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뉴스 - 인구학 왜 중요할까

누구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물론 어렵다. 그러나 미래 전망의 정확성이 우리네 삶의 성패를 갈라놓는다. 경제 문제에서는 더하다. 개인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미래 예측에 달렸다. 사회의 발전과 국가 경영에서도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예측은 역시 중요할 수 밖에 없다.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과 지표가 있을 수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같은 이치다. 그중 가장 기초가 되는 것,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과학적인 인구 전망이다.쉬운 예를 들어 보자. 1960년대 연간 100만 명에 달했던 한국의 출산은 2005년 43만 명으로까지 줄었다. 최근 ‘출산에 좋은 해’라는 역학 논리에다 정부의 피나는 출산율 높이기 정책에 따라 신생아가 소폭 늘기도 했지만 출산율 하락은 대세라고 봐야 한다. 전문의 지망생이 산부인과를 기피하고 보통 수준의 산부인과 병원이 쇠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대형 아파트 등 고가 대형 주택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인구 분석을 기초로 했을 것이다. 경제력이 좋고 넓은 집에 대한 욕구가 강한 40~50대의 인구 변화와 그들의 자녀 숫자 추이, 노부모와의 동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분석치를 보자. 2008년에만 해도 생산가능인구(15~64세) 7명이 노인(65세 이상) 1명을 부양했다. 그러나 2018년엔 5명이, 2027년에는 3명이, 2036년에는 2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놀라운 변화가 우리 앞에 예고된 셈이다. 20년 뒤면 월급 받아 세금 내고 연금에다 각종 사회보험료까지 내면 쓸 돈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소비와 저축, 투자와 자산관리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전체적인 인구 규모에다 성별, 연령별, 직업별 구성비 등 인구의 변화는 사회에 전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교육과 주택 정책, 도시와 산업 정책, 복지 모델과 노인 대책, 심지어 국방 문제와 종교나 문화 패턴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기업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국가도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기업 경영진과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인구 전망치를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이렇게 인구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인구학(Demography)이다. 이 개념이 프랑스에서 학문적으로 나온 것은 153년 전의 일이다. 이제 인구학은 중·장기 정부 정책과 기업의 장기 발전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금융시장에서도 인구를 뺀 미래 전망은 의미가 없어진다. 논란 끝에 국내에서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만 해도 그렇다. 예컨대 퇴직 후 소득과 관련된 자산시장은 인구학적 전망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산의 수요 변화, 구성 변화, 가격 변화 등 자산시장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이 인구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엄청난 자산 디플레이션 시기를 보내고 있다지만 실제로 자산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엄청난 규모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인구 변화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인구학의 연구 결과와 그런 관점의 조사 자료를 접한다면 해석과 유추의 능력이 한층 중요해질 것 같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분석 자료도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부터, 절대인구는 2018년부터 줄어들게 돼 있다. 이 분석만 봐도 수없이 많은 숙제가 나올 수 있다. 7년 후면 구인난 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모자라게 되는 산업 인력을 어떤 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 아울러 군병력 부족이 가시화된다면 여성까지 군복무를 시킬지…. 이런 것들이 결코 먼 훗날의 숙제가 아니다.지금 당장 하루하루가 힘들다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먼 훗날까지 중·장기 인구 전망을 제대로 보면 성공하는 기업, 발전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주택이다, 부동산이다 하면서 낑낑대는 개인들도 재테크 싸움에서 실패할 확률이 낮아지게 된다. 당장 하루하루, 한 달이 다급한 이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역설적인 현실이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