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조업 부문 -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은 이따금씩 주말이면 배구 코트를 찾는다. 특히 수원에서 열리는 홈경기에는 어김없이 경기장에 나가 배구 열기에 흠뻑 빠지곤 한다. 이제 김 사장은 그날그날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의 경기 결과를 챙길 정도로 배구 마니아가 됐다. 경기가 끝나면 승패와 관계없이 선수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 격려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현대건설 여자배구단은 올해 최고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12월 둘째 주 현재 6승1패로 단독 1위를 질주하며 여자 배구 인기 몰이의 중심에 섰다.김 사장이 배구 코트를 찾는 이유는 구단주이면서 경기 자체를 즐기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구라는 스포츠에 숨겨진 중요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탄탄한 팀워크가 뒷받침돼야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경기에서 현대건설의 비전을 찾는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무한 경쟁 속에서 튼튼한 팀워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취임 이후 김 사장은 여러 자리에서 ‘건설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가전 톱 브랜드로 우뚝 솟은 것처럼 건설업에서 ‘현대건설’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 중이다. 김 사장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설업이 우리나라 미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의 창의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아울러 ‘불도저’로 대표되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일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책을 선물하고 직원들과 함께 전시회, 뮤지컬 등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 일중 하나다. 이와 함께 ‘기업의 전부는 사람’이라며 직원 재교육을 위한 회사 차원의 지원을 늘리고 있다. 취임 당시 “재임 기간 중 모든 직원과 밥 한 끼 정도는 먹겠다”고 밝힌 것을 실천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여는 CEO 조찬 간담회를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이 같은 변화는 경영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3분기 현대건설은 누계 매출이 사상 최대치인 6조9909억 원, 신용 등급은 업계 최고 수준인 AA-로 상승했다. 증권사마다 내년 건설주 최고의 종목으로 현대건설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현대건설은 민간·공공·해외라는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이 국내 건설 업체 중 가장 안정적이다. 민간 부문보다 공공, 해외 부문 쪽에서 안정적인 수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민간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이다. 대형 건설사들마다 대규모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수도권 위주로 사업을 벌여 사정이 한결 낫다. 전통의 건설 명가답게 해외 수주 라인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올 들어 지금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은 41억3000만 달러, 공공부문 수주액은 2조6800억 원이다. 민간사업 부문인 재개발, 재건축 수주액도 2조9731억 원이나 된다.올해 현대건설은 시공 능력 평가 순위 1위 자리를 6년 만에 탈환하는 쾌거를 거뒀다. 건설업계 최초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DJSI 코리아 톱20’에 편입됐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 선정 ‘가치 창조 기업’ 건설 부문 세계 5위를 기록하는 등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김 사장은 지난 11월 한경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건설이 앞으로 무엇을 먹고살 건인가를 고민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중·장기 발전 계획인 ‘비전 2015’를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김 사장은 “비전 2015는 ‘변화와 혁신으로 지속 성장을 이어가자’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고 정주영 창업자가 강조한 ‘역사적 사명감’에 ‘혁신 경영’을 더해 글로벌 건설업의 선두 주자로 발돋움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약력: 1950년 경북 상주 출생. 69년 휘문고. 76년 고려대 건축공학과 졸업. 76년 현대건설 입사. 2004년 건축사업본부장. 2006년 주택영업본부장(부사장). 2007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2009년 현대건설 대표(현).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