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에 뛰어든 기업들

오는 6월 발사 예정인 KSLV-Ⅰ에는 160여 개의 민간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개발 및 발사 운영 총괄을 맡고 있지만 부품 설계·제작, 지상 시험 시설·발사 시설 개발, 발사체 총조립 등 현장 기술은 기업들이 도맡고 있다.KSLV-Ⅰ의 전체 조립은 대한항공이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6년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설립한 이후 1977년부터 기술 도입 공동 생산 방식으로 군용 헬기 500MD를 양산하기 시작해 현재 보잉, 에어버스 등의 항공기 동체, 날개 등 주요 파트들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비행체의 개발·조립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것이다.KSLV-Ⅰ의 경우 동체는 대한항공·두원중공업이, 내부의 탱크부는 두원중공업, 복합재 구조체는 대한항공·한국화이바가 담당하고 있다. 비행과 관련된 부분은 대한항공이 설계·조립하고 금속 재료는 두원중공업이, 특수 소재는 한국화이바가 맡은 것으로 볼 수 있다.대한항공은 국내 위성 개발의 태동기인 1993년부터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1, 2호의 위성 본체와 태양전지판의 구조물을 설계, 제작해 독자적인 기술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 통신위성인 무궁화3호의 탑재체 패널과 태양전지 패널을 제작, 납품해 위성 제작 기술력을 인정받았다.특히 아리랑 위성2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개발한 것이다. 또한 고난이도의 선진 기술이 요구되는 통신위성 안테나의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고급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의 본체 및 통신 안테나를 개발해 아스트리움(ASTRIUM)사에 납품하기도 했다.비행체 조립 분야에서 대한항공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추진 계통 제작에는 한화가 뛰어나다. 화약을 터뜨려 추진력을 얻는 원리의 고체연료 로켓에 한화가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한화의 우주산업 영역은 넓은 편이다.한화는 1991년 한국형 전투기(KFP) 사업에서 F-16 비행 조종면 작동기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항공우주사업 전용 공장과 연구소를 갖추고 항공기용 비행 조종면 작동 계통, 유압 및 연료 시스템, 항공기·발사체 추진 계통, 발사체 자세 제어 시스템 및 연료 공급 시스템의 전문 제작 업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은 2007년 항우연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뒤 발사장 건설을 담당했다. 발사체가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로 나아가려면 발사대를 힘차게 디뎌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지지대 이상의 견고함과 정밀함이 요구된다.발사체 발사 때 피어오르는 엄청난 연기는 발사대에서 살포되는 물이 수증기로 변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완성한 발사대는 발사 3초 전부터 초당 900리터의 물을 수십 초간 발포해 섭씨 3000도의 화염 온도를 450도까지 낮출 수 있다. 또 이 발사대는 액체연료인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주입할 수 있다. 연료 주입에 필요한 배관은 대기압의 400배가 넘는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용접됐다.퍼스텍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Korea Aerospace Industry)이 개발한 추력기 시스템은 로켓 엔진 시스템이지만 주추진이 아닌 자세 제어, 위치 유지, 궤도 수정을 위한 추진체다. 발사체 상단부에 위치하며 고압의 질소가스를 분사해 얻어지는 추력을 이용한다.네비콤의 위성항법장치(GPS) 시스템은 1개의 GPS 수신기와 3개의 GPS 안테나로 이뤄졌다. 0.1초당 발사체의 항법 정보를 계산해 알려준다. GPS 이외에도 발사체의 항법 정보(위치, 속도)는 관성항법장치(두산인프라코어)나 지상의 추적 레이더를 통해 알 수 있다.KSLV-Ⅰ에 탑재되는 GPS의 원리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GPS와 동일하지만 높은 고도와 빠른 속도라는 극한 환경에서 운용돼야 하므로 일반 GPS보다 훨씬 고성능이어야 한다.앞서의 업체들이 기계 부분을 제작했다면 단암시스템즈와 쎄트렉아이는 전자 시스템을 맡고 있다. 전자 시스템은 △원격 측정 시스템 △전력 시스템 △비행 종단 시스템 △추적 시스템 △영상 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원격 측정 시스템은 발사체와 위성의 현 상태를 진단해 모든 작동 부위의 상태를 지상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전력 시스템은 상단부의 전자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고 비행 종단 시스템은 비상 시 비행 종료 명령 수신 및 재구동할 수 있도록 한다. 추적 시스템은 트랜스폰더와 안테나를 이용해 궤도를 추적하고, 영상 시스템은 노즈·단·위성 분리 시에 영상을 전송해 분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극한에 견디는 고성능 카메라와 영상 압축기, 송신기가 필요하다.우주 발사체에 탑재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극한 상황에 견뎌야 하고 불량률이 0이어야 하는 까다로운 기술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우주산업은 이제 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향후 높은 성장성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이 본격적으로 우주산업의 메카가 되려면 독자적 발사체 기술이 완성되는 2018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하다.쎄트렉아이는 국내 첫 위성인 우리별 개발에 참여했던 카이스트 출신 연구진이 1999년 만든 우주개발 벤처 회사다. 소형 위성을 만들어 해외 수출하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라작샛과 같은 관측위성이다. 위성사진을 찍는 용도다. 그동안 중동은 위성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최근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라작샛은 중동 지역의 첫 번째 관측위성이다. 오일 머니가 풍부한 곳이라 유망 시장으로 주시하고 있다.우리별3호 성공이 큰 힘이 됐다. 우리별3호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위성이다. 다른 나라에서 위성 기술을 받아 자립화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독자 개발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 한국의 성공을 배우고 싶어 한다.대형 시장은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값비싼 대형 위성을 쏘면서 누가 벤처기업에 발주하겠나. 지금 소형 위성 수출은 1970년대 포니를 처음 에콰도르에 수출할 때와 같다. 그런 심정으로 한다. 한발씩 나가야 한다. 지금 현대차는 벤츠와 경쟁하지 않나.위성 시장은 대형 시장과 소형 시장으로 양극화될 것이다. 태양전지 효율 증가와 경량화로 1톤이 넘던 중형 위성을 300~40kg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대형 시장은 그대로 갈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회다.대전=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