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한경비즈니스 공동 기획 - ⑦ 박성중 서초구청장

한강 교각의 부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히 한강 20m깊이까지 잠수하는 공무원. 대통령 비서실 민정·행정 행정관 출신인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30여 년의 공직 생활을 한 행정 전문가다. 하지만 보통 행정가와 달리 기존 제도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시도하며 하나씩 바꿔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과 구민에게 아이디어를 낼 것을 권장하고 그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도록 돕는 구청장으로 유명하다. 이 덕분에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시도한 사업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하고 매일 매일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가의 도전정신을 가진 박 구청장을 만나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전국 최초로 설치한 OK민원센터에는 각 부서의 핵심 기능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기존에 구청에 민원 처리하러 오면 건축과와 치수과 등 유관 과를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서별로 공문을 발송하며 처리하다 보면 1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죠. 대부분 구청이나 시청의 상황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우리 OK민원센터에는 각 부서로 부터 배치된 직원들이 모두 모여 있어 센터 내부에서 대부분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민원 업무가 총 1000종인데 일부를 제외하고 약 600종을 OK민원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합니다. 국내외 199개 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OK민원센터를 견학했습니다. 최근 e-OK민원센터도 개설해 직접 구청에 오지 않고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으로 인·허가 등 392종을 해결하고 있습니다.이러한 개혁 사업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가 줄어들고 구민들은 편안해집니다. 서초구청은 전국 최초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이 총 57개입니다. OK민원센터를 비롯해 미꾸라지 모기 방제, 서초25시센터, 잉글리시 프리미어센터 등입니다.구민들과 직원들로부터 행정에 대한 제안을 총 3000건 받아 300건 이상을 채택해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나 언론사의 평가도 좋아 총 103개 분야에서 상금 43억 원을 받았습니다. 이 상금을 재투자해 구청의 철문으로 된 입구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폭포로 바꾸고, 구청 로비 등을 친환경 콘셉트로, 직원 식당을 레스토랑처럼 리모델링했습니다. 이러한 사업에 구 예산을 한 푼도 쓴 것이 없습니다.작은 차이가 천지 차이입니다. 바둑에서 이창호 9단과 일반 9단은 몇 수 차이지만 그 작은 차이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우선 직원에게 최고의 후생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주민을 최고의 고객으로 섬기고 받들라는 의미입니다. 직원의 아이디어로 진행된 사업이 상금을 받게 되면 당사자도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최근 예산이 아닌 상금 4억8000만 원을 들여 구청 내 체육시설·사우나·식당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직원 식당 ‘아방세’는 기존에는 한 달 적자가 12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음식의 품질을 높이고 구조 변경을 통해 흑자로 돌아서 월수입이 500만~700만 원이 됐습니다. 식당 품질이 좋아지자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구민들도 이용하면서 점심에 약 1300명이 식사를 하기 때문입니다.기업을 하면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이지만 행정은 경제적 가치 외에 비경제적 가치도 매우 중요합니다. 행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경제적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일이죠.관내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기업가들을 자주 만납니다. 삼성과 현대·기아 등 대기업은 대부분 법적인 부분에서 탄력성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관내에 입주한 삼성타운의 경우 원래 건물 사이에 도로가 있었는데 합쳐서 지을 수 있도록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허가해 줬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 지원, 세제 혜택과 함께 KOTRA와 협약해 해외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해 줍니다.기업들은 대부분 규제를 없애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 장막을 거둘 수는 없겠지만 기업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합니다.2006년 구청장직을 시작하면서 추진한 사업입니다. 경부고속도로의 서초 1교~반포 나들목 440m 구간에 고속도로로 양분된 동·서쪽을 덮개로 연결해 녹지 공간을 창출하고 종합 보육시설과 문화 공간을 만들려는 것입니다.법적·기술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없는데도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의 반대에 부닥쳐 있습니다. 일부 우려 사항인 반포 나들목 진출 문제, 터널 내 차로 변경, 사고 발생 문제 등은 스웨덴의 스톡홀름 지하 터널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기우에 불과합니다. 대도시에는 토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도로를 덮어 이용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청계천 복원 사업보다 더 화제가 될 것입니다.서초구는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관통돼 하루 15만~20만 대의 차량이 지나가 소음도 많고 타이어 마모에 따른 유해 물질도 문제가 됩니다. 서초덮개공원은 방음·집진 등 기능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일 것입니다.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어서인지 과거 20~30년 전의 기준을 들이대 반대하는 것은 부당합니다.시장이나 구청장이 어떤 사람이 오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달려 있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사진과 기록을 많이 하게 하고 회의를 아이디어의 장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일례를 말씀드리자면 한 직원의 아이디어였는데, 세계 40개 도시 한인회를 우리 구청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각국의 교민들은 구청 홈페이지의 메뉴를 12개국 언어로 바꿔줬고 우리 홈페이지의 한글 교육이나 문화 강좌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영국의 역사학자 기번은 ‘바람과 파도는 항상 가장 유능한 항해사의 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바람과 파도를 거친 항해사가 유능하다는 것으로, 즉 성공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를 도전하며 서초가 변하면 한국이 변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이 생각에 동조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고 있습니다.무엇보다 자치권이 상위 기관으로부터 더 많이 내려와야 합니다. 우선 교육과 경찰 부문에서 자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교육 부문에서 관내 초·중·고교에 대한 관리를 구청 산하 교육국이 담당해야 합니다. 중국의 교육시설은 우리보다 더 잘 되어 있는데 교육 자치가 분리돼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교육 자치가 실현되면 구청장은 교육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청장 선거가 있기 때문에 교육 전문가를 영입하며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그리고 현재 경찰 업무 중에서 수사 등 핵심적 기능은 기존처럼 남겨 두더라도 교통·보안 등은 지자체에 넘겨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시위 문화가 문제인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데모가 심각하다면 사회가 더 발달하지 않고 정체될 것입니다. 지방자치 경찰이 관내 질서를 잡으면 광역시도 기초가 잡히고 나라도 바로 설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경찰은 여러 가지 눈치를 보느라 집회 단속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세에 대한 세원도 현재 소수에 불과한데 더 확대해 줘야 예산이 부족한 구청도 뭔가를 할 수 있습니다.이제 지자체가 실시된 지 15년 된 시점에서 경험도 쌓였고 외국 제도와 비교해 보니 수정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만난 사람= 약력: 1958년생. 80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85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2001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 정치학 연구과 연구원. 2004년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도시행정학 박사. 79년 23회 행정고시 합격. 93년 대통령비서실(민정·행정 비서실 행정관). 96년 서울시 행정과장. 99년 서울시 공보관. 2000년 서울시 일본 도쿄사무소장. 2002년 서울시 시정기획관. 2006년 제4대 서초구 민선구청장(현).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