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어떻게’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은퇴하면 숙련 노동 인력의 부족, 세수 부족,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베이비붐 세대에겐 이러한 거시적인 문제보다 자신의 노후가 더 걱정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준비는 어느 정도일까.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전무하기에 통계청의 ‘가구주 연령계층별 자산현황’을 통해 살펴보자. <표1>에서 보는 것처럼 2006년 기준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40~49세의 평균 총자산은 약 2억5300만 원이다.여기에 퇴직금과 개인연금을 추가하면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준비 자금 수준을 대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제10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발표 논문에서 강성호 씨 등은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퇴직금을 약 6748만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금액을 40~49세의 총자산에 포함하면 이들이 노후에 쓸 수 있는 돈은 약 3억260만 원으로 늘어난다. 강성호 씨 등이 산출한 퇴직금은 평균 21.2년 근무한 것을 가정해 산출한 것이다. 이는 많은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이미 생활 자금으로 써버린 점을 간과하고 있다.실제로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근로자 중에서 퇴직금 중간 정산을 실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중이 63.8%에 달한다.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중간 정산을 통해 퇴직금을 미리 써버린 것이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전체 가구 대비 15.9%에 불과하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 역시 노후 생활에서 사적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퇴직금을 중간 정산하지 않고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베이비붐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순금융자산은 약 8549만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합하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이후에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이 나온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의 ‘예상연금 모의계산’을 통해 산출해 본 결과 베이비붐 세대들은 월 약 71만3000원을 국민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이는 27세에 근로 활동을 시작해 55세에 정년을 맞이하며 정년 이후에는 더 이상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일반적으로 은퇴 이후에도 은퇴 이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직전 소득의 60~70% 정도는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소득대체율이라고 하는데, 소득대체율을 70%로 잡으면 매월 약 191만 원(2008년 평균 임금인 272만 원의 70%)의 소득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국민연금 수령액을 공제하고 남는 금액인 약 120만 원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55세부터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61~63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6~8년 정도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만으로 은퇴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말이다.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순금융자산만으로는 채 4년을 버티기 힘들다. 운용 수익률을 5%로 가정할 경우 약 30년에 달하는 은퇴 기간 동안 매달 100만 원 정도를 금융자산에서 인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약 2억5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에겐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전략적 자산관리가 필요하다.결국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즉, 부족한 노후 자금을 축적하는 자산 형성 활동과 그동안 모아 놓은 자산에서 어떻게 노후 생활 자금을 인출할 것인지, 그리고 남은 자산을 어떻게 굴릴지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우선은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령 시기까지의 6~8년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베이비붐 세대들이 보유하고 있는 순금융자산만으로는 정년 이후 6~8년을 버티기 힘들다. 이때는 주택연금 이용도 불가능하다.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60세가 넘어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하는 것이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나중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자산 형성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둘째, 세밀한 장기 인출 전략을 짜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사망할 때까지 자산이 고갈되지 않도록 매년 어느 정도의 자금을 인출하면 되는지 산출해 봐야 한다. 그 다음에는 어느 자산에서 어느 정도의 자금을 인출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즉, 국민연금 수령 시기까지는 어느 자산에서 얼마의 돈을 인출해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종류별로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를 인출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주먹구구식 계산으로는 조기 파산을 면하기 힘들다.셋째,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잘 보존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있는 돈이라도 잘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후 생활 자금으로 사용하라고 퇴직금제도를 도입했는데, 지금은 3명 중 2명 정도가 재직 중에 생활 자금으로 빼 쓰고 있다. 이러한 달콤한 독배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해야 한다.넷째, 보유 부동산의 현금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만으로는 30년에 가까운 노후 생활을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으로 소득 흐름을 창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특히 60세 이후에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보유하고 있는 주택으로부터 일정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은 과감하게 버리고 부부의 노후 생활 자금으로 유용하게 쓰겠다는 생각이 절실한 상황이다.다섯째,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 자산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요즘은 근로 활동 기간과 은퇴 생활 기간이 비슷한 시대다. 이 때문에 근로 활동 기간 동안의 장기·적립식·분산투자와 같은 원칙은 은퇴 기간에도 여전히 유용하다. 노후는 생각보다 길고 인플레이션은 은퇴자를 특별 대우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화시대에 원금만 보전되면 안전하다는 발상은 통용되기 힘들다. 원금에 매달려 보수적 자산 운용으로 일관하다가는 노후 자금의 조기 고갈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원금보다 노후 생활의 안전이 아닐까.눈도 없고 사지가 매우 불편한 상태로 태어난 미국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나는 가능성이다’라는 책을 펴낸 브라이언트 스탬퍼드는 “기적 같은 일이 때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서 은밀히 일어난다”고 말한다. 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들도 앞의 5가지 자산관리 전략을 실천한다면 기적 같이 안락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실장 ssdks@miraeasset.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