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수직상승 ‘인도 펀드’ 투자 전략

인도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브릭스(BRICs) 지역 중 투자 매력도가 낮은 지역으로 펀드 수익률 회복이 가장 더딘 지역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발 신용 위기에 따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출 주도형 인도 경제에 큰 타격을 줬고 총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외국인의 투자 자금도 지속적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5월 18일 인도 센섹스지수가 17.2% 폭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급등에 따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을 뿐만 아니라 과열에 따른 조기 폐장을 단행하기도 했다.이로 인해 인도 펀드의 수익률도 덩달아 급등했다. 인도 펀드의 1주일 평균 수익률이 25.93%(5월 19일 기준)를 기록하면서 1.53%인 해외 주식형 펀드의 1주일 평균 수익률을 비교 대상으로 하기에는 엄청난 수익률을 나타냈다. 좀 더 세밀하게 보자면 1주일이 아니라 5월 18일 단 하루 만에 수익률이 폭등한 것이다. 이날 ‘미래에셋 인디아인프라섹터증권자투자신탁 A’가 하루 만에 22.4%를 기록하는 등 인도 펀드 대다수의 일일 수익률이 20%를 상회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그렇다면 1주일, 아니 하루 사이 인도 펀드의 수익률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총선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인도의 15대 총선이 지난 5월 13일 5차 투표를 끝으로 1개월간의 레이스가 종료됐다. 선거 결과는 국민회의당(INC)이 이끄는 집권 연합인 통일진보연합(UPA)이 전체 543석 중 261석(48.07%)을 차지하면서 출구 조사 예상치 216석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던 제1 야당인 인도국민당(BJP) 주도의 전국민주연합(NDA)은 157석을 얻는데 그쳤다. 물론 이번 총선 역시 지난 2004년과 마찬가지로 단일 정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연립정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국민회의당은 단독으로 205석을 확보하면서 지난 1991년 이후 최대 승리를 기록했다. 국민회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사회주의 연합이 그동안 반대했던 경제개발, 개혁 정책 등의 현실화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국민회의당을 이끄는 만모한 싱 총리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코노미스트다. 따라서 그가 인도 금융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할 것으로 보인다.한편 총선 기간 동안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도 루피화는 같은 아시아권 국가 통화와 달리 달러 대비 0.05%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 집권당인 국민회의당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5월 18일 루피화 가치는 달러 대비 3% 상승하며 작년 12월 22일 이후 5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되면서 인도 펀드의 수익률 급증에 일조했다.그러나 인도의 경기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첫째, 인도의 전반적인 성장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산업생산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9년 3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하며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산업생산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2월뿐만 아니라 작년 12월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면서 내수 경기가 상당히 부진하다. 이렇듯 산업생산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며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생산 가동률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신규 자본 지출이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둘째,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인 인도에서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2009년 3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33.26%를 기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재정적자 역시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할지 여부도 의심스럽다.셋째, 디플레이션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도는 인플레이션 척도로 소비자물가보다 도매물가 상승률을 주로 사용한다. 2008년 3분기 12%를 상회하던 도매물가 상승률이 2009년 3월과 4월 각각 0.26%와 0.7% 상승에 그치면서 2000년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것이라고 보기보다 디플레이션 우려감이 확대되고 있는 수치로 볼 수 있다.반면 자금이 순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09년 4월 외국인 직접 투자금액이 4억9000만 달러로 월간 단위로 올 들어 가장 큰 금액이 유입됐다. 지난해 내내 유출되던 외국인 직접 투자 금액이 유입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글로벌 펀드 자금 동향을 보면 브릭스 지역 중 가장 더딘 자금 유입을 보이는데, 이는 브릭스 지역에서 가장 늦게 상승세가 시작됐다는 측면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듯하다.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이 집계한 글로벌 펀드 자금을 살펴보면, 다른 브릭스 지역은 3월부터 자금 유입이 지속됐지만 인도는 4월부터 자금 유입이 시작됐고 자금 유입 규모도 총 4억7000만 달러로 브릭스 지역 중 가장 적은 자금 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근 한 달 사이 인도 펀드의 설정액이 419억 원(5월 19일, 제로인 기준) 감소하며 오히려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한 달 사이 정치적 이슈로 불확실했던 인도보다 좀 더 상황이 나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커져 해외 펀드의 자금을 중국 및 러시아로 집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인도 펀드의 투자 전략은 브릭스 지역의 다른 국가와 비슷하다. 최근 인도 펀드의 수익률 개선은 브릭스 지역에서 일종의 키 맞추기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인도는 수출에서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인데 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둔화로 수출이 감소됐다. 이는 결국 기업 이익 감소로 이어졌고 고용 및 소비에서 악영향을 미치면서 인도 증시의 회복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둔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여파로 단번에 다른 증시와의 상승 폭을 맞추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인도 증시의 주가수익률(PER)이 14.6배(블룸버그 기준)까지 높아지며 아시아 지역의 평균 PER를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현시점에 인도 펀드에서 단기적인 차익을 얻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는 현시점이 부담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현 집권당인 국민회의당의 경기 부양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라는 금융 정책부터 시작해 인프라 관련 경기 부양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대감이 충만한 상황이다.또한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인도로 자본 유입이 확대됨과 동시에 수출 증가율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인도 펀드에 투자한다면 금융 및 인프라 관련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또한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보기술(IT) 비중이 높은 펀드도 고려해 봄직하다. 물론 재정적자 부담이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얼마나 재정적자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경기 부양책을 펼칠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투자를 시작한다면 적립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거치식 투자는 올해 말 인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결정하는 것이 좀 더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