 가운데 125만 원이 대출 상환을 위해 고스란히 지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20만 원가량의 생활비와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저축은 고사하고 늘 적자 가계부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결국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려다 보니 고금리의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의 사용액이 늘어나게 되고 이것은 또다시 재무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됐다. 결혼 당시에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다고 했으나 그 당시 상황만을 기준으로 했을 뿐 향후 예견되는 현금흐름의 변화를 간과했던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무 상담을 요청한 이 과장은 부채 리모델링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주택을 구입해 큰 활용도가 없어진 배우자 명의의 청약저축을 해지, 그 돈으로 이자 부담이 큰 신용카드 대금과 마이너스 대출의 일부를 상환하기로 했다. 또한 입사 당시 신용 부족으로 10% 이상의 높은 금리가 적용됐던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금리를 현재의 신용에 맞춰 8% 수준의 금리로 재조정을 요구함으로써 이자 부담을 낮췄다. 그리고 현재 가입하고 있는 보험을 통해 약관대출(연 6.5%)을 받아 남아 있는 차량 할부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과장은 리모델링 이전 130만 원이던 대출 비용을 90만 원으로 낮춰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줄이고, 갈아타고, 미련 버리자

◇40대 중견 기업 정모 부장의 사례= 건실한 중견 기업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 부장은 지난 2006년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어 닥친 부동산 열풍 당시 그 시기를 놓치면 평생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택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소 무리하더라도 당장 거치 기간 중에는 이자만 지불하면 될 것이기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고 3년 후 양도세가 면제되고 원리금 상환이 시작될 때 처분한다면 적당한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했다.

이러한 판단 하에 정 부장은 기존의 전세 보증금과 금융자산에서 부족한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2억5000만 원의 담보대출을 받아 6억 원 규모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정 부장이 기대했던 것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부동산 가격은 매입가보다 훨씬 하락해 거래도 실종된 상태에서 금리마저 올라 이자의 부담이 늘어난 데다 얼마 후부터는 원금의 상환까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외벌이인 정 부장의 월평균 소득은 450만 원가량이다.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대출이자는 대출 당시 월 120만 원 수준이었던 것이 현재는 170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15년 만기의 원리금 상환이 시작된다면 매월 부담해야 하는 상환 원리금은 250여만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두 자녀의 교육비만으로 매월 1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정 부장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동안 모아왔던 금융자산은 이미 주택 구입에 들어갔고 그나마 남아 있던 금융자산 역시 반 토막이 나버린 펀드에 묶여 있는 관계로 크게 도움이 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와의 상담 후 정 부장은 대환대출을 통해 대출 비용의 부담을 최대한 낮추기로 했다. 향후 예상되는 자녀들의 대학 교육 자금 및 은퇴 자금 역시 마냥 미룰 수 없는 재무 목표이기에 여유자금의 전부를 대출 상환으로만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우선 금리 조건이 가장 유리한 금융회사를 선정한 후 현재 15년 만기 원리금 균등 분할인 상환 조건을 변경해 일부는 상환 기간을 최대한 늘린 3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으로, 또 일부는 만기 일시 상환 조건으로 함으로써 향후 대출 비용을 현재의 수준과 비슷한 월 180만 원 정도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조정해 확보한 여유 자금을 통해 교육 자금과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을 병행하는 동시에 향후 시장의 상황을 보아가며 주택의 처분을 포함한 자산의 재배분을 검토하기로 했다.
줄이고, 갈아타고, 미련 버리자

◇50대 정년퇴직한 김동길 씨의 사례= 지난해 김동길 씨는 20년을 넘게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했다. 사회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던 관계로 퇴직하기 전부터 김 씨의 가장 큰 재무적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은퇴 자금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퇴직 이전에 미리 은퇴 준비를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나름대로의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 바로 테마상가 투자. 2년 전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2억 원의 대출을 받아 상권이 좋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로 인천의 한 테마상가에 투자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가는 활성화되지 않아 애당초 은퇴 생활비를 위한 소득원 역할을 기대했던 상가투자의 실질 수익률은 대출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예금 금리 수준에조차 미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김 씨의 고민을 더욱 키우는 것은 자녀들의 교육 자금과 결혼 자금이다. 아직까지 교육 자금은 그동안 모아 놓은 금융자산으로 충당해 가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필요한 교육 자금을 포함한 결혼 자금까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주택담보 대출이 불가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의 유일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을 담보로 추가적인 대출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은퇴 생활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 씨는 재무 상담을 통해 은퇴 자금을 우선순위로 삼고 현재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기로 했다. 먼저 실질 수익률이 낮아 오히려 기회비용만을 발생시키고 있는 테마상가를 과감히 처분함으로써 금융비용을 줄이기로 했으며 회수한 투자 자금은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함으로써 연금 소득을 통해 일정한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 교육 자금을 위해 금융자산을 모두 소비한다는 것은 자칫 유동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향후 발생하는 교육 자금은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 대출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의 주택을 줄임으로써 추가적인 현금 자산을 확보해 총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 운용하도록 했으며 부족한 생활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경제활동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한만형·머니트리 국제재무설계사(CFP)

hjcob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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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