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734호 (2009년 12월 28일)

내진 성능 ‘껑충’…경제적 시공 ‘거뜬’

기사입력 2009.12.22 오후 04:13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대형 압연 공장. 바깥의 차가운 날씨와 대조적으로 뜨거운 쇳덩이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공장 안에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10여 명의 임직원들이 숨을 죽이고 압연 설비 안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설비 안쪽에서 붉은 선홍빛을 띠며 알파벳 F자와 유사한 모양의 철강 제품이 서서히 모습을 보이고 점차 그 모습이 시야에 뚜렷해지자 여기저기서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시속 110km급 무인 자동 운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에 적용될 자기부상열차 레일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철도 레일 생산 업체로 그동안 일반 철도 및 고속철도용 레일 생산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기부상열차 레일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제강 분야에서 생산에 성공한 제품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H형강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조선용 형강, 시트파일, 철도 레일을 바탕으로 꾸준히 각종 신제품들을 개발, 보급했다.

내진 성능 ‘껑충’…경제적 시공 ‘거뜬’

초고장력 H형강·철근 개발 성공

일관제철소 건설로 고로 조업을 통한 판재류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최근 내진 성능이 강화된 초고장력 H형강과 철근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이 제품들은 미래 사회의 수요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고 기술적인 향상을 모색하기 위해 2004년부터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가운데 ‘차세대 초대형 구조물용 강재(Mega Structure Steel) 개발’ 과제에 참여해 5년여를 연구해 온 끝에 얻은 결실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차세대 초대형 구조물용 강재란 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건물이 더욱 고층화·대형화되고 지하 공간으로의 생활 공간 확대와 해양 공간의 활용성이 증대되면서 대형 건물과 대형 지하 구조물, 대형 해양부체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고품질의 철강 구조물을 일컫는 용어다.

이 강재는 인장강도(Tensile strength:재료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의 응력)가 650MPa(메가파스칼) 이상이면서 시속 250km 이상의 풍속 및 지진 대응성,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24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내화성, 5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닐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1995년 고베 지진이나 2005년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인간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이 이를 통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제품은 총 3종으로 건축 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SHN520, 570 강종) 2종과 초고장력 철근(SD800: 항복강도 800MPa) 1종이다. 2004년 기술 개발 사업을 착수하기 이전의 H형강과 철근의 기술 수준은 인장강도가 550MPa급까지 개발돼 상용화돼 있었고 600~650MPa급은 초보적인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일본은 이미 600MPa급 H형강을 개발해 상용화하고 더 높은 고강도강을 개발하고 있었다.

철근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항복강도(Yield strength:탄성 변형이 일어나는 한계 응력) 500MPa급이 개발돼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785MPa급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당시에는 내진 성능이 강화된 철근 및 H형강 제품은 국내에서 개발이 전무한 상태였다. 2004년 산학연 연구로 이뤄진 ‘초고장력 H형강 및 철근 개발’은 인장강도 650MPa급 초고층 건축용 H형강과 항복강도 600MPa, 700MPa, 800MPa급 철근 개발, 내진 성능이 강화된 H형강 및 철근 제품 개발을 목표로 시작됐다.

그동안 축적된 전기로 제강과 압연 기술을 바탕으로 각국의 연구 논문을 조사·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한 현대제철은 이를 토대로 합금을 설계하고 실험실 규모의 파일럿(Pilot) 실험을 통해 원하는 성분을 찾아냈다. 그 후 이를 실제 공장에 적용하면서 제강과 압연을 통해 시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수년간 최적의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현대제철은 내진 성능 강화 H형강의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미국의 건축 구조용 압연 H형강(ASTM A992) 규정에서 기계적 성질을 강화한 SHN490강종을 2005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 과제를 통해 인장강도가 향상된 SHN520, 570 H형강을 개발, 한국기술표준(KS)에 등재됐다.

현대제철 생산기술실장 이형철 이사는 “건축 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의 경우 기존의 타 강종보다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얻기 위해 까다로운 미세 합금 원소를 조절하고 미세 조직을 제어할 수 있는 제어 압연 및 가속 냉각 조건을 수립, 항복비를 85 이하로 제어해 내진 성능을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지진 발생 시 항복비(항복강도를 인장강도로 나눈 값)가 낮은 강재는 소성 변형이 이뤄질 때 지진 에너지를 크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전체의 급작스러운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철근의 경우에도 국내 최초로 항복강도 800MPa급 철근을 개발해 교각(橋脚)과 초고층 건축물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초고장력 H형강과 철근의 개발로 구조물의 대형화뿐만 아니라 고강도 강재로 인한 구조물의 설계 기술 발전도 유도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과 같은 후발 철강국과 기술 격차를 벌려 놓음으로써 고부가가치 시장에 대한 제품 수입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진 성능 ‘껑충’…경제적 시공 ‘거뜬’
고강도 강재를 거대 구조물에 사용할 경우 강재 사용량 감소로 구조물이 경량화되고 경제적인 시공이 가능해지며 고강도 철근을 사용할 경우엔 조밀한 철근 배근을 방지해 콘크리트 타설(打設)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인구 집중과 대지의 부족, 지가 상승 등의 도시화 현상으로 건축물들이 점차 고층화되고 초고층 빌딩이 한 지역의 랜드마크(Landmark)로 인식되면서 최근 들어 초고층화에 대한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건축물의 초고층화는 구조 시스템과 설비, 방재 시스템의 향상은 물론 건축 구조용 재료의 고성능화와 대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초고층, 장대 교량에 적합한 건축 구조용 강재 개발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강재 개발은 국가 경쟁력 및 기술력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조선용 후판 개발에도 박차

현대제철은 새롭게 고로 사업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용 강판과 조선용 후판 생산을 앞두고 새로운 강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조선·기계·자동차 등의 수요 업계에서 핵심 부품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고급 철강 제품들이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철강 수요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철강재의 안정적 조달과 기능이 향상된 신강종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과 병행해 제철 기술의 선도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2005년 12월부터 당진공장 A지구 2만6440여㎡(8000여 평)의 부지에 기술연구소를 건설, 14개월 만인 지난 2007년 2월 완공과 함께 ‘현대제철연구소’로 명명했다.

일관제철소 완공 이전부터 고급 강판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현대제철연구소는 올해 원료에서부터 제품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으로 조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최고의 자동차용 강판과 조선용 후판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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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2-22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