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05호 (2009년 06월 08일)

‘꽃’보다 ‘브랜드’가 대세

기사입력 2009.06.04 오후 02:50

‘꽃’보다 ‘브랜드’가 대세
‘꽃’보다 ‘브랜드’ 시대다.

단순히 꽃을 받았다고 말하던 때를 지나 ‘무슨 꽃’을 받았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엔 ‘커피’를 마셨지만 지금은 ‘스타벅스’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브랜드와 소비는 ‘닭과 달걀’과 같은 존재다.

꽃 시장에서도 지금 브랜드가 소비를 만들고, 소비가 브랜드를 키우면서 꽃 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월 1일 개점 10주년을 맞아 리뉴얼을 단행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두타) 1층 입구에 ‘케이트가든’이라는 꽃집이 들어섰다. 외부 데크와 연결돼 있고 입구 반대쪽에는 두타 직영 커피 전문점 ‘렌테(Lente)’가 들어서 있다. 이 자리 역시 1층에서 고객의 출입이 가장 잦은 ‘명당’이다. 이곳을 꽃집이 차지한 것이다.

이화여대 내의 신개념 지하 캠퍼스 공간인 이화캠퍼스센터(ECC) 지하 4층. 푸드코트(food court), 극장, 커피 전문점 등이 즐비한 이곳에 꽃집인 ‘소호 앤 노호(Soho & Noho)’가 2008년 3월 문을 열었다. 당시 이화여대 측은 입점 매장을 모두 브랜드 업체가 운영하는 직영점을 넣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점포가 들어서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기업 계열과 전문 브랜드로 시장 양분화

지난해 5월 지하 식당가를 리뉴얼한 웨스틴조선호텔의 지하 1층 출입구에는 꽃집 ‘격물공부(格物工夫)’가 있다. 리뉴얼 이전에는 ‘제인패커(Jane Packer)’라는 영국 꽃 브랜드가 있었지만 리뉴얼과 함께 조선호텔 자체 브랜드인 격물공부가 들어섰다. 기존의 제인패커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서 별도의 브랜드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1월 서울 서초동의 삼성타운 본관 지하 2층 아케이드에는 꽃집 ‘리빙룸’이 입점했다. 리빙룸 매장의 절반은 꽃을, 나머지 절반은 선물용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싱그러운 꽃들이 진열된 모습은 여기가 꽃집임을 말해주고 있다. 리빙룸은 신라호텔 브랜드인 ‘플라워 부띠끄’가 직영하고 있는 곳이다. 신라호텔은 ‘페이스트리 부띠끄’ ‘플라워 부띠끄’ ‘리빙룸’처럼 일반명사 같은 브랜드가 특징이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조선호텔과 달리 신라호텔은 남산자락에 위치해 호텔 내에 별도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강남 요지에 매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호텔 내에는 작업실만 두고 있으며 주로 호텔 내부 장식이나 결혼 등의 이벤트 장식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3월 신라호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로리스트(florist)인 제프 레섬(Jeff Leatham)과 웨딩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신라호텔 측은 “다른 호텔에서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신라 룩(The Silla look)’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호텔과 신라호텔의 ‘꽃 대전(大戰)’은 실무 책임자인 정유경 상무와 이부진 전무의 대결로 눈길을 끈다. 각각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의 장녀인 이들은 사촌 자매 사이로 동종 업계에서 있다 보니 종종 라이벌로 비교된다.

국내의 브랜드 꽃 열풍은 2002년 조선호텔이 영국 브랜드인 제인패커를 들여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어 신라호텔이 2005년 ‘폴라 프라이켓’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내 브랜드인 소호앤노호와 ‘헬레나(Helena)’까지 가세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신라호텔은 폴라프라이켓과 지난해 말 계약을 종료했고, 조선호텔은 제인패커 대신 격물공부를 입점시키면서 해외 브랜드보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무래도 호텔 자체의 물량이 많다 보니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격물공부와 리빙룸이 대기업 계열의 브랜드라면 소호앤노호, 헬레나, 라페트 등은 토종 전문 브랜드로 입지를 키우고 있다. 1999년 출범한 헬레나는 현재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에 입점해 있고 청담동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직영점 4개, 가맹점 12개를 운영 중인 소호앤노호는 현재 유일하게 꽃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1997년 카페 ‘소호앤노호’에서 꽃을 팔기 시작한 것이 효시로, 당시 재벌가 안주인들을 시작으로 강남에서 관심을 얻으면서 1999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본점)에 입점하게 됐다. 소호앤노호는 이병철 대표가 브랜드 사업을 담당하고 그의 여동생 이혜경 원장이 ‘소호앤노호 스쿨’의 교육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꽃의 ‘스타벅스’가 되자는 것이 목표”라며 “좋은 품질의 꽃을 팔되, 단지 꽃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주고받는 브랜드가 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소호앤노호는 현대백화점 5개점(압구정 목동 무역 신촌 천호)을 비롯해 수도권 및 전국에 걸쳐 10개의 가맹점이 있다. 최근 리뉴얼한 두타의 케이트가든은 현대백화점 내 입점 점포와 차별화하기 위해 새로 만든 브랜드다.

브랜드 꽃가게들이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보니 꽃 브랜드가 백화점을 대표하기도 한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에는 제인패커, 롯데백화점에는 헬레나, 현대백화점에는 소호앤노호가 각각 독점적으로 들어가 있다. 최근에는 이들 꽃가게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트렌드다. 소호앤노호 이 대표는 “살아 숨 쉬는 식물이기 때문에 자연주의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고, 아름다운 꽃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꽃’보다 ‘브랜드’가 대세
1.소호앤노흐 삼청점 2.리빙룸 삼성타운점 3.케이트가든 두산타워점 4.오르 헬레나 롯데 에비뉴엘점

정해진 가격 없어…100만 원 넘는 부케도

이렇게 ‘고급’과 ‘문화’를 내세우는 브랜드 꽃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조선호텔 격물공부의 민세안 매니저는 “정해진 가격은 따로 없고 고객이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서 만든다. 부케(꽃다발)의 경우 최소 5만 원부터 100만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비싼 것은 한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싼 재료와 꽃을 쓰면 당연히 부케 가격도 비싸진다. 예를 들어 수입품인 작약의 경우 한 송이에 4만 원 정도인데 수량을 나이에 맞춰 산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래도 수입품이거나 국내산이라도 소량만 생산되는 경우에는 꽃 자체가 비싸다”는 설명이다. 제인패커의 경우 주2회 수입품을 들여오는데 계절에 따라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호주 일본 등 수입처가 다양하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입점한 ‘오르 헬레나’의 매장 직원은 “고객층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고 다양하다. 부케의 경우 보통 3만~5만 원대를 가장 많이 찾는다. 대부분 단골손님들로 화려함을 추구하는 편인 헬레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려주었다.

꽃의 브랜드화는 서서히 확산되는 추세다. 소호앤노호 이 대표는 “두산그룹의 두타 입점 이후 코오롱 그룹에서 무교동과 과천의 사옥에 입점을 요청해 왔고, 성남 경원대 내의 비전타워에 내년 1월 입점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신규점(일산, 청주 대구 등)에도 추가로 입점할 계획이다. 예전에는 1층에 커피 전문점이 입점하면 건물의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브랜드 플라워 숍이 그 역할을 이어받고 있다. 또 드라마나 시상식을 봐도 조금씩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인다”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인터뷰│이병철 소호앤노호(Soho & Noho) 대표이사

‘꽃의 스타벅스 만드는게 목표’

이병철 소호앤노호(Soho & Noho) 대표는 제일모직에서 10년 동안 생산·브랜드를 담당하고 뉴욕에서 2년 동안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미국 뉴욕주립대 산하의 예술·디자인·비즈니스·기술 분야의 전문학교)를 졸업했다. 귀국 후 패션 업체 ‘데코’에서 5년 동안 의류본부장을 지냈고, 데코의 생활용품점 ‘전망 좋은 방’ 출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플로리스트인 동생이 1997년 연 카페 ‘소호앤노호’에 함께 참여한 뒤 1999년부터 외부 점포를 열었다.

꽃을 브랜드화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옷은 공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브랜드가 명확합니다. 그러나 꽃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 그때그때 직접 만들다 보니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해외 브랜드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체 스쿨을 통해 퀄리티를 갖춘 뒤에 가맹점을 열 기회를 줍니다. 80% 이상 동일한 품질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꽃인데 브랜드 때문에 비싸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비싼 것이지 아무 재료나 쓴다면 싸지겠지요. 고급 종자에서 나온 고급 재료로 일반 꽃보다 몇 배나 좋은 품질의 재료를 씁니다. 일반 사람도 좋은 꽃을 보면 금방 알아차립니다. 스타벅스도 한때 밥보다 비싼 커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지 않습니까.

가맹점주는 모두 여성입니까.

그렇습니다. 여성들이 꽃가게 주인에 대한 선망을 갖고 있습니다. 꽃가게는 커피 전문점보다 설비가 들지 않습니다. 가위만 있으면 되지 않습니까. 가맹점은 품질이 보장되는 꽃을 배달해 주기 때문에 새벽에 꽃시장에 나가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어서 여성 혼자서 하기에 좋습니다.

가게를 여는 데 필요한 비용은 얼마인가요.

가맹비로 2500만 원가량 듭니다. 가게 보증금 등을 포함하면 대개 1억~1억5000만 원 정돕니다. 도심지가 아니면 6000만~7000만 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대개 자리 잡히는 데 1년이 걸리는데, 이때가 지나면 월수입이 평균 400만~500만 원 정도 나옵니다. 적게는 200만~3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에 도전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래도 구매력이 높은 강남 지역에 가게를 내야겠네요.

오히려 서울의 강북이나 지방이 잘됩니다. 강남엔 비슷한 가게들이 많다 보니 경쟁이 심하고, 오히려 비강남의 고객 충성도가 높습니다. 안목이 있는 고객의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전국에 꽃가게가 5만 개 정도 있습니다. 이들 중 100개 정도를 우리 브랜드로 만들 목표를 세워 봤습니다. 내년부터는 3%의 로열티를 받아 홍보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취재=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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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6-04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