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729호 (2009년 11월 23일)

자동차 ‘쨍’ 전자 ‘꽝’…삼성에 KO패

기사입력 2009.11.17 오후 01:59

세계 경기가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의 최근 실적이 예상보다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종은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전기·전자 업체들은 회복 발걸음이 상당히 더디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경쟁 업체와 비교하면 실적 부진이 여전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올 3분기(7~9월) 주요 기업들의 결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 업종의 연결 계속사업이익이 2분기(4~6월)에 비해 2.3배로 늘어나면서 2분기 연속 개선됐다. 이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비용 감축이 진행된 데다 각국 정부가 경기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출 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이제 한고비를 맞은 데다 외환시장에서 엔고가 계속되면서 앞으로도 실적 회복 기조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집계는 10월 30일까지 결산을 발표한 527개사(금융 및 자스닥 등 신흥 3시장 상장사 제외)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 회사는 주식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체 상장사의 63%를 점하고 있다.

혼다 등 실적 호전 눈에 띄어= 최근 경기 회복세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곳은 자동차 업종이다. 특히 상당수 자동차 회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적자를 낼 전망이지만 혼다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1550억 엔(약 2조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3% 늘어난 것이다. 당초 올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60% 줄어든 550억 엔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중소형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가 큰 인기를 끌었고, 소형차를 중심으로 신흥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혼다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가 당초 예상보다 10만 대 많은 34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 태국 등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는 전년보다 3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도요타의 신흥국 판매 증가율 27%를 웃도는 것이다.혼다가 신흥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오토바이 브랜드에 대한 강한 인지력 덕분이란 분석이다. 오토바이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던 혼다는 다른 자동차 회사에 비해 광고나 판촉 면에서 더 유리했다는 평가다. 자동차 차종이 대형에서 소형까지 다양한 도요타와 달리 혼다는 소형차에 집중했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혼다의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16% 감소한 8조4500억 엔, 영업이익은 0.2% 증가한 1900억 엔에 달할 전망이다. 혼다의 올 상반기 매출은 4조588억 엔, 영업이익은 907억 엔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각각 28.7%와 74.8%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 251억 엔이었던 영업이익이 3분기엔 655억 엔으로 회복세를 보였다.일본의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도 올해 전 세계 생산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50만 대 더 많은 70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계획대로 생산이 이뤄지면 지난해 회계연도 생산량인 710만대와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 도요타는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판매가 급감하던 올 2월에는 올 회계연도 생산 계획을 620만 대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회복 추세를 보이면서 5월에는 630만 대, 8월에는 667만 대로 생산 계획을 단계적으로 끌어 올렸다. 이 밖에 히타치제작소는 올 상반기 매출이 4조1249억 엔으로 22.3% 줄고, 영업이익은 247억 엔 적자로 추락했다. 그러나 2분기 505억 엔 마이너스였던 영업이익이 3분기엔 258억 엔 흑자로 돌아섰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이 기간 매출 8조719억 엔, 영업이익 251억 엔으로 각각 16.1%와 69.1%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2분기 38억 엔에서 3분기 213억 엔으로 확대돼 실적 개선의 흐름을 탔다. 물론 일본 제조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매출 확대를 통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경비 삭감에 의한 것이어서 향후 이익 확대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日전자 9개사 이익 합쳐도 삼성의 절반= 일본의 전자 업계는 미미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완패했다는 충격에 빠져 있다. 지난 3분기 중 삼성과 LG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배씩 증가한데 비해 일본 전자 업체들은 겨우 적자를 탈피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3260억 엔(4조2300억 원)에 달해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의 주요 9개 전자회사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1519억 엔)의 두 배를 넘었다. 1 대 9의 경쟁에서도 더블 스코어로 진 셈이다. 소니의 오네다 노부유키 부사장은 “소니가 삼성에 패한 근본적 이유는 상품력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 사장도 “(삼성과) 글로벌 경쟁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것이 성장력의 차이로 나타났다”며 삼성과의 격차를 자인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전자 업계가 삼성전자에 뒤진 원인을 분석하는데 분주하다. 대표적 경제 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로라하는 일본의 전자 업체를 총동원해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기술력이 아닌 경영 능력의 격차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우위 요인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불황 때 과감히 투자에 나선 것.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전자 업체들은 경기 침체기에 투자를 줄이기에 급급했지만 삼성은 오히려 거액이 투입되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경기 회복기에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기에는 설비 가격도 싸지기 때문에 이때를 투자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1990년대에 메모리 반도체에서 구축한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이 최근 LCD와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고 분석했다. 둘째, 오너의 리더십이다. 삼성전자가 경기 침체기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건희 전 회장이란 존재가 있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일본 전자 업체의 월급 사장들이 몸을 사릴 때 삼성은 이 전 회장의 결단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 오늘의 고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셋째, 글로벌 경영에 대한 열의다. 삼성전자는 좁은 국내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상품의 타깃을 글로벌 시장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바람에 세계시장에서 삼성에 밀렸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휴대전화나 LCD TV 등 가전 부문에서 삼성이 세계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여가는 데는 글로벌화라는 유전자가 조직 내에 배어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일본 전자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은 창업 직후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하지만 거대 기업인 삼성전자에도 똑같은 문화가 있다”며 부러워했다.

게임왕 닌텐도도 추락= 지난 6년 연속 이익이 급증하며 성장해 온 일본의 게임 업체 닌텐도는 올 들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닌텐도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695억 엔(약 9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448억 엔에서 50% 이상 급감했다. 닌텐도의 당초 전망치였던 1000억 엔을 크게 밑도는 규모다. 닌텐도는 이에 따라 올 회계연도 순이익도 전년 대비 18% 줄어든 2300억 엔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닌텐도의 이익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들기는 6년 만이다. 승승장구하던 닌텐도의 실적이 꺾인 것은 올 들어 경기 침체로 위(Wii) 게임기의 판매가 부진한데다 인기 게임 소프트웨어도 없었던 때문이다. 지난 6~7월 중 스포츠·리조트 게임 소프트웨어 시판에도 불구하고 게임기 위의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 1010만 대에서 575만 대로 50% 가까이 급감했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위 스포츠 리조트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 호조세를 보였지만 게임기 판매를 높여줄 대표 소프트웨어로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닌텐도의 상반기 매출액은 5481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위는 3년 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줄곧 닌텐도의 주요 수익원이었다.

자동차 ‘쨍’ 전자 ‘꽝’…삼성에 KO패


차병석 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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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1-17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