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월 주식 투자 전략

지난 10월 이후 주식시장은 9월까지 진행된 7개월간의 상승 이후 가격 조정이 나타났다. KOSPI지수도 1500선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번 주가의 조정은 이미 여러 차례 경고된 바와 같이 3분기까지 이어진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4분기 이후 모멘텀 둔화에 따른 실망으로 반전될 수 있다는 우려,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기업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부담, 일부 국가의 출구전략 시행 후 글로벌 공조가 무력화되는 가운데 정책 변화 리스크 등이 반영된 결과다.물론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기업 이익과 경기 회복의 추세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확고하다. 따라서 10월 이후 진행 중인 조정이 일정한 범위의 가격 조정을 넘어서는 본격적인 주가 하락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10월 이후 제기된 조정의 이유들은 11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핵심 변수로 남아 있을 것이며 연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에 최근 CIT그룹 파산 등 미국 금융 위기의 재연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층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당초 연내 정책금리의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재확인된 것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향후 상당 기간 현 금리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 상태다.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 합의해 각국의 공조 체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한 곳도 있는 만큼 국제적 공조가 기존의 형태 그대로는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든 상태다.실제로 이스라엘·호주·노르웨이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경기 회복과 자산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결과다. 이러한 정책 변화 압력은 상대적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고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격 상승세가 뚜렷한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가격의 반등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적어도 연말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의 정책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하지만 정책 변화의 압력은 점차 높아질 것이고 이미 FRB의 양적 완화 정책의 변화에서처럼 서서히 정책의 내용은 바뀌어가고 있다. FRB의 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이미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기간 입찰 대출(TAF), 프라이머리 딜러 대출(PDCF) 프로그램 등과 은행 등 금융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유동성 대출(AMLF), 기업어음 자금 대출(CPFF) 등 금융자산 매입 프로그램은 그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물론 2009년 10월 현재 FRB의 총자산 수준은 국공채 매입 규모가 급증하며 여전히 2조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양적 완화에 동원됐던 프로그램의 종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2010년 중 자산 규모는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여기에 2009년 10월 말로 국채 매입이, 12월 말로 기관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이 종료될 것으로 예정돼 있어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양적 완화 정책의 전환에 이어서 목표 금리의 인상까지 진행될 경우 저금리에 기초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은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위기 상황이 해소되고 경기 회복이 본격화된 결과로서의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기초했던 자산 가격의 반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미국 달러화 가치의 등락을 중심으로 상품시장과 외환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환율의 경우 폭락과 급반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하반기 이후 기본 방향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 상품시장의 반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 달러화는 달러화 인덱스 기준으로 고점 대비 15% 이상 하락한 상태이며 최근 상품시장의 대표 주자인 금의 경우는 연초 이후 25%나 상승했다.달러화의 하락과 금을 위시한 상품시장의 강세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모습이다. 즉,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도 중앙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을 인수할 방침을 밝힌 것 등이 이러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이러한 달러 가치의 불안정한 움직임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50원대의 방어에 성공한 이후 원·달러 환율의 폭락 행진은 멈춰진 상태다. 하지만 달러 가치의 불안정성이 여전하고 금융 위기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 폭이 워낙 컸던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의 기본 전개 방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연말까지 시장에서도 환율은 핵심 변수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외환시장, 상품시장의 환경 변화와 각국의 정책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3분기까지의 거시·미시적 실적 동향이 긍정적인 영향을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10월을 기준으로 시장의 관심은 11월 이후 정책과 환율 등 주요 변수 동향과 이에 따른 기업 이익 모멘텀의 변화를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전체적으로 3분기에 형성된 고점을 넘어서기 힘든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거시 차원에서는 선행지수 고점 형성 시기가 관건이 될 전망이며, 미시 측면에서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 이후 둔화될 가능성이 큰 어닝 모멘텀에 대한 부담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 구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상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점도 부담스럽다. 원·달러 환율의 재하락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고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의 악화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현재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머징 마켓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머징 마켓 내 아시아 공업국들보다 남미 등 자원 보유국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매수 우위 구도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환매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적극적인 매매를 이어가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추가적인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장 구도는 지난 10월과 유사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여기에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점은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 문제다. 아직 일상적인 경제 활동을 제약할 수준까지 발전하진 않았지만 현 수준의 발병 추이가 지속된다면 실질적인 소비 활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시장의 등락 범위는 1500~1700 수준으로 설정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 동향을 감안해 수출 관련주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료 업종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과 온라인 쇼핑 등이 짧은 기간 대응에 적합한 대상이라고 판단된다.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youngwon.lee@pr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