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어제와 오늘

1970년대 초부터 관광업과 유통업 진출을 모색한 신격호 회장은 1973년 5월 (주)호텔롯데를 설립했다. 관광산업은 외화가득률과 부가가치가 높아 자원이 빈약한 국가에 적합했고, 유통업 또한 후진성을 면치 못한 당시 실정을 감안한다면 잠재력이 무한했다. 신 회장은 최신 시설과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을 갖춘 백화점을 개점한다면 국내 제조업체의 생산 기술과 제품의 질적 향상은 물론,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1979년 12월 17일, 롯데쇼핑의 첫 포문을 여는 롯데쇼핑센터가 서울 한복판인 소공동에 오픈됐다. 총면적 2만7438㎡, 영업 면적 1만9835㎡에 지하 1층, 지상 7층의 규모는 당시 기존 백화점들에 비해 2~3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로, 국내 유통업계에 신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오픈 당일 30만 명이 방문하는 바람에 소공동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압도적 규모 외에도 고급 자재를 사용한 건물의 내·외관, 화려하고 환상적인 쇼윈도와 디스플레이, 각종 편의시설, 최신 집기, 최상의 상품, 독특한 포장은 고객의 놀라움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영업 첫해인 1980년에는 454억 원의 매출로, 당시 넘보기 힘든 1위였던 신세계백화점을 단숨에 제치고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1982년에는 단일 점포 최초로 1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최정상 백화점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1988년 1월에는 동양 최대 규모로 본점을 확장 개관했다. 85년 2월에 착공해 88년 1월에 신관이 완공되면서 롯데백화점의 총면적은 3만6390m², 11개 층으로 기존에 비해 1.8배 확장됐고, 60만여 개의 상품이 진열되었다. 1988년 11월에는 잠실 롯데월드 콤플렉스가 오픈했다. 총 시설 면적이 58만1645㎡에 달하는 종합 쇼핑·레저 공간(호텔·엔터테인먼트 시설 포함)으로 관광에서 레저, 쇼핑, 문화,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대단위 복합 생활공간(CLT : Complex Life Town)’의 시작이었다. 1985년 공사에 착수해 88년 9월 호텔 롯데월드 오픈, 11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새나라수퍼백화점·쇼핑몰 오픈, 89년 1월 민속박물관·수영장·스포츠센터 오픈, 7월 아이스링크·롯데월드를 오픈하며 완성되었다.롯데백화점 잠실점은 1988년 11월 12일, 세계 최대 규모 도심형 종합 레저쇼핑타운을 건설한다는 계획하에 문을 열었다. 잠실점은 총 건축 면적 10만8797㎡로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였다. 잠실점은 1979년 본점 개점 이후 한 단계 업그레이된 백화점 시대를 개막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롯데백화점 다점포화 시대의 성공적 개막을 의미했다. 영등포점은 낙후된 철도역을 현대적으로 개발하는 국내 최초의 역사(驛舍)백화점이자 철도청과 민간 기업이 합동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유통관광 시설로 1991년 5월에 오픈했다.롯데쇼핑은 IMF 외환위기를 새로운 도전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경영을 추진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한 다점포화, 대형 마트, 슈퍼 사업 등의 업태 다각화였다.1997~2002년 동안 롯데쇼핑은 백화점 14개점, 대형 마트 30개점, 슈퍼마켓 9개점을 출점했다. 특히 2005년에는 영플라자, 에비뉴엘로 이어지는 롯데타운을 완성하는 등 백화점 업계의 성장을 주도했다. 외환위기는 롯데쇼핑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공격적인 M&A가 그것. 1997년 관악점(신규), 1998년 광주점(신규), 1999년 분당점(블루힐백화점 인수), 부평점(동아시티 백화점 인수), 일산점(신규), 2000년 대전점(신규), 강남점(그랜드백화점 인수), 포항점(동아백화점 M&A), 2001년 울산점(신규), 동래점(세원 M&A), 2002년 창원점(한화 M&A), 안양점(신규), 인천점(신규), 노원점(미도파 M&A)을 차례로 열었다. 14개 점포 중 절반이 신규, 나머지 절반이 M&A. 특히 2000년에는 대전점 개점으로 빅3 최초로 충청권에 진출했고, 2001년 11월에는 롯데백화점 15호점인 부산 동래점이 세원백화점과 터미널 부지를 인수해 새롭게 단장된 후 오픈했다. 동래점은 개점 첫날 33억 원의 매출을 올려 당시로는 국내 백화점 개점일 최대 매출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개점 2년 만에 연 1조 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1998년 4월 롯데쇼핑은 유통의 새로운 트렌드인 대형 마트 사업을 시작했다. 브랜드는 끌어당기는 성질을 지닌 자석을 의미하는 ‘마그넷(Magnet)’으로 하고 1998년 4월 강변점, 1998년 9월 월드점을 오픈했다. 마그넷은 2002년에 ‘롯데마트’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5년 8월 8일, 롯데타운이 유통 일번지이자 패션 중심인 명동 맞은편에 들어섰다. 롯데타운은 롯데백화점 본관과 명품관인 에비뉴엘, 영패션 전문점인 영플라자와 롯데호텔, 면세점, 시네마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종합 쇼핑몰. 180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2년여 동안의 공사 기간 끝에 2003년 11월 영플라자, 2005년 3월 에비뉴엘과 8월 본관 리뉴얼을 모두 끝내 롯데타운을 완성했다. 영업 면적 6만5515㎡, 주차 대수 2500대, 전문식당가 6612㎡, 726석의 영화관, 일평균 내점 고객 12만 명, 총매출 1조1315억 원의 종합 쇼핑 커뮤니티의 탄생이었다.롯데쇼핑은 2005년 9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소매업자대회에서 아시아 유통 전문지인 리테일 아시아(Retail Asia)로부터 한국 대표 유통업체로 선정돼 ‘Retail Asia-Pacific Top 500 Awards’를 수상했다. 국내 기업으로선 최초. 그해 롯데쇼핑은 세계 유통 기업 60위권 내에 진입했다. 특히 2005년 미국 스토어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백화점 순위 조사에서 14위에 오르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2006년 2월에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해외 인지도 강화 및 자금 조달과 폭넓은 투자자 확보를 위해 유통업계 최초로 국내와 영국 동시 상장을 추진했다. 상장을 통해 공모한 금액은 모두 3조6000억 원으로 소매기업 IPO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2006년 4월 기준시가 총액 11위의 초우량 기업으로 자리 매김했으며, 국내외 점포 확장 및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투명하고 효율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세계적인 유통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백화점, 대형 마트 등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유통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은 프리미엄 아울렛, 복합 쇼핑몰과 같은 신업태다. 롯데쇼핑도 신규 전략과 글로벌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아울렛과 쇼핑몰의 경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급속도로 발전하여 보편화된 유통 업태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10월과 12월에 광주월드컵점과 김해점을 오픈하며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을 시작했다. 프리미엄 아울렛은 소비자 소득 증가와 여가 시간의 증대, 그리고 경기 침체로 인한 아울렛의 재조명과 맞물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도 대구시 율하점(2010년), 봉무점(2011년) 등 차례로 프리미엄 아울렛을 출점해 유통 업계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새로운 사업 형태로 각광받고 있는 복합쇼핑몰의 경우 2011년에 오픈할 ‘김포 스카이파크’ 가 지어지고 있다. 2007년 11월 15일 착공에 들어간 김포 스카이파크는 총부지 19만4877㎡, 건축 총면적 31만4109㎡의 대규모 복합 쇼핑몰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지하 5층부터 지상 9층 규모로 백화점, 대형 마트, 슈퍼, 편의점, 쇼핑몰, 카테고리킬러, 면세점 등의 판매 시설과 전시관, 시네마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여기에 테마파크와 공원이 들어선 녹지 공간으로 꾸며진다.올해 12월 부산시 중구 중앙동에 문을 열 부산 4호점 ‘광복점’은 2014년에 완공하는 지하 6층, 지상 최대 120층, 건물 높이 510m의 초고층 빌딩인 부산 롯데타운의 한축으로 자리잡는다. 부산 롯데타운은 호텔, 오피스가 들어갈 초고층 타워를 비롯해 쇼핑몰, 대형 마트, 영화관, 면세점 등 다양한 시설로 구성돼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광복점은 상권 내 대학생 수가 4만 명이 넘고 부산의 금융·경제·문화의 중심지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점포 콘셉트를 ‘영 앤드 럭셔리(Young & Luxury)’로 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SPA 타운을 구축하는 한편 수입 브리지 존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MD를 선보일 예정이다.롯데백화점은 잠실 제2롯데월드 개발에도 참여한다. 제2롯데월드는 112층 초고층 빌딩을 포함해 최고급 백화점과 아웃도어 쇼핑몰 등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총 부지면적 8만7182㎡에 지어질 매머드급 건물이다. 총 공사비만 1조7000억~2조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롯데쇼핑은 2007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백화점 해외 점포 1호점을,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에 2호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모스크바점은 국내 최초의 해외 진출 사례이자 동양권에서 서양권으로 진출한 첫 번째 백화점이란 의의를 지닌다. 베이징점 역시 한국 백화점의 첫 번째 중국 진출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로써 한국 최고 백화점을 넘어 MD, 상품, 마케팅, 서비스가 어우러진 ‘한국형 유통’의 세계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2008년 8월 1일 중국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 왕푸징 거리에 중국 1호점인 베이징점이 문을 열었다. 베이징점은 국내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사례. 중국 기업인 은태(銀泰)그룹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합작 비율은 50 대 50이다. 상호는 중문으로 낙천은태백화(樂天銀泰百貨), 영문으로 Intime-Lotte Department Store이다(공식 상호는 러티엔 인타이 바이화). 지하 4층부터 지상 8층까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장은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8층은 식당가다. 총면적 8만3400㎡, 영업 면적은 3만6060㎡다.고급 백화점 콘셉트로 국내 점포와 똑같이 식품, 명품, 남녀 패션, 잡화, 가정 용품, 식당가의 풀라인으로 구성된다. 베이징점의 콘셉트는 현대적인 시설과 서비스를 지향하는 최고급 도심 백화점이다. 25~34세 고소득 전문직, 은행 및 외국계 회사 근무자, 정부·기업체 간부 등 상류층을 타깃으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중국은 향후 유통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베이징점 오픈을 시작으로 중국 주요 도시로 점포를 확대해 나갈 계획. 롯데백화점은 2012년까지 중국에 6~7개 점포를 출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부지 물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모스크바의 중심, 크렘린 궁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모스크바점은 ‘롯데플라자’라는 이름으로 백화점 외에 호텔, 오피스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 내에 있다. 이 지역은 전통적인 고급 거주지역과 상업지구가 자리잡은 곳이다.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매장이 있으며 총면적 3만8530㎡, 영업 면적은 2만3130㎡다. 식품부터 명품, 패션, 가전, 가구까지 갖춘 한국형 풀라인 백화점으로 기존의 러시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신개념 백화점이다. 풀라인 백화점은 급속히 발전하는 모스크바의 쇼핑 환경은 물론 30년간 국내에서 최고의 위치를 지켜온 롯데만의 노하우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모스크바 1호점을 시작으로 러시아 제 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신규 프로젝트로 검토 중이다.롯데쇼핑은 러시아, 중국 외에도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인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베트남의 경우 2008년 말 호찌민에 롯데마트 1호점을 오픈해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2006년 1월 투자 허가를 신청했는데, 한국 제일의 유통 업체라는 점, 재무 구조가 건실하다는 점, 베트남 경제에 기여 효과가 크다는 점 등을 높게 평가 받아 10개월 만에 허가를 취득했다. 롯데마트는 장기적으로 호찌민, 하노이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15~20개 점포 출점을 계획하고 부지 확보에 나섰다. 2013년 하반기에는 해외 4호점인 베트남 하노이점을 오픈한다.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이 들어설 ‘하노이 시티 콤플렉스(HANOI CITY COMPLEX)’는 총면적 25만282㎡, 부지면적 1만4094㎡에 지하 5층~지상 65층 규모로 백화점과 호텔, 오피스, 레지던스 등이 입점하는 대규모 복합단지다. 인도의 소매 시장 규모는 30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은 해외 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현지화와 진출 준비를 위해 2006년 11월에 인도에 주재원을 파견했고, 2008년 1월에는 자본금 9억3750만 원 규모의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뉴델리, 뭄바이, 벵갈루루 등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를 타깃으로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롯데백화점은 텐진시에 중국 백화점 2호점(해외 점포 3호점)을 2011년 상반기에 오픈한다. 톈진점은 롯데백화점이 중국에 단독으로 진출하는 첫 사례. 롯데백화점은 톈진점 오픈을 위해 지난 2009년 4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인항치지집단유한공사(仁恒置地集團有限公司, Yanlord land group ltd)’가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지역 안에 백화점을 임차 출점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낙천상업관리(톈진)유한공사(樂天商業管理[天津]有限公司)’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톈진점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한다. 상호도 롯데의 중국명인 낙천(樂天)과 은태그룹의 은태(銀泰)를 합친 ‘낙천은태백화(樂天銀泰百貨)’를 사용하는 베이징점과 달리 ‘낙천백화(樂天百貨)’로 사용할 예정이다. 톈진점은 주변 백화점들과 차별화된 고급 백화점을 지향한다.장진원 기자 jjw@prosume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