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734호 (2009년 12월 28일)

노조 조합비 쾌척…회사 구명 나서

기사입력 2009.12.22 오후 04:26

대구 달성공단에 있는 발전기 모터 제조업체 아보카본코리아(옛 ECS코리아)는 올해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기 침체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면서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맞았던 것. 그 결과 기업 회생 신청과 정리 해고, 대주주 교체 등의 시련을 겪었지만 지난 10월 프랑스 업체인 아보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돈독한 노사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은 나름 소중한 성과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는 그동안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노사 관계가 최악인 사업체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2006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2007년), 구조조정(2008년) 등 끊임없는 반목과 갈등이 이어졌다.

사측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중간 간부를 매수, 노조원들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벌였으며 그 결과 중간 간부 한 명이 분신자살하기도 했다. 해당 지방노동청은 사측의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사용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듬해에는 사측이 경영 합리화를 위해 200여 명의 근로자 중 80여 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려 하자 노동조합은 “사측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지난해에는 임단협과 관련, 경영진 퇴진 운동까지 벌였었다.

‘파업’아닌 ‘노사 관계 선진화’로 재도약

노조 조합비 쾌척…회사 구명 나서
노사 양측 간 반발이 계속되는 사이 회사 경영은 최악으로 치달아 지난해 말부터는 만기가 돼 돌아오는 어음조차 막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한발도 양보하지 않는 양측의 ‘치킨 게임’이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지경에 놓이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노사 양측은 위기 탈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에는 ‘이대로 가다간 공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측이 재무 상태를 공개하는 등 투명 경영을 실천하고 경영 상태가 호전되면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지난해 7월에는 외부 개입 없이 노사가 임단협을 타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올 초에는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노동조합이 조합비 2300만 원을 회생 기금으로 내면서 화합·공존을 모색했다.

이에 화답하듯 대표이사와 중간 간부들은 500만~2000만 원씩 사재를 털어 회사발전 기금으로 냈다. 또 노동조합 위원장이 대표이사와 함께 금융회사를 방문, 달라진 노사 관계를 설명하고 금융 지원을 호소했다.

이후에도 경영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회사는 비록 한 달 만에 철회했지만 지난 4월에는 기업 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 회사는 단기 유동성의 위기에서는 벗어나지만 협력 업체와 임직원의 임금 지급은 사실상 중단된다. 그전 같았으면 당장 사측의 부실 경영이 이 같은 경영 위기를 초래했다며 당장 머리띠를 두르고 파업에 나섰겠지만 이번만큼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박재현 인사총무팀장은 “10월 대주주가 교체될 때까지 두 달에 한 번꼴로 나오던 상여금이 단 한 차례도 지급되지 않아도 단 한 명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면서 “120명이었던 직원 수를 80명으로 줄인 것도 노동조합으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얻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자동차 모터의 핵심 부품인 브러시 부문의 경우 국내 시장점유율을 65%까지 끌어올렸고 냉장고 모터 브러시 부품은 시장점유율이 100%에 이를 정도로 경영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밀린 상여금을 전액 지급했고 이달 초에는 노조 집행부를 새롭게 선출하는 등 힘찬 도약을 준비 중이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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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12-22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