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85호 (2009년 01월 19일)

유동성 확보…‘고금리 투자’ 나서야

유동성 확보…‘고금리 투자’ 나서야
흔히 빚을 두고 ‘양날의 칼날’이라고 한다. 속담을 인용하자면 잘 쓰면 약(藥)이지만 잘못 쓰면 독(毒)이 된다. 금융에서는 빚을 두고 ‘레버리지’란 단어로 표현한다. 부채가 확대되는 시기는 대개는 호황기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자산 가격이 오르면 레버리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는 간단한 수식으로도 알 수 있다. 1억 원을 주고 집을 산 사람과 5000만 원의 자기 돈과 50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사람은 집값이 2억 원이 됐을 때 수익률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자기 자금 1억 원을 주고 사람의 수익률은 100%지만, 절반의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한 경우에는 무려 300%에 달한다.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의 묘미다.

호황기에 이런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감염성이 있어서 호황기에는 급속하게 전파된다.

다른 하나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앞 다퉈 대출 경쟁에 나서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담보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그 상승 비율에 따라 대출 금액을 늘린다. 주식 호황기에는 주식 담보대출이, 부동산 호황기에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그리고 최근에는 펀드 담보대출까지 등장했다. 반대로 시장의 방향성이 상승에서 큰 폭의 하락으로 바뀌면 레버리지 투자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통상 불황기에는 자금 시장이 위축된다.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리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고통은 몇 배로 커진다. 급전이 필요한 기업이나 사람들이 많아지면 점차적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간다. 금리 상승은 레버리지 비용 즉, 이자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상환 능력도 축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소득의 힘을 의미하는 구매력까지 떨어지면 레버리지는 그야말로 자산관리의 독(毒)으로 작용한다. 또한 금융회사들은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부실 가능성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죄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급하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사람들이 제 가격을 받고 팔기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부채의 바벨탑이 붕괴되면 시장은 부채가 많은 사람이나 기업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늘 이런 식의 흐름이 반복돼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호황에서 불황으로 넘어갈지, 그리고 다시 불황에서 호황으로 방향이 바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불황기에는 ‘현금이 왕’

불황기의 최고 경쟁력을 가진 존재는 현금을 손에 쥔 존재들이다. 불황은 한마디로 현금이 왕인 시대다. 반대로 부채를 가진 존재를 노예로 만든다. 부채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다름 아닌 ‘빚 줄이기’다. 빚을 줄이는 것을 두고 리파이낸싱(refinancing)이라고 한다. 리파이낸싱의 요체는 부채 상환의 우선순위를 정해 고금리 부채부터 상환하거나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비용의 크기는 돈의 성격과 대출 업체에 따라 달라진다. 급전이면서 제2금융회사들의 대출일수록 이자비용이 크고, 담보가 있는 대출이면 반대로 이자비용이 낮아진다. 리파이낸싱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대출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신용대출이나 현금 서비스 같은 급전성 대출을 담보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지 점검한다. 전환할 수 있다면 전환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급전성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전략을 짜야 한다.

현금이 왕인 시대인 만큼 현금 보유자들은 선택 폭이 넓어진다.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금융회사들도 담보 가치 하락으로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금리를 주고 자금을 유치한다. 대출금리와 마찬가지로 제2금융회사들이나 채권의 금리가 높고, 은행은 이보다 낮다. 현재 일부 채권은 연 8~9%의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향후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 이상 금융시장에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고금리 투자를 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현 시점에서 가입한 상품은 만기까지 가입 시(채권의 경우는 매입 시)의 수익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 보유자들은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산 투자에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처방은 크게 보면 두 가지밖에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있는 자산을 처분해 하루빨리 처분해 부채를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자신의 매입 가격을 생각해 보면 억울하겠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급매물로 처분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또 한 가지는 정부와 같은 제3의 존재가 개입해 고통을 완화하면서 서서히 부채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금리 인하, 돈 풀기, 이자 감면 등 각종 세제 지원, 대출 기간 연장 등의 조치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정부의 조치들이다. 어떤 방법을 쓰던 본질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드시 급매물이 출현한다. 이때 현금 보유자들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가격에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경기 불황이 지속된 후에는 항상 빈부 격차가 커지는 시장의 메커니즘이다.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 사회에 빈부 격차가 급격히 커졌고 이번 불황을 거치고 나면 자칫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수는 해도 ‘치명적 실수’ 하지 말라

고금리 사냥과 자산 매입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이 있다면 7000만 원을 잔존 만기가 3년인 연 8%의 고금리 채권을 사고 3000만 원을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고 치자. 채권 투자를 하면 단순 계산으로 3년 동안 2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므로 3년 168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3000만 원을 투자한 시점의 코스피지수가 1200이라고 치자. 1680만 원의 수익은 보장돼 있는 것이므로 코스피지수가 44%까지 하락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원금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시장이 3년의 시간 동안 좋아지면 이자 수익과 주식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사실 투자에서 가장 좋은 것은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인간은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산관리에서 대부분의 치명적 실패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발생한다. 부채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아무리 좋은 투자처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어려울 때를 대비해 항상 일정 정도는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은 자산관리에서 어려운 때를 대비하는 안전장치다.

이상건 이사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다. 각종 컬럼 집필, 강의, 라디오, TV 등을 통해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이채원의 가치투자(공저)’ 등을 펴냈으며 최근 십수 년 동안 연구한 부자들의 생각과 삶을 담은 ‘부자들의 생각을 읽는다’를 출간했다.

이상건·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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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