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734호 (2009년 12월 28일)

‘현장 바로 투입될 고급 실업계 인력 육성’

기사입력 2009.12.22 오후 04:09

교육개혁을 주도하며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명확하다. 우리 교육계를 덮고 있는 거품을 걷어내 고교 때부터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외고 폐지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등 논란은 이 차관의 교육개혁 큰 그림에 따른 부수적인 이슈들이다. 이와 함께 최근 실업계고 출신 근로자가 3년 이상의 경력만 있으면 수능 없이 대학 진학할 수 있는 중앙대의 글로벌지식학부 도입도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새로운 백년대계를 세우고 있는 주역 이 차관을 지난 12월 15일 오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만나 교육개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장 바로 투입될 고급 실업계 인력 육성’
올해 최초로 중앙대에 실업계 고교 출신을 위한 특별 전형을 설립하도록 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에는 교육의 핵심을 흐리는 거품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사교육 거품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진학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3%로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입니다. 고등교육화는 좋지만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산업 현장에 영입되지 않고 곧바로 진학하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고등교육 거품은 노동 현장과도 괴리되고 사교육 유발 등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계에서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도 이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개발연대 모델에서 실업계 인력을 집중 키워냈습니다. 그리고 1990~2000년대 민주화 모델에서 정부는 실업계 고교 출신들의 대학 진학을 쉽게 만들어 줬습니다. 제도적으로 대학 진학을 유도하다 보니 현재의 높은 대학 진학률의 결과가 나온 것이죠.

쉽게 말해 실업계 고교 출신들이 개발연대에는 현장으로 가는 모델, 민주화 시대에는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모델이었다면 이제 선진화 모델은 졸업 후 현장에 나가서 일하다 필요에 의해 교육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델입니다. 실업계 고교는 학력이 낮은 학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가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 실업계 고교 출신 특별 전형을 도입한 취지입니다. 지난 정부의 정책과는 차이가 있는 구조입니다.

기대 효과는 무엇입니까.

현재 직업 세계와 곧바로 연결할 수 있는 마이스터고 50개 설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이스터고는 반도체고, 자동차고 등 산업에 맞게 특화된 형태를 갖습니다. 이제까지 실업계고교를 나와도 일반 대학으로의 진학이 많았지만 이제 학력이 높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산업체 현장으로 투입됩니다. 이를 위해 하이닉스나 르노삼성과 같은 기업이 마이스터고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이스터고 출신 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채용 기준을 만들고 충분히 임금 수준을 상향 조정할 계획을 기업들은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졸자 임금 체계도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고졸 임금 체계를 바꾸라고 하면 무리가 있지만, 고졸이지만 좋은 인재가 대량 공급된다면 일대 변화가 일 수 있습니다.

마이스터고 출신들이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다 3, 4년 후에 특별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해 능력을 배가할 수 있습니다.

우수한 학생인데도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없습니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녀들이 전문대를 나와도 장부 정리도 못한다며 생업을 이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대학 교육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거품 때문에 서민의 자녀가 학력만 높아졌지 직업인으로서의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실업계 출신 특별 전형에 이러한 여러 문제들이 모두 맞물려 있다고 봅니다.

실업계 교육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최근 ‘전문계 고교 선진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가졌습니다. 전국 700개의 전문·실업계 고교가 있는데 인구도 줄어들고 있고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400개로 수를 줄이고 집중 특성화하려는 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나머지 300개 학교는 인문계로 전환될 것입니다. 전문계 고교에 가고 싶지 않은데 인문계 수용 정원의 제한 때문에 이쪽으로 진학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교과부는 다양해지는 고교의 분류를 일반계고, 특성화고(전문계고, 전문계 특목고, 특성화고), 특목고(과학고, 외고·국제고, 예술·체육고, 마이스터고), 자율고(자율형 공·사립고, 기숙형고) 등 4개 유형으로 나누고 모두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향하고 있습니다. 어떤 유형의 고교에 가더라도 전문인·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만들려는 큰 그림입니다. 교육 전문가들도 이 계획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언론에 외고 문제만 부각돼 본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앞으로 다른 대학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인지요.

공주대학 자동차학부와 함께 내년 창원대와 숙명여대에 전문계 특별 전형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아직 마이스터고가 본격화되지 않아 전문계 고교를 나와 바로 산업 현장에 간 학생들이 없지만 이 프로그램이 점점 안착되고 5~6년 후 마이스터고 졸업생이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는 시기가 될 때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대학 측은 정원 등 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수도권 대학 외에는 대학 정원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풀렸습니다. 수도권 대학은 총정원제로 대학의 총정원 내에서 과별로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과부는 ‘대학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정부의 좋지 않았던 정책을 바로잡고 대학의 구조조정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규제개혁위원회’가 별도로 있어 대학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들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왔습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학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주요 사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캠퍼스 간의 이동, 자원 배분에 따른 대학 배치 등에서 규제를 없애는 것이 핵심 개혁 내용입니다.

서울대 독립 법인화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국립대의 법인화 논의는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13년이나 된 해묵은 문제죠. 제가 17대 국회의원 시절 처음 이 문제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는데 마이크를 빼앗기고 플래카드가 찢기는 등 톡톡히 신고식을 치른 기억이 납니다. 다행인 것은 현재 이 사안이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평교수위원회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 논리가 ‘등록금이 오른다’, ‘직원 고용이 불안해진다’, ‘정부 지원이 없어진다’ 등이었는데 이러한 오해와 우려가 많이 불식됐습니다.

지방 국립대의 연합 법인화에 대한 구상도 말씀해 주십시오.

지방대의 경우 미국의 UC 시스템처럼 부산대·부경대·해양대 등을 법인 대학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방 국립대도 더 많은 자율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국립대가 마치 교과부의 직속 부서처럼 돼있었습니다만 국립대의 법인화를 통해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립대 총장 선출에 있어서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는 것 등은 의미가 큽니다. 현재 국회에서 마지막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립대의 법인화는 싱가포르·홍콩·중국에서도 벌써 시행한 것입니다. 교육은 국가 경쟁력의 척도인데 아직 국립대가 법인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교과부는 서울대 법인화를 통해 현재 서울대의 세계 순위가 50위에서 10위권으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담=양승득 편집장

정리=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이주호 차관은 …

1961년생. 83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85년 서울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90년 미국 코넬대대학원 경제학 박사. 2004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육개혁연구소 소장. 2004년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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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2-22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