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닛산 알티마 3.5

닛산 알티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닛산에 대해 낯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리어답터적 성향이 강한 한국인들에게 2006년 출시 모델이 눈길을 끌기는 힘들다. 게다가 알티마는 배다른 형제로 볼 수 있는 르노삼성의 SM5, SM7이 국내에 버티고 있어 간섭현상마저 극복해야 한다.그러나 혼다코리아가 올드 모델인 어코드를 처음 들여와 인지도를 높인 뒤 신형 어코드의 전 세계 출시에 맞춰 한국 시장에 내놓았을 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지금의 알티마가 2006년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차세대 알티마가 나올 경우 폭발력을 예감할 수 있을 듯하다.외관은 잘 알려진 대로 르노삼성 SM5와 비슷하다. 닛산 D플랫폼을 쓴 티아나를 베이스로 국내에서는 SM5, SM7으로 변형됐고, 미국에서는 알티마로 변형됐다. 다만, 알티마는 전면 휠하우스를 돌출시켜 SM 시리즈보다 스포티해 보인다. 한국닛산 측은 이를 ‘모래시계’ 같다고 표현한다.알티마를 타는 순간 ‘미국형 실속차’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식품 회사 광고 중에 ‘완벽이란 더 이상 넣을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라는 말이 있다. 점점 럭셔리해져 가는 국산차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을 만큼 간소하다. 그렇지만 첨단 휴대전화도 1년 이상 사용하면 통화 이외의 기능은 거의 쓰지 않는 것처럼 운전에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놓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보조석의 시트 조절은 수동 조작이다. 오토 윈도는 운전석 창만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은 기본 사양이다. 스마트키와 버튼 시동은 채택됐다.전폭(좌우 폭)은 1800mm로 SM7보다 15mm 길다. 휠하우스 돌출 때문으로 보인다. 실내 공간은 SM 시리즈와 비슷하다. 그러나 인테리어가 단순해서인지 실내 공간이 훨씬 넓게 느껴진다. 이런 단순함을 극복해 주는 것은 닛산의 프리미엄 오디오에 반드시 들어가는 보스(Bose) 오디오 시스템이다.주행 특성도 인테리어 콘셉트와 비슷하다. 극도의 정숙성도 아니고 과도한 푹신함도 아니고 요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엔진음은 소음이 아닌 수준에서 경쾌하면서도 부드럽게 퍼진다. 기분 나쁜 저음이 없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은 딱딱한 편이지만 충격이 전달되는 찰나에 제거된다. ‘적당하면서도 기분 좋은 긴장감’이 이 차에 어울리는 표현인 듯하다.변속기는 X트로닉 CVT로 무단 변속기다. 엔진의 회전력을 손실 없이 휠에 전달한다. 다단 변속기는 단속(斷速)되는 순간 엔진과 휠의 동력이 살짝 끊기게 되는데, 이때 동력 손실이 발생한다. 무단 변속기이기 때문에 다단으로 변속될 때의 폭발적 가속감이 없는 대신 뛰어난 연비가 장점이다. 거의 동일한 엔진(VQ35)을 쓴 르노삼성 SM7 VQ35(공차 중량 1580kg)의 연비가 리터당 9.0km인데 비해 알티마 3.5(공차 중량 1555kg)의 연비는 리터당 9.7km다. 최고 출력도 알티마가 271마력으로 SM7(217마력)보다 위다.자동차가 없으면 식료품도 살 수 없어 굶어야 하는 미국에서 카센터에 하루라도 차를 맡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기피 대상이다. 주행 성능도 당연히 좋아야겠지만 베스트셀러의 조건은 ‘잔고장 없음’에 있다. 미국 베스트셀러로 검증된 내구성은 잠깐의 시승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