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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부실을 이야기한다. 부실에 대한 우려와 진단이고 부실화에 대한 경고다. 인간 사회는 진화하고 세상은 발전하는 것도 같은데 부실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심각해지고 파괴력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경제 부실, 교육 부실, 부실 국회, 금융회사 부실, 부실기업의 증가, 의료의 부실, 부실 제품의 리콜, 부실한 법안, 부실 공사에 부실 분양, 부실 대학에 부실한 언론…, 끝이 없다. 부실하지 않은 곳은 어디인가. 국내에서의 일만도 아니다. 해외에서도 곳곳의 부실이 문제다. 지금 그렇듯 우리의 미래도 부실할까. 지난해 9월 이후 세계경제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월가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단초였다.부실은 점염되는 것일까, 아니면 한꺼번에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까. 미국발 부실의 불길은 순식간에 영국 등 유럽으로 넘어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융이 잠잠해지자 세종시의 부실이 사회적 걱정거리가 됐고, 이를 치료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국회의 부실이 새삼 불거졌다. 북한에선 부실 경제가 화폐개혁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과연 치료책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부실 바람이 두바이에서 불어왔다. 최근에는 그리스에 스페인 멕시코도 가담하는 게 국제경제의 부실 기류다.그렇다면 부실이란 무엇인가. 경제 현안과 정치 제도, 사회적 문제와 국제적 관심사의 공통점으로 자리 잡은 부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부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실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일단 경제적 관점에서부터 한번 보자. 인적으로 물적으로, 공적으로 사적으로,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직접으로 간접으로 투입(input)한 것에 비해 결과(output)가 불균형을 이룰 때 부실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투입과 산출의 비교에서 산출 쪽이 기울어지는 것이다.산출량이 적을수록 부실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수많은 부실기업들이 그러했다. 리스크 관리에 태만했던 금융회사들도 이 기준으로 부실 판정을 받았다. 사교육비, 외고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국 교육이 부실하다고 모두가 지적하는 것도 원리는 같다.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로 연간 수십조 원씩 부어 넣는 투자(비용)에 비해 쓸모 있는 유능한 인재(결과)를 키워내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시스템에 대한 진단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의료에 대한 진단도 답은 자명하다.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매년 막대한 의료비가 들어가고,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까지 의대로 몰려가지만 우리 의료계의 산업화 정도나 선진화 수준은 과연 만족할 만한가? 돈 잘 버는 성형 의사로는 몰리지만 예방의학 교수는 찬밥인 현실, 돈벌이 되는 각종 ‘첨단 센터’와 대조적으로 난민 수용소 같았던 초기 신종플루의 진료 현장을 보면 부실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경제적으로만 볼 수는 없으니 다른 기준으로도 부실을 보자. 제도적·법적 기준에서 부실이 분명한 분야도 적지 않다. 국회가 그렇다. 법과 제도상 엄청난 권한과 특혜가지 주어지지만(투입) 국회의 성과(결과)는 유권자 기대에 못 미친다.국회의 부실도 갈수록 심해진다. 법과 제도, 나아가 관행에까지 부실을 낳는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 차원 더 높게 윤리 도덕적 차원에서 규명되는 부실도 있다. 언론에 대한 질타가 그런 것 같다. 신종플루 강타 이후 한국 사회의 위기 대응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보도 방식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았다. 왜 부실 보도라며 나무랄까. 시청료를 받는 공영방송이라면 모를까, 제도적 특혜도 없는 신문에까지 말이다.언론에 대한 높은 기대, 윤리적 잣대로 부실 여부를 판단하려는 까닭이다.경제적 관점이든, 제도적 측면이든, 도덕적 차원이든 부실이 문제다.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됐든 뒤탈로 드러나게 돼 있고 형식이 어떠하든 사회의 부담이 된다. 가령 부실 공사나 부실 분양이라면 일차 소비자에 먼저 전가되겠지만 관련된 부실기업 처리는 금융회사가 떠안게 된다.외환위기 때 우리는 부실의 대가를 값비싼 대가로 겪었다.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의 교훈은 세계 어디서도 예외가 없다는 점이었다. 부실의 공식을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입해 보자. 가령 세종시의 장래에…, 부실 요인이 있다면 미리 제거해야 한다. 부실의 사전 예방과 부실화 조짐 때의 적절한 대응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