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685호 (2009년 01월 19일)

거래시장 ‘싸늘’… 기대감 ‘여전’

기사입력 2009.01.15 오전 11:20

“은평뉴타운의 ‘굴욕’ 재분양도 청약 미달”(한국경제 2008.12.31)
“재개발 지분가 반 토막…추가 하락 예상”(이데일리 2008.12.30)

불과 1년여 전, 뉴타운을 비롯한 재개발 지분 투자는 가장 효과적인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연말연시 쏟아져 나오는 소식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시세는 떨어지고 거래는 올 스톱에, 원주민과 세입자 보호 문제로 방망이질까지 당하고 있다.서울의 미래 주거를 책임질 26개 뉴타운. 엄동설한 속 안부를 물어봤다.

장면1. ‘뉴타운 지정 취소하라’

지난 세밑에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주민들은 뉴타운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 뉴스의 초점이 됐다. 흑석 뉴타운 예정 지역의 4개 지구 주민 254명은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에 “뉴타운에 계속 살려면 가구당 2억~3억 원의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기 벅차다”는 등의 이유로 뉴타운 지정 취소를 요구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9월 서울시와 동작구가 주거환경개선사업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기존 흑석뉴타운 지구에 추가로 편입한 곳이다. 이런 경우 해당 지역은 개발 호재가 굴러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어 지주들이 환영 제스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오히려 “건물 노후도가 60% 이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서 “행정심판으로 뉴타운 지정이 취소되지 않을 경우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 처분에 대해 법원에 취소 청구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뉴타운은 죽어도 싫다’는 의미다.

장면2. ‘시세 폭락…입주할 맛이 안 난다’

서울시 2차 뉴타운 가운데 처음으로 준공 테이프를 끊은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1구역 현대아이파크.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지하 3층, 지상 15층짜리 아파트 5동, 362가구에 입주가 시작됐다. 1~6구역 9890가구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첫 단추가 꿰진 셈이다.

하지만 요즘 현장 분위기는 날씨만큼이나 춥다. 1월 8일 현재 입주율은 20% 정도로 순조로운 편이지만 신규 입주 아파트 특유의 활기는 느끼기 어렵다. 단지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6000만~7000만 원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나와 있으니 입주민 기분이 좋겠느냐”면서 “대출 비중이 높은 사람은 더 풀이 죽어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변 중개업소엔 전용면적 85㎡의 로열층 급매물이 4억8000만 원에 나와 있다. 5억500만 원이었던 일반 분양가에 크게 밑도는 가격이다. 전용면적 114㎡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일반 분양가보다 6000만~7000만 원 낮은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재울뉴타운에선 앞으로 줄줄이 입주가 이어진다. 가격 하락세에 물량까지 늘어나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

실제 하락폭 ‘예상보다 작아’

글로벌 경제 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뉴타운에 대한 인식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길음, 왕십리, 은평뉴타운이 시범사업지로 지정되면서 바람을 일으켰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뉴타운과 재개발이 최대 수혜 종목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게 불과 1년여 전이지만 지난해 6월이 지나자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식어 버렸다.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재개발 전문 컨설팅 업체인 부동산J테크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10% 안팎의 시세 하락이 감지되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는 모습이다.

3차 뉴타운인 이문·휘경 뉴타운의 경우 지난해 6월 3.3㎡당 2000만~2500만 원선이던 33㎡ 안팎의 다세대주택이 현재 1700만~2000만 원선으로 떨어져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계뉴타운도 2200만~2800만 원선까지 올랐던 다세대주택이 2000만~2300만 원대로 조정됐다. 이 밖에 장위, 수색·증산, 북아현 등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정현조 부동산J테크 팀장은 “전체적인 부동산 거래 침체로 뉴타운 내 지분 거래 역시 중지된 상태”라며 “강북 지역의 경우 창신·숭인뉴타운을 제외한 지역에서 급매물이 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타운 지분 가격 하락세는 아파트에 비해서는 그 폭이 적은 편이다. 내렸다고는 하지만 소액으로 접근 가능한 19.8㎡(6평) 미만의 지분 시세는 여전히 3.3㎡당 2000만~5500만 원의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여·마천뉴타운, 흑석뉴타운 등 강남권 인기 뉴타운의 경우 3.3㎡당 4000만~5000만 원대의 지분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정 팀장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팔지는 않겠다며 매물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시장 회복에 대한 믿음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 시까지 ‘버티자’는 심리가 가격 하락을 막는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개발 시세 기준의 문제도 지적된다. 아파트처럼 정기적인 시세 조사 데이터가 없는 데다 각 사업 단계별로 시세 형성이 다르다는 점이 무시돼 정확한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색동의 한 중개사는 “수요가 많은 소형 지분은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덩치(지분 규모)가 큰 지분은 거래량이 적어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매물의 특성과 차이를 무시하고 그저 평당가 위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갓 지정된 뉴타운은 크기가 작은 지분 중심으로 평당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사업이 추진되면서 작은 크기의 지분이 소진되고 지분 규모가 큰 매물은 잘 팔리지 않게 된다. 지분 규모가 크면 평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게 일반적인데, 요즘 같은 때에 이런 매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시세 추이를 가늠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상품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반 토막이 났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거래시장 ‘싸늘’… 기대감 ‘여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뜨거운 감자’

뉴타운 시장에서 향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오히려 몇몇 변수에 따라 앞으로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4대강 정비 사업을 서두르듯, 뉴타운을 포함한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사업도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그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개발 사업 만한 게 없다”면서 “서울시가 무기한 발표를 연기한 4차 뉴타운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뉴타운 및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사업의 근거가 되는 도시재정비촉진법 중 일부가 변경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돼 있다. 현재 뉴타운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 안전진단 완화, 재건축 동의율 완화 등에 대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만 60여 명에 이른다.

특히 뉴타운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안이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11월 25일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업계 시선이 집중돼 있다. 앞으로 지정되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 기준 면적을 기존 ‘20㎡ 이상’에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18∼540㎡’로 유연하게 조정하자는 내용이 발의안의 골자다.

현행은 20㎡ 이상을 매입할 경우 실거주 수요임을 증명하고, 자금 조달 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하다. 실거주 요건 충족을 위해 열악한 주거 환경을 기약 없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량진뉴타운의 K중개사 관계자는 “반드시 투자자가 실제로 거주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불법을 행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에 주소를 옮겨 놓고도 실제 거주를 다른 곳에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K중개사 관계자는 또 “토지거래허가 규정 때문에 원주민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실수요는 자유로운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기준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 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시장 ‘싸늘’… 기대감 ‘여전’

규제 완화 후 시장 향방 ‘주목’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 토지거래허가제도를 비롯한 규제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 12월 29일 열린 ‘한경 베스트 공인중개사 포럼’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포럼에 참석한 이재영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토지거래허가제를 둔 것은 투기 방지와 지분 쪼개기 방지 목적”이라면서 “투기 우려가 없는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는 게 기본 방침인 만큼 지역별 영향을 따져 본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지금이 뉴타운 지분 투자의 적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규제까지 완화되는 요즘이 시기적으로 좋다는 것이다. 정현조 팀장은 “뉴타운 지역에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라면 올해를 매입 시기로 잡아볼 만하다”면서 “실제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컨설팅 의뢰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전후에 나타난 전세 대란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3차 뉴타운 사업이 거의 2015년 입주를 목표로 동시 다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2011년 전후로 철거 이주 수요 증가에 따른 수급 불안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뉴타운 지역 주변의 주택시장에 다시 한 번 틈새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래저래 뉴타운은 아직 죽지 않은 셈이다.

돋보기│뉴타운 사업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3차 뉴타운 11개지역 추진 속도 ‘비슷’


거래시장 ‘싸늘’… 기대감 ‘여전’
지난 2002년 10월 길음, 왕십리, 은평 시범 뉴타운 조성 발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차에 걸쳐 26개 뉴타운이 지정돼 있다.

지정 시기가 가장 빠른 시범 뉴타운 3곳은 사업 윤곽이 뚜렷하게 잡혔다. 은평 1지구와 2-A지구가 사업을 완료했고 올해 중에 왕십리1~3구역에서 대단지가 공급될 예정이다.

2차 뉴타운 12개 지역 가운데 사업 추진이 빠른 곳은 가재울, 아현, 전농·답십리 뉴타운 등이다. 가재울뉴타운의 경우 1~6구역 가운데 1구역이 처음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2구역은 올 5월 입주 예정이다. 3~4구역은 각각 3304가구와 4047가구 규모로 올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고 5구역 862가구와 6구역 842가구는 지난해 10월에 구역 지정을 받았다. 아현뉴타운(사진)은 올해 3구역을 필두로 본격 분양에 들어간다. 또 전농·답십리 뉴타운은 답십리16구역, 전농7구역 등이 관리처분을 받아 사업 추진 속도를 올리고 있다.

3차 뉴타운 11개 지역의 사업은 비슷한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모두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개발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창신·숭인뉴타운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지난해 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수색·증산 뉴타운과 신길 뉴타운의 사업 속도가 비교적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면 금융비용 등의 절약이 가능해 수익성 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취재= 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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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