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법칙⑤

빅터 고어츨, ‘세계적 인물은 어떻게 키워지는가’‘난잡하고, 엉성하고,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고, 흐리멍덩하고, 의심 많고, 애매하고, 불명확하고, 대충하고, 부정확하고, 꼼꼼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무관심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이런 부류의 사람을 한번쯤이라도 지켜본다면 ‘한심한 사람’이라거나 ‘제 앞가림도 못하고 밥벌이도 못할 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더욱이 이런 사람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그는 ‘자아실현을 한 인물에 대한 고찰’이란 글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일수록 이러한 특징들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흔히 성공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계산적이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는데 이러한 성격의 사람들은 오히려 ‘중소 규모의 사업가’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달리 말해 주위에서 ‘한심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던 사람들이 재벌처럼 ‘큰 성공’을 이루는 반면 주위에서 ‘성공할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들은 그저 그런 수준의 ‘작은 성공’에 머무른다는 것이다.한발 더 나아가 아버지가 인생에서 ‘실패자’라면 그 자녀들은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이 역시 ‘실패자 아버지’에게서도 성공할 자녀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실패한 아버지’보다 ‘성공한 아버지’에게서 성공한 자녀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통념을 뒤집고 있다.가정의 달인 5월에는 부모라면 과연 자녀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한두 번쯤 생각해 볼 것이다. 빅터 고어츨 부부와 아들인 테드 조지 고어츨의 공저 ‘세계적 인물은 어떻게 키워지는가(원제 Cradles of Eminence)’라는 책은 자녀 교육이나 인재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필독서로 꼽힐만한 책이다. 저자들은 미국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400명의 유명 인사의 전기(20세기 인물 중에서 미국인은 2권, 외국인은 1권 이상)에서 그 공통점을 이끌어냈다.= 세계적 인물로 키워낸 가정의 한 가지 공통점을 꼽는다면 ‘공부와 성취 중시’다.이 책에서 다룬 저명인사들의 90% 이상이 공부와 성취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가정 출신이었다. 큰 인물을 키워낸 부모들은 대부분 ‘책벌레’였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의욕적이었다. 윈스턴 처칠의 외할아버지는 도박사로도 유명했다. 외교관이자 신문 편집인으로 활동한 외할아버지는 뉴욕 시내에서 경마 대회를 최초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 기질은 처칠의 승부사적 리더십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부모상을 대변한다. 그는 책상 앞에서 쓰러질 때까지 일에 전념했고 알프스의 슈레크호른을 최초로 등정했다. 부모가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 매사에 적극적이면서 평생 책을 가까이 하며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자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고생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자녀가 성공하는데 아무런 장해가 되지 못한다.= 아이를 세계적 인물로 키워낸 가정은 공통적으로 신체적으로 게으른 부모는 전무하다.저자들은 “저명인사 4분의 1은 아버지가 실패자”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실패자 아버지’가 오히려 자녀가 성공하는데 ‘공헌’한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실패자로 살 경우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위안을 찾는다. 이때 아들은 성공해서 불행한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는 것.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아버지 모리스 거슈윈은 ‘사업 망하기’가 주특기였다. 그의 유치찬란한 행동을 가리켜 ‘거슈위니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앤드루 카네기의 아버지도 사업에 실패한 몽상주의자이면서 이상주의자였다. 록펠러의 아버지도 떠돌이 약장수였고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식료품 도매상의 영업사원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는 생계유지도 하지 못했다. 버나드 쇼와 찰리 채플린, 제임스 조이스, 루이 암스트롱과 같은 위인들은 알코올 의존증의 아버지를 두었다.= 세계적 인물을 키워낸 부모들은 한결같이 자기주장이 강한 부모였다. 이들에게서 중립적인 태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사망, 투옥, 유배된 부모의 자녀들은 부모가 열중한 대의명분에 따르기보다 무의식중에 예술 쪽으로 선회하게 된다.자녀에게 특별히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평범한 환경을 제공하는 ‘중립적인 부모’ 밑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보인 아이라도 결국 평범하고 보통 수준의 인물밖에 될 수 없다고 한다. 400명 중 227명의 가족이 뚜렷한 정치적 입장을 견지했고 개혁 운동에 참여했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등 자기주장이 강한 부모였다. 자기주장이 강한 가정의 출신 자녀는 부모에게 반항하기보다 오히려 부모를 모방한다.= 권위적인 어머니(가모장적 어머니)가 자녀의 재능을 발전시키는 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저명인사 400명 중 권위적인 어머니는 109명, 아버지는 겨우 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권위적이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아버지가 권위적이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만 ‘가모장적인 집안’에서는 어머니가 자녀를 편애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어떤 어머니들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장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또 매우 유능한 아버지를 둔 아들은 종종 자신감을 잃곤 한다. 위대한 아버지 밑에 위대한 아들은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역사상 매우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소란하고 격정적인 가정의 아이는 고난을 겪으며 감성적이고 눈치가 빨라서 그런 고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된다.이 역시 통념을 깨어주기에 충분하다. 흔히 위대한 인물은 유복하고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00명 중 유복하고 평온하며 비교적 문제없는 가정 출신은 58명(15%)에 불과하다. 부모와 자녀 모두 성격이 급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변덕스럽거나 실험적인 편이 많았다. 으스대기도 잘하고 때로는 끔찍한 실수를 했다.= 행운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행운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제대로 준비돼 있고 끈기 있는 쪽이며, 그런 사람이 훗날 전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끝으로 400명의 저명인사들에게 발견되는 공통된 특성으로는 자신의 이상과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끈기’라고 말한다. 또 끈기와 함께 성공을 향한 열정과 소명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취미이거나 피상적인 관심뿐이던 것을 어떤 절실하고도 열정적인 소명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동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내 몸속의 가시’다.= 아무리 창의적인 인물이라도 업적을 세우기 위해서는 재능과 격려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칼 융은 ‘원형적 욕망’, 제인 피어토는 ‘내 몸속의 가시’라고 했다.요즘과 같은 경제 위기 시대에, 특히 40대나 50대 들어 일부 남성들은 시들어버리고 급기야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투쟁 속에서 내면의 열정이 소진돼 더 이상 자신의 잠재력이 되살아날 수 없는 경우 ‘내 몸속의 가시’가 없기 때문이다. ‘실패자’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내 몸속의 가시’가 죽은 사람이 아닐까.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