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플랫폼 전쟁

전쟁(戰爭)이란 국가 또는 정치 집단 사이의 폭력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상태 및 행동을 말한다. 둘 이상의 국가 간에 어떤 목적을 두고 수행되는 싸움으로 치열한 경쟁이나 혼란을 말하기도 한다.정보기술(IT) 업계도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전쟁에서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합(PC의 경우 인텔과 윈도의 조합)’인 플랫폼 부문은 IT 환경 변화에 따라 각 업체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지금까지 PC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플랫폼 전쟁은 최근 들어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다.모바일 플랫폼 전쟁은 우선 운영체제 경쟁으로 구분된다. PC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플랫폼 시장을 이끈 것처럼 모바일 부문에서도 이 부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모바일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고 있는 ‘윈도 모바일(windows mobile)’, 사이언의 ‘심비안(Symbian)’, 애플의 ‘오에스 텐(OS X)’,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의 4파전으로 볼 수 있다.2000년 ‘포켓PC 2000’부터 시작된 윈도 모바일은 PC와의 연계성을 강점으로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윈도 모바일은 PC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적합하지만 스마트폰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버그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노키아 휴대전화 등에 탑재되는 심비안은 다른 운영체제보다 단순하고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다른 운영체제에 비해 기능상 제약이 있고 노키아를 제외하면 다른 운영체제에 비해 지원군이 약하다.애플 OS X은 맥북 등 PC에서 사용되는 운영체제였지만 아이팟 터치, 아이폰 등에 적용되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애플은 자사 제품 외에는 OS X을 공급하지 않는 등 폐쇄 정책을 펴지만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 음원 및 멀티미디어 제공 서비스 아이튠즈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가장 최근에 등장한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만든 모바일 운영체제다. 처음에는 구글이 단독으로 개발했지만 이후 삼성전자, 퀄컴, 엔비디아 등 업체들로 구성된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가 개발을 돕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공개 소스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공개 소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맵, 유튜브와 연동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2005년 인수한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 업체 이름이다.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4개 업체는 각기 다른 목적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사이언, 애플과 구글은 확연히 다른 방향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둘로 나뉜 업체들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플랫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릴 필요가 있다. 그동안 플랫폼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으로 해석됐지만 최근에는 한 분야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사슬(value chain)로 해석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운영체제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뀌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예를 들면 지금까지 PC는 윈도 운영체제 기반에서 프로그램을 사용했기 때문에 운영체제(OS)가 플랫폼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운영체제 역할이 줄어들고 웹브라우저가 플랫폼 역할을 일부 담당했다. 소비자들은 윈도, 리눅스, OS X 등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웹브라우저를 켜고 e메일, 정보 검색, 블로깅 등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익스플로러), 모질라그룹(파이어폭스), 구글(크롬) 등이 웹브라우저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단순히 웹브라우저 경쟁을 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웹사이트가 웹 표준에 맞춰 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웹브라우저도 플랫폼 역할을 하기에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이에 따라 웹브라우저 경쟁은 최근 콘텐츠가 중심이 된 서비스 플랫폼이 대체하고 있다. 유튜브,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등 주요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스마트폰 중심 모바일 플랫폼뿐만 아니라 PC와 다른 IT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떤 기기, 운영체제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특정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됐기 때문이다.이런 동향을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심비안은 단지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고, 애플과 구글은 자신들의 서비스 플랫폼 전략을 확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모바일 운영체제를 내놓은 것이다.플랫폼 전쟁은 하드웨어(PC)에서 소프트웨어(운영체제, 브라우저)로, 그리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의 관계는 수직적이어서 상위 플랫폼을 잡는 업체가 하위 플랫폼을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서비스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콘텐츠 업체를 사들이고 있다. 구글이 16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서비스 플랫폼 전략 측면에서 훌륭한 투자라고 평가된다. PC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디지털 TV, 콘솔 게임기로도 유튜브에 접속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 인수를 지속적으로 타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검색엔진 부문에서 야후는 구글보다 영향력이 작지만 플리커, 딜리셔스 등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플랫폼 전쟁에서 누가 승자가 돼 전리품을 챙길지는 모르지만 플랫폼을 쥐는 자가 IT 업계의 주도권을 가져갈 것만은 확실하다. 아쉬운 점은 플랫폼 전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한발 물러서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 업체들은 내수 위주의 서비스와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해외시장에도 진출한 바 있지만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며, 성공적이지도 못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매번 작은 휴대전화, 얇고 선명한 TV를 만드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드웨어 단품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과 연계된 하드웨어 사업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건물에 세 들어 장사로 한두 번 성공할 수 있겠지만, 결국 돈은 집주인과 땅주인이 벌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IT 업계에서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 IT│KT ‘와이브로 에그’그동안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 인터넷은 USB(Universal Serial Bus: PC와 주변 장치를 접속하는 버스 규격) 단자에 장착하는 모뎀을 이용해야 했지만 최근 KT가 내놓은 ‘와이브로 에그’는 약간 다른 개념의 휴대 인터넷 관련 제품이다. 하얀 달걀 모양을 한 이 제품은 한 번 충전으로 4시간 정도 일정 거리 내에 무선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준다. 휴대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인 셈이다.전원을 켜면 와이브로 에그는 와이브로 신호를 받아 주위에 무선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최대 3대까지 동시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직접 연결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USB 단자가 없는 아이팟 터치, PSP, 스마트폰도 쉽게 무선 인터넷을 검색,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보안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패스워드를 걸어둬 다른 사람은 접속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현재 판매되는 가격은 22만 원이지만 월정액제(50GB 2만7000원)를 사용하면 무료로 구입할 수 있다. 동영상처럼 덩치 큰 파일만 받지 않는다면 한 달 사용으로는 충분하다.물론 단점도 있다. 지하철이나 수도권 내에서는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지만 일부 건물 안이나 음영 지역에서는 신호가 약해 사용할 수 없다. 특히 대도시를 제외하면 지방에서는 사용이 어려워 지방 출장이 잦은 사람은 속도는 느리지만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고속하향패킷접속)가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배터리 내장형으로 외부에서는 약 4시간 사용 시간이 제한되는 점, 열로 인해 본체가 뜨거워지는 점도 체크해야 한다.이형근·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