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729호 (2009년 11월 23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

기사입력 2009.11.17 오후 02: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중에서도 기업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 이미지 향상, 고객 충성도 제고, 종업원들의 애사심과 유대감 조성, 주주 및 투자가들의 투자를 유인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이해관계인들 간의 신뢰 창출 및 유지 등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 비용은 계속사업이익의 2% 수준으로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그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사회공헌 활동의 지속적인 확대 요구에 직면하고 있고 따라서 단순한 규모의 확대가 아닌 근본적인 사회공헌 활동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경영 환경의 글로벌화에 대응해 착한 기업의 이미지 구축을 뛰어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동향에 부응해 선진 기업들은 과거 전통적으로 시행해 왔던 시혜적 소극적 기부, 심지어 기부 영역조차 무작위적이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에서 벗어나 경영 전략과 연계해 업과 연관된 사회문제를 발굴, 사회공헌 활동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중요한 전략적 활동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노키아의 ‘메이크 어 커넥션(Make a Connection)’의 예를 살펴보면 사람을 연결한다는 비즈니스와 제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외 청소년들이 사회와 잘 융합할 수 있는 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사회공헌 활동을 글로벌 브랜드화하고 현지 시장 진출과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으로도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과 사회 모두가 윈-윈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매일유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전문성과 진정성을 모두 갖춘 훌륭한 예로 꼽힐 수 있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10년째 선천성대사이상 질환 유아를 위한 분유 등 8종의 특수 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매년 팔리는 양은 2500캔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산 공정상 최소 단위인 2만 캔의 분유를 생산해 나머지 1만7500캔은 모두 폐기하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려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10년째 생산을 계속해 오고 있다.

매일유업의 지나치게 소극적인 홍보로 이러한 선행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러한 활동으로 구축된 신뢰와 유·아동 관련 전문 이미지가 이어져서 업종 면에서는 본업과의 연관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지만 매일유업이 자회사를 통해 최근 출시한 유아 전문 화장품 ‘궁중비책’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기부와 직접 운영 프로그램의 비중을 보면 1998년도에 4.4%에 지나지 않았던 직접 운영 비중이 35.7%로 증가해 기업 전략과 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는 한편 한국인의 정서적 특징을 반영한 모습도 보인다. 이는 우리 국민의 반기업 정서는 미국은 물론 일본에 비해 10배나 높아 순수한 동기와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든 전략적 연계성만을 고려한 사회공헌 활동은 무용지물이라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업 활동이 그렇듯 사회공헌 활동 역시 활동의 전략적 계획 및 효율적인 평가 시스템을 통한 성과 측정, 개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평가 척도의 개발이나 측정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부분의 자원과 노력을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평가 시스템의 마련에는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화’
윤여선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약력: 1966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앤아버) 마케팅 박사. 미국 라이스대 교수. 이화여대 교수. 미국소비자심리학회 2006 우수논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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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1-17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