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방정식

이 주의 명작 대니얼 레빈슨,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지난해 이때쯤 한국 사회를 격동하게 한 촛불 집회를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촛불 집회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있었을 만큼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 사회를 촛불 집회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개인들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을 맞이한다. 그것은 외부적인 사건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의 내부적인 사건일 수도 있다. 이러한 복잡 미묘한 일이나 사건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수놓게 되면 그 사람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대니얼 레빈슨이 쓴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원제: The Seasons of a Man’s Life,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펴냄)’에는 이를 ‘절정사건(culminating event)’이라고 표현한다.= 남성이 마흔 살쯤에 이르면 그는 마치 인생의 전환점인 절정에 도달한 듯한 경험을 한다. 가끔 어떤 특별한 사건이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지표로 작용한다.인생에서 매우 중대한 이러한 절정 사건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일어난다. 절정 사건은 긍정적인 사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생행로에서 성공과 실패를 상징하기도 하고 전진과 후퇴를 표시하기도 한다. 가족생활에서의 심각한 갈등 또는 만족감, 자신의 질환, 사랑하는 사람의 질병 또는 죽음,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의 인정 또는 평가절하 등이 절정 사건에 해당된다.레빈슨은 절정 사건의 상징적인 사례로 수학자, 평화주의자, 성적 자유주의자로 유명한 영국의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을 들고 있다. 러셀에게 전환기는 1910년에서 1914년까지의 기간이었다.= “1910년 이전의 내 생애와 1914년 이후의 내 생애는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나기 전과 후의 파우스트의 인생처럼 예리하게 분리되었다. 나는 회춘 과정을 겪고 있었으며 그것은 오톨린 모렐에 의해 시작되었고 전쟁으로 인해 지속되었다(러셀의 ‘자서전2’에서).”그는 38세에 ‘수학원리’를 화이트헤드와 완성했다. ‘수학원리’는 러셀의 명성을 확고히 해 주었고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그를 평생 평화주의자로 만들었다. 94세에 핵무기 반대 데모를 앞장서서 하다 투옥되기도 했다. 연인 오톨린 모렐을 만나면서 성적 자유주의자가 된 그는 “간통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거나 “결혼 후에도 부부는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연애할 자유가 있다”는 등의 급진적 주장을 폈다.= “자유연애만이 성매매를 없앨 수 있으며 부부는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연애할 자유가 있다(러셀의 ‘결혼과 성’에서).”삶은 결혼, 이혼, 질병, 사랑하는 사람의 탄생 또는 죽음, 예기치 않은 충격 또는 행운, 직장에서의 승진 또는 실패, 은퇴, 전쟁, 경기가 좋은 시기와 최악의 시기와 같은 사건들에 의해 비약하거나 주춤한다. 이런 때를 가리켜 ‘이정표적 사건’이라고 하는데 개개인의 인생에 눈에 띄는 충격을 준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연령에서 또는 어떤 상황에서 결혼하든지 개인의 인생에서 지표가 되는 사건이다.결혼에서 배우자의 선택은 개인의 인생 구조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일반적으로 남성은 결혼해서 자신의 가족을 인생 구조의 중심적인 요소로 만들기를 원한다. 이때 배경과 야망이 다른 여인과의 결혼은 남성 인생의 주요한 부분을 전환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혼으로 인해 생긴 변화들은 가끔 예기치 않았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여성 배우자가 야망이 강할 경우 남성은 내면에 상처를 입는 ‘자아 위축(ego deflation)’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꿈을 저버리고 야망을 포기할 수 있다. 얼마 후에 그는 다소간 합리화를 꾀하면서 자신의 꿈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배우자를 비난할 수도 있다.= 어떤 남성은 자신의 특별한 꿈이나 비전을 추구할 수 있는 인생 구조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즉, 그는 그러한 꿈을 공유하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여행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여성과 결혼한다.꿈과 성공은 어쩌면 별개일 수도 있다. 사회적인 성공을 좇다보면 자신의 꿈을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의 봄에 해당하는 초심자 단계(17~33세)에서는 꿈과 성공의 함수관계를 잘 조화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다.이를 위해서는 △꿈을 형성하고 인생 구조 안에 그 꿈을 배치하기 △스승(또는 상사)관계 맺기 △직업을 선택하고 이력을 쌓아가기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기 등의 과제를 잘 진행해 나가야 한다.= 나는 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내 인생의 절절한 위치에 배치해 둘 수 있는 한 내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만약에 내가 아무런 꿈도 갖고 있지 않거나 꿈을 실현할 방도를 찾지 못한다면 내 인생은 진정한 목적이나 의미가 없을 것이다.성인 초기에 꿈과 연관된 인생 구조를 형성한 사람들은 개인적 성취의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중년의 전환기(mid-life transition, 40~45세) 동안에 사람들은 꿈의 신비적인 면을 재평가하고 자신들의 중년기 삶에서 그 꿈의 위치를 수정하게 된다. 중년의 전환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꿈이 갖고 있는 환상적인 측면들이 좀 더 명백해지기 때문이다.즉, ‘만약 주인공이 성공을 한다면 그 후의 그의 인생은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이다. 중년의 전환기에 이러한 환상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꿈과 성공 사이의 틈과 환상들과 잘 타협하기만 하면 그의 중년기는 창조적인 시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대에 꿈을 저버린 사람들은 후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꿈을 접은 채 사회적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인생을 헛되이 살았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할 수가 있다. 엘리아 카잔(Elia Kazan)의 소설 ‘어레인지먼트(Arrange ment)’는 마흔 살에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기 위해 용감한 투쟁을 시작한 어떤 남성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젊은 날 꿈이 소설가였지만 광고 경영인으로 성공했다. 잘못된 사다리를 오르는 데 성공한 후 그는 이제 자기기만적인 공허한 인생의 덫에 걸려 있음을 깨닫는다.= 중년의 전환기가 상당한 혼란과 갈등을 수반할 때 ‘중년의 위기’라고 말한다.‘중년의 위기’에 빠진 소설의 주인공은 어쩌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성공한 직장인들 가운데 ‘직장인으로 성공하기’에 매달려 자신의 꿈을 유보한 채 살아온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그게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뛰어난 작가, 기술자, 또는 지도자여야만 된다고 느끼지 않을 때 그는 좀 더 자유스럽게 그 자신이 되고 자신의 소망과 재능에 따라서 일하게 된다.40명의 남자들의 삶을 10여 년에 걸쳐 추적, 면담을 통해 연구한 이 책에서 저자는 인생을 봄(22세까지) 여름(22~45세) 가을(40~60세) 겨울(60세 이후)에 해당하는 단계로 나눈다.인생의 사계절은 변화와 안정의 순환 과정이다. 환절기처럼, 인생의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옮겨가는 과정에는 변화와 성장을 위한 고통이 따른다. 지금 인생의 어느 계절을 살고 있는지 한번 뒤돌아보자. 혹시 환절기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지는 않은지.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