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685호 (2009년 01월 19일)

부실채권 ‘늘고’ 외국자본은 ‘빠지고’

기사입력 2009.01.15 오전 11:25

잘나가던 중국의 은행들도 수난의 시대에 들어서는가. 중국 은행들이 △부실채권 증가 △외자은행의 지분 철수라는 더블트러블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으로 미국발 금융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재편되는 글로벌 금융 산업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축으로 평가 받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톰슨로이터가 지난해 12월 세계 금융회사의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공상은행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4개 금융회사가 10위권에 진입, 중국계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국 은행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악재가 생겨나고 있다.

◇대출 독려로 부실 우려 높아져=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중은 5%대로 낮은 편이다. 2005년 3월 12%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꾸준히 개선돼 온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도산 도미노를 막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독려하면서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중국은 전년도 수준으로 은행 대출을 동결했지만 이내 은행들의 신규 대출 한도를 늘려줬고 하반기에는 아예 은행들의 신규 대출 한도 관리 자체를 폐지했다. 이어 잇따르는 경기 부양책에서 은행들에 대출을 독려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이 최근 중소기업의 담보인정비율을 높여주는 한편 부동산 및 자동차와 농촌 소비시장의 활성화를 겨냥한 신용 대출도 늘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수출형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 자금 융자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은 과거 계획경제 시기와 개혁 개방 초기 무분별한 정책성 금융이 만들어낸 부실채권의 악몽을 잊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 국유기업 은행이 철삼각(트라이앵글)으로 불릴 만큼 유착하면서 부실채권이 불어났던 것.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론 중소기업 지원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선별해 대출해 주라고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에 150억 위안(3조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할 때 내세운 명분은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 기술력 있는 기업이 쓰러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리이종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은 “자금난에 몰린 업체들이 불법 고리대금업자를 찾는 일이 늘고 있다”며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체제 안정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 올인(다걸기)하는 상황이어서 은행들에 떨어지는 대출 확대 압력이 워낙 강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18조 위안(약 360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이 중 채권 발행 권한이 없는 지방정부가 은행 대출 등으로 조달할 자금은 14조 위안(약 2800조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세계적 신용 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작년 9월 말 현재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로 5.04%인 부실채권 비중이 올해 최소 2.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S&P의 랴오칭 신용분석관은 “중국은행들은 실업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맞서는 동시에 은행의 상업화와 현대화를 추구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정책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S&P가 중국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주의적 긍정’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이유다.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해서인지 중국 정부는 대출 확대를 독려하면서도 재정을 동원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처리 능력을 높여준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부실채권이 중국 은행의 시한폭탄이 되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재정 수입도 1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은행의 부실을 채워 줄 만큼 자금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셰쉬런 중국 재정부 부장(장관)은 최근 올해 재정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로 인해 중국 재정이 매우 곤란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실토했다. 셰 부장은 “지난 한 해 중국의 재정수입은 6조 위안(10140조 원)을 넘어서 전년 동기에 비해 19% 이상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중국의 재정수입이 5조1322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2.4%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특히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세금 감면과 성장률 둔화로 재정 수입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실시해 기업과 주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투자와 소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재정 적자 규모가 5000억~80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로 인해 경기 부양 정책이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분 투자한 외자은행의 잇단 철수= 중국 은행들에 투자된 외국자본이 최근 잇따라 지분을 줄임에 따라 선진 노하우 전수를 통해 금융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중국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금융주를 매입해 주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자본의 잇단 철수는 시장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이후 중국 금융계에 투자된 외국 자본은 250억 달러가 넘는다. 러시라 할만하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투자 지분을 줄이거나 아예 회수함으로써 중국 금융계 외자 판도에 이상 징후가 형성되고 있다. 신호탄은 스위스의 UBS가 쏘아올렸다. 지난해 12월 31일 그간 보유해 온 중국은행(BOC) 지분 1.3%를 전량 처분해 8억8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이어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7일 홍콩에 상장된 중국 건설은행 지분을 19% 이상에서 16.6%로 줄였다. BOA는 56억 주를 처분, 28억 달러를 확보했다. 또 아시아의 최고 갑부인 리카싱 홍콩 허치슨왐포아 회장도 BOC 주식 20억 주를 팔아 5억2400만 달러를 현금화했다

중국에서 외국은행의 잇단 지분 철수는 △투자한 지 3년이 지나면서 보호예수에서 풀린 데다 △자체적인 자금 수요가 크고 △중국은행들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UBS 등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들은 자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외국인의 중국 은행 지분 보유 한도인 20%를 높여주지 않고 △자본 제휴를 해도 경영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대출 증가 압력에 중국 은행들이 무기력하게 굴복하는데 대한 불만 등이 외국자본의 철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외국 은행들은 지분 축소에도 불구하고 ‘중국 파트너 은행과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리카싱 측 대변인은 “여전히 30억 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은행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발을 빼기에는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국 은행들의 지분 철수는 일시적인 것으로 전반적인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베이징 인민대 재정학 부학장인 자오시쥔 교수는 “외국 은행이 자기네 비즈니스를 먼저 살리기 위해 중국 지분을 줄이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이탈한다는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ING그룹이 베이징은행 지분을 16%에서 상한인 20%까지 확대할 계획임을 지난해 10월 밝힌 점을 상기시켰다. JP 모건 체이스의 새무얼 천 애널리스트도 “중국이 군소 지방은행에 대한 외자 지분 확대를 여전히 권장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 전망이 무척 밝은 중국 금융시장을 외면할 외국자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호예수에서 속속 풀리는 외국계 은행들의 중국 은행들에 대한 지분의 향방이 주목된다. 골드만삭스의 공상은행 주식은 오는 4월2 8일,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그룹의 BOC 지분은 올해 말로 보호예수가 끝난다. 이들의 선택이 중국 은행들의 앞으로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 ‘늘고’ 외국자본은 ‘빠지고’


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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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