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685호 (2009년 01월 19일)

굽실거리지 않고 돈 버는 ‘묘수’는?

기사입력 2009.01.15 오전 11:10

굽실거리지 않고 돈 버는 ‘묘수’는?
강호동이 진행하는 TV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가수 신해철이 출연한 적 있다. “왜 그렇게 거만하다는 평가를 듣느냐”는 강호동의 질문에 신해철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연예계에서는 욕먹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든지, 아니면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굽실거려야 한다. 중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중간이 없어 전자를 택했다. 그래서 계속 욕을 먹고 산다.”

사람들은 적응력이 매우 빠르다. 금세 달라진 상황에 적응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친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대한민국이 그렇게 친절한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데 고객 서비스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언제부터인가 서비스 교육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이제는 적어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나 점포들이라면 어디나 친절하다.

고객들은 친절한 종업원을 접하는 게 일상이 됐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불친절해도 불같이 화를 내며 ‘고객에게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따진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이 그들의 모든 존재 이유인 듯이 광고하는데, 이것도 고객들이 갈수록 ‘거만’해지는 한 가지 이유다.

‘원조집’ 주인이 거만한 이유

이제 친절은 어떤 분야에서나 성공의 핵심 조건이다. 그래서인지 서비스직이나 영업직 출신 소자본 창업자들은 다른 직종 출신에 비해 훨씬 새로운 창업 환경에 잘 적응하고 성공하는 비율도 높다. 당연히 고객을 모시고 친절히 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직무가 고개를 숙일 일이 별로 없던 사람, 항상 ‘갑’으로서 대접받는 직종의 사람들은 퇴직 후 창업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말을 듣는다. 경찰이나 공무원, 기자 같은 직종이 대표적이다. 군인들의 경우 친절보다는 원칙 중심의 경직된 사고가 창업에서는 걸림돌이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상대에게 나를 맞추는 훈련이 돼 있지 않은 사람에게 끊임없이 고객을 대해야 하는 자영업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언젠가 고위직 출신의 어느 초보 창업자가 음식점을 개업했다. 개업 첫날 주인의 과거 경력을 몰랐던 한 고객이 그에게 호되게 한마디하는 바람에 큰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소자본 창업자는 신해철의 말처럼 내 맘대로 하면서 욕을 먹을 것인가(망할 것인가), 아니면 늘 고객에게 굽실거리면서 욕을 피해 갈 것인가(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정해야만 할까. 그 중간은 없는 것일까.

사실 고객 서비스, 고객 만족에 목숨을 건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의 소자본 창업자들은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 누구도 고객에게 제멋대로 하지 않으면서 어떤 경우라도 고객을 왕이라는 모시며 친절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경우도 그다지 많지 않다.

혹자는 이런 갈림길에 대해 마인드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객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고객을 왕으로, 혹은 가족처럼 모셔야 한다는 말이고, 그것은 최근의 서비스 이론에서 틀림없는 정설이다.

그런데 일본을 제외한 외국에 나가 보면 아주 고급스러운 점포나 레스토랑이 아니면 일상적으로 만나는 종업원들이 아주 싹싹하고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좀 다정하다, 혹은 무심하다는 느낌을 받는 정도다.

자신의 마인드를 바꿔 친절 마인드를 세포 속에 각인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게 힘들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고객을 능가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고객이 오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상품력, 희소성을 갖춘다면 지나치게 굽실거리지 않고도 평등한 입장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일례로 서울 마포 주변에 있는 소위 ‘원조집’ 몇 곳은 주인들이 거만하기 짝이 없다. 계산할 때 보면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우리가 여기서 장사를 해줘서 좋지? 고맙게 생각하라’는 투의 거동을 보여준다.

그래도 맛이 있고, 이름이 있어 손님 접대하기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한다. 누구든지 그 집에 모시고 가면 맛있다며, 그리고 오래된 원조집이라 뭔가 다르다며 흡족해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필자는 멋 부리기와 담쌓은지라 비싼 미용실이 아닌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미용실을 이용한다. 하지만 단지 내 미용실이라고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아파트만 벗어나면 한 걸음 뗄 때마다 미용실이 있다. 혹자는 공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좋은 미용실 좀 찾아다니라고 말하지만 동네의 수많은 미용실 중에 한 업소를 골라 정기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그 업소로서는 고객인 필자에게 ‘간택’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엄청난 경쟁을 뚫은 것이다.

고객이 인정하는 ‘상품력’이 무기

동네 미용실이지만 파마를 하고 나면 팁도 준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미용사가 비교적 필자 마음에 들게 파마를 해주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찾아주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만족감을 안겨 주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필자 생일이어서 할인해 준다고 문자를 보내 놓고는 할인해 주지 않아 투덜댔다. 그리고 파마에 염색 코팅까지 했는데 왠지 너무 비싸게 준 것 같아 집에 와서 투덜댔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그 집에서 한 머리가 마음에 든다면서? 그 미용사는 아티스트인데, 아티스트를 그렇게 대접하면 그 사람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빙긋 웃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름대로 자기 직업에 장인 정신을 가지고 커트 하나를 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아티스트에게 필자가 너무 쫀쫀한 고객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반성했다.

고객은 모든 사업자의 존재 기반이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직장에서는 직장 동료가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지만 사업을 하면 동료나 직원보다 고객과 접할 기회가 훨씬 많다. 그들은 우리 인생에서 사회적 관계의 중요한 축이며 확장된 공동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굽실거릴 필요도 없다. 믿음이 있는 다정한 친구나 가족에게 우리는 굽실거리지 않는다. 지나친 굽실거림은 아부나 다름없다. 그것은 돈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목적으로 둘 때 생길 수 있는 태도다.

다정하고 온화하고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을 능가해야 한다.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을 때 고객을 리드해 나갈 수 있다.

오늘도 창업 현장에서는 과도한 친절에 익숙한, 성마르고 성격 급한 고객들 때문에 수많은 종업원들과 사장님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언젠가 한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고객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 물건을 팔지 않아, 나 그래도 먹고 살아”라면서 대판 싸우는 걸 본 적이 있다.

때로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고객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 여린 보통의 창업자들이 매번 그렇게 고객과 맞설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나 고객 위에 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언제나 고객의 기대 이상을 충족시키거나, 나 아니면 절대 못해내는 서비스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굽실거리지 않아도 된다. 고객에게 스트레스 당하는 일을 겪지 않고도 다정하게 고객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엔 ‘고객 넘어서기’를 목표로 삼아서 다 같이 뛰어보자.

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okceo@changup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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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