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29호 (2009년 11월 23일)

출구전략 카드 언제? 금융당국 ‘저울질’

기사입력 2009.11.17 오후 01:17


‘유시유종(有始有終).’

이는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이자 바람이다. 지난해 불어 닥친 금세기 최대 글로벌 불황은 미 주택 시장 붕괴로 촉발된 세계금융계의 대혼란에서 비롯됐다. 갖은 안전 장치들이 마련됐지만 도덕적 해이라는 인간 내면의 작은 생각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 결과 세계경기는 불과 1년 만에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물론 지금도 이 같은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다만 세계경기 재건을 위한 글로벌 공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이 희망적인 소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금융시장 안정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다. 금융에서 시작된 만큼 일련의 모든 혼란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것도 결국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내년 금융 환경의 최대 화두로 출구전략의 본격화를 예상하면서 비상조치들이 정상화되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정부가 재정 건전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수석연구원은 “출구전략 본격화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개인소비와 기업 투자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저금리하에서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늘지만 내년에는 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도 “세계 각국이 내년에는 출구전략 시기를 조심스럽게나마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의 더블 딥 여부와 국내 부동산 시장 상황이 정부의 출구전략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 문제도 내년 금융시장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통화 확대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 기조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상업용 부동산, 소비자 신용이라는 복병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와 함께 유럽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국가 리스크 확산,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영향력 약세도 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요하게 체크해 볼 사항이다.

은행·카드 ‘맑음’… 증권은 ‘흐림’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은행 업종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시기가 금융 위기를 극복한 후 12~18개월이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만약 이번에도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형 은행 간 인수·합병(M&A)이 성사될 경우 은행 업종 주가는 하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은행에 비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의 내년 전망은 다소 우울하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해 금융시장이 안정된데 비해 내년부터는 근원적인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투자와 고용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시그널이 나와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강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우증권 김성주 애널리스트는 “2010년 2분기 이후 전 분기 대비 성장 모멘텀이 둔화된다는 전망하에 상반기 고점 이후 상승 추세가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2011년부터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 이슈는 자산이 많은 중소형 기업들에 유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대증권 신동준 애널리스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개선과 위험 자산 선호,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위험에 따른 외국인들의 원화 자산 매도로 1분기부터 채권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도 1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신 애널리스트는 내년 채권 금리는 국고채 3년 기준 4.70~5.00%에서 연중 고점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은이 현재 2.00%인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 2.75%, 연말에는 3.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고채 발행 한도는 80조2000억 원(2009년 85조6000억 원), 발행 잔액 순증 규모는 38조1000억 원(2009년 43조7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소폭 감소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상반기 중 세계국채지수(WGBI)의 편입이 확정되면 약 100억~30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국채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에 편입이 확정되기 전 1분기가 채권 수급상으로도 고비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내년도 우리 경제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기업 구조조정이다. 이 과정에서 사모 펀드는 M&A 시장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지대 빈기범 교수(경제학)는 내년 사모 펀드 시장을 벤처캐피털과 기업 인수형 사모 투자 전문 회사로 구분해 설명했다. 빈 교수는 “벤처캐피털 시장은 정부가 녹색 성장 산업을 중요 정책 과제로 삼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면서 “국내 사모 투자 전문 회사의 자금 규모가 17조 원에 이른 것은 앞으로 토종 M&A 대항마로서의 역할에 기대감을 걸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M&A 시장 커지면서 사모 펀드 역할 기대

국민연금 규모는 2008년 227조 원에서 2015년 575조 원, 2025년에는 1304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계된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전체 기금액이 올해 15.2%에서 내년에는 16.6% 증가가 예상된다. 이런 속도로 가면 2015년에는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규모가 81조 원이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종욱 연구위원은 “투자 금액이 늘어나면서 내년부터는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사회문제 등을 이유로 해당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커다란 화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수직 연금 중에서 공무원연금은 내년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제 과세소득의 5.5%인 보험료가 7.0%로 인상되며 연금 지급률은 10% 정도 인하가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의 적자 보전금이 향후 5년간 현행 대비 50% 정도(연평균 1조3600억 원) 절감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사회보험연구실장은 “2020년께에 이르러서는 정부의 적자 보전액이 11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근본적인 재정 안정화 대책이 아닌 미봉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부분의 재정 안정 관련 제도 개선이 신규 공무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내년 손해보험사들의 성장이 둔화되지만 대신 이익은 크게 대선되는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대한생명 등 생보사들의 상장 추진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지적했다.

아무래도 손해보험사들은 주가 측면에서 냉혹한 비교 대상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드 시장은 양적으로는 성장하겠지만 회사 수익성은 그다지 밝지 않다. 단국대 경영대학원 이보우 교수는 수수료 인하에 대한 압력과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비판을 받는 현금 수수료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출구전략으로 이자율이 인상되면 카드사의 재원의 조달인 카드채권의 금리가 올라가게 돼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 회복이 구체화되면 서민 금융회사들의 경영 환경이 다소 안정세를 보여 겉으로는 서민들의 금융 지원도 늘어나겠지만 반대로 경기 회복에 따른 주식시장 활황으로 서민 금융회사들의 주식 투자가 확대되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대출 문턱은 높아질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이건호 교수는 “공적 보증의 확대 및 미소금융사업 등으로 정책 서민 금융의 공급은 늘어나겠지만 이것이 대부업, 사금융의 위축이 아니라 서민 금융회사들의 영업 기반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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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1-17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