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단말기 시장 트렌드

예전에는 새로운 휴대전화 단말기를 고를 때 브랜드 선택은 삼성 LG 스카이, 그리고 모토로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소니에릭슨 노키아 애플 카시오 HTC 등 외국산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크게 넓어졌다. 최근 외국산 단말기의 진입이 본격화되는 것은 비관세 무역 장벽 역할을 해 온 ‘위피(한국형 무선 인터넷 플랫폼)’ 탑재 의무가 지난 4월 1일부터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와 발맞춰 3, 4월 동안 소니에릭슨 노키아 카시오 등이 줄줄이 론칭하면서 포문을 열었다.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총 180만~190만 대로 추정된다. 외국인의 경우 휴대전화를 수년간 사용하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단말기 교체 주기가 훨씬 빨라 제조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하지만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 한국 시장에 진출한 업체가 있었지만 국내 업체의 막강한 벽에 부딪쳐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국내 제조업체 빅3(삼성, LG, 팬택)의 시장점유율은 95%가 넘는다.최근 진입한 외국산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모델들은 ‘스마트 폰(PC 기능이 가능한 휴대전화)’ 콘셉트를 내세우며 국산 모델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003년 국내에서 단말기 판매를 중지했던 노키아는 6년 만에 재개, 지난 4월 7일 다기능 ‘6210s’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3월 10일 소니에릭슨이 출시한 ‘엑스페리아X1’도 윈도 모바일 6.1을 기반으로 슬라이드 방식의 쿼티 키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이다. 캐나다 림(Rim)사의 ‘블랙베리폰’도 국내 상륙을 마쳤다. 일본 카시오사와 제휴한 ‘캔유’는 카시오의 사전 기능과 고화질 카메라 탑재로 승부수를 띠우고 있다. 그 외 구글폰을 만든 대만 HTC사의 ‘터치 다이아몬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 등도 이미 출시를 마쳤거나 협의 중에 있다.카시오의 ‘캔유’를 출시한 LG텔레콤의 강신구 차장은 “개인휴대용정보단말기(PDA)나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 수요가 그동안 미미했지만 마니아 중심에서 최근 일반 고객으로 확대되면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외국산 단말기가 이런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경험했던 외국 모델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먼저 엔화, 유로 등의 고환율로 인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해외 모델을 국내 상황에 맞게 개조, 개발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려 국내 시장 흐름에 뒤처진다는 점. 그리고 핵심 기술이 국내 사정과 맞지 않아 빠지게 된다는 점 등이다. 외국산 단말기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소니에릭슨의 전략은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한국 시장만을 위한 ‘현지화’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을 위한 첫 모델인 ‘엑스페리아X1’은 다른 글로벌 시장의 엑스페리아와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소니에릭슨은 한국 시장이 매우 앞서 있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반응이 빠른 곳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1년 휴대전화 시장의 규모가 2000만 대라는 점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휴대전화를 교환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그만큼 휴대전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판매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목표를 뒀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언젠가는 한번쯤 사용하고 싶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것이 현재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