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확대’ 팔 걷은 CJ오쇼핑

CJ홈쇼핑은 지난 5월 11일부터 CJ오쇼핑(CJ Oshopping)으로 사명을 바꾸며 재도약을 위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홈쇼핑’이란 업태명이 단지 ‘집에서 쇼핑한다’는 제한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온라인 쇼핑을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명을 변경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오(O)’는 ‘온라인(On-line)’과 ‘온에어(On-air)’ 양측을 아우르며 최적의(Optimum),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쇼핑할 수 있다는 ‘옴니프레젠트(Omnipresent)’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CJ오쇼핑은 새로운 사명을 선포하며 두 번째 성장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홈쇼핑 업계에서 만년 2위였던 CJ오쇼핑은 1분기에 영업이익 567억 원, 순이익 197억 원 등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1위였던 GS홈쇼핑을 앞질렀다. CJ오쇼핑의 매출액은 1510억 원으로 아직 GS홈쇼핑 1567억 원보다 밑돌지만 이익 면에서 1위를 탈환한 사실에 CJ오쇼핑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게다가 중국 등 해외시장 진입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현재 홈쇼핑 시장 총규모는 약 6조 원에 달하며 점유율은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각각 30% 안팎이고 현대홈쇼핑 18%, 롯데홈쇼핑 15%, 농수산홈쇼핑 9%로 추정되고 있다.먼저 홈쇼핑 업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95년 케이블TV 방송이 시작되면서 홈쇼핑 사업이 시작됐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각축을 벌이며 2002년까지 매년 약 2배씩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걸었다. 이후 후발 3사인 현대홈쇼핑, 롯데(옛 우리)홈쇼핑, 농수산홈쇼핑이 시장에 신규로 진입했다. 2002년 이후 성장세가 수그러들었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2006년까지 다시 소폭 성장세를 회복했고 다시 2007년부터는 시장이 정체돼 있다. 그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의 도전, 업체 간 경쟁 심화, 그리고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홈쇼핑 업계의 화려했던 성장 신화는 기가 꺾였다. 특히 옥션, G마켓, 11번가 등 인터넷 오픈마켓 도전에 시장을 잠식당하며 홈쇼핑 업계는 자활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CJ오쇼핑이 사명을 바꾼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인터넷 쇼핑 사이트인 CJ몰(www.cjmall.com)에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 아래 이뤄졌다. TV 쇼핑은 이미 한계에 부딪친 데 비해 온라인 시장은 성장 여지가 아직 크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오쇼핑의 매출은 TV 쇼핑 60%, 온라인 30%, 카탈로그 10% 순이다.홈쇼핑은 ‘싼 물건을 취급한다’, 그리고 ‘충동구매’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홈쇼핑’이란 이름을 버려야 했다. CJ오쇼핑은 기존 중저가 제품을 주로 취급한 데 반해 최근 명품, 외제 자동차 등 고급 제품도 유통시키며 중고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도 사명 변경 이유에 포함돼 있다.홈쇼핑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CJ오쇼핑은 이제 동종 업체,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보다 소비자들이 믿고 살고 있는 상품으로 승부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갖고 있다. CJ오쇼핑의 김성중 차장은 “온라인 쇼핑몰은 제품 공급 업자가 무수히 많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오픈마켓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100명에 달하는 상품기획자(MD)를 통해 엄선된 제품만 유통하므로 차별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CJ오쇼핑은 지난 5월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3년까지 국내 2조5000억 원, 해외 3조5000억 원 등 모두 6조 원의 취급액을 올린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지난해 CJ오쇼핑의 국내 취급액이 1조5000억 원, 해외가 2000억 원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다.이날 CJ오쇼핑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홈쇼핑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해선 대표는 “이제는 자연 성장(Organic Growth)의 한계에서 벗어나 변신(Metamorphosis)해야 한다”며 “기존 자원을 활용해 연재 시장에서 파이를 더 먹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혁신적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하며, 그 핵심은 글로벌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2013년 글로벌 시장 취급액 목표인 3조5000억 원 중 약 55%인 2조 원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달성하고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에서 45%의 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CJ오쇼핑이 목표를 높게 설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최근 해외 진출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CJ오쇼핑의 중국 현지법인인 동방CJ는 제2차 성장기에 진입한 중국 홈쇼핑 산업 내에서 선도 기업으로 부상했다. 현지 홈쇼핑 사업자인 후남TV의 콰이러홈쇼핑, 인포머셜 형태의 에이콘(Acorn)과 함께 동방CJ는 3대 홈쇼핑사로서 2009년 취급액 및 순이익이 97%, 149%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CJ오쇼핑은 지난 2004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상하이 미디어 그룹과 CJ오쇼핑의 합작법인인 동방CJ는 CJ 측이 경영권을 갖고 있으며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방CJ는 2006년부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2008년에는 2100억 원을 기록했다. 방송 지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최근 저장성 장쑤성 푸젠성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방송 시간 역시 초기 진출 시보다 크게 늘고 있다.동방CJ의 성공 요인은 중국의 상류층을 타깃으로 삼성, LG, 락앤락 등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국내 홈쇼핑에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중국 현지화해 제안한 것이 적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GS홈쇼핑도 충칭과 청두에 진출했지만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홈쇼핑은 2003년 광둥에 진출했지만 2006년에 철수했다.유로모니터(Euromonitor) 데이터에 따르면 2008년 중국 홈쇼핑 산업 판매액은 110억 위안으로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1%다. 중국의 홈쇼핑 규모는 아직 작지만 빠른 성장과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투자증권의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 중국 홈쇼핑 시장은 151억500만 위안으로 성장할 전망이다.한국에서의 노하우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확신하는 CJ오쇼핑은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며 확장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 화베이 지역에서도 천천CJ가 지난해 방송을 시작했고 인도에서 스타TV와 제휴로 24시간 홈쇼핑 전용 채널 방송이 오는 8월부터 시작한다.CJ오쇼핑이 지난 3년간 준비한 인도 시장 진출은 뉴델리, 뭄바이, 퓨네 등 대도시 중심으로 전개될 계획이다. 인도 시장은 중국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CJ오쇼핑은 보고 있다. 케이블 방송이 발달했고 상류층이 많으며 현대화된 유통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지난해 4월 인도에서 처음으로 24시간 홈쇼핑 채널을 오픈한 ‘홈숍18(Homeshop18)’은 10개월간 1000억 원 가까운 취급액을 달성함으로써 인도 홈쇼핑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인도의 경우 근대화된 유통시장이 연간 40% 이상 성장하고 있어 CJ오쇼핑의 글로벌 목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보였다.CJ오쇼핑은 중국과 인도 등 해외시장 개척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홈쇼핑사로 부상하고 있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