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웅 데스페로

데스페로 틸링은 ‘라따뚜이’의 천재 요리사 쥐 레미를 뛰어넘고도 남을 지경이다. ‘작은 영웅 데스페로’의 주인공 데스페로 틸링은 생쥐 사회의 법도를 거스르기 일쑤인 유별난 생쥐다. 먼저 눈에 띄는 건 특이한 신체 조건. 지긋지긋할 만큼 거대한 귀, 유난히 조그마한 몸집, 갓 태어났을 적부터 호기심을 품고 반짝이던 까만 눈동자까지 그야말로 돌연변이 인자를 한 몸에 타고 났다고나 할까.그러나 생쥐 사회를 경악하게 한 이 기이한 특질은 데스페로를 영웅으로 키워내고 희망을 잃었던 이들은 그의 도움으로 한줄기 빛을 되찾는다.‘용기’라는 가치를 첫 번째로 꼽는 ‘작은 영웅 데스페로’는 중세 기사담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충직한 기사가 갖은 어려움 끝에 아름다운 공주를 구출하고 만다는 고전적인 이야기 말이다. ‘인간과 절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법규를 어기고 공주에게 말을 걸어버린 것도, 콧잔등을 부드럽게 내리치는 그녀의 손길에 황홀경을 느낀 것도, 그녀에게 충성하겠다고 맹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보잘것없는 생쥐 한 마리가 인간 세상을 구원한다는 아이러니가 이 깜찍한 애니메이션의 심장이라는 뜻이다.뉴베리상을 수상한 원작 소설 ‘생쥐 기사 데스페로’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어린아이를 타깃으로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케이트 디카밀로의 소설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말투 아래 냉소와 재기가 번뜩이는 인상적인 수작 아니던가.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데스페로를 물불 가리지 않는 용사로 설정한 건 모험담에 무게를 두기 위한 시도라고 하더라도 일부 캐릭터는 지나치게 평범해진 느낌이다.예컨대 원작에서 아들이 추방을 선고받자 두터운 화장을 한 채 드라마틱하게 기절하던 엄마 쥐는 별다른 특징 없이 밋밋하게 처리되고, 공주가 되길 꿈꾸는 퉁퉁한 시녀 미그는 어린 시절 겪은 잔혹한 경험을 제거하면서 머리 나쁜 악역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태생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픽사라면 같은 줄거리를 놓고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을지 새삼 궁금하다.감독: 샘 펠, 로버트 스티븐헤이겐 / 주연: 엠마 왓슨, 매튜 브로데릭, 시고니 위버 / 분량: 93분 / 개봉: 2월 12일 / 등급: 전체 관람가노인으로 태어나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남자의 일생을 그린 이 시적인 영화가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이라니 믿어지는가. 1918년, 80세의 신체 조건을 지닌 아이 벤자민(브래드 피트 분)이 태어난다. 아내마저 죽어버리자 남자는 아들을 양로원 앞에 버리고, 아이는 그곳에서 퀴니라는 흑인 여자의 손에서 자라난다. 평생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브래드 피트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려면 이 영화를 보시라.이번엔 판이 좀 다르다. 화투도, 도박도 아니요,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는 바로 그 주식이다. 인생 한 방을 꿈꾸며 주식에 투자하다 신용 불량자 신세가 되고 만 강현수(박용하 분). 이를 악물고 독학하던 그는 한 번에 수천만 원을 벌어들이지만 그게 하필이면 전직 조폭 황종구(박희순 분)가 손대고 있던 작전주였다니. 남의 작전을 망친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내로라하는 프로들과 함께 무려 600억 원이 오가는 어마어마한 작전에 휘말린다.여자를 이토록 열 받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그가 나에게 반하지 않았다니! 뼈 있는 조언으로 인기를 얻은 그렉 버런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다섯 여자의 이야기를 엮는 로맨틱 코미디다. 동거하는 남자에게 프러포즈를 못 받는가 하면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잤다고 고백하는 등 하나같이 남자 문제로 골치 아픈 여자들이란 게 공통점. 제니퍼 애니스턴, 스칼릿 조핸슨, 드류 배리모어, 벤 애플렉 등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