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일으킨 증권사들

2009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는 대우·삼성·우리투자·대신증권 등 ‘빅4’ 체제가 확고해지는 가운데 그 이하는 나머지 증권사들의 혼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증권사 평가에서 1994점을 받아 종합 5위를 기록한 KTB투자증권의 선전이다. 지난 상반기 조사 때만 하더라도 12위권 밖에 머물렀던 KTB투자증권은 반년 만에 5위로 뛰어올라 4위인 대신증권(2148점)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양상이다. KTB투자증권은 리서치 평가에서 8.00으로 5위를 기록했다. 다만 법인 평가 부문에서 4.46으로 6위를 기록한 것은 거래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신생 증권사의 한계이자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KTB투자증권의 선전 비결은 탄탄한 조직력에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KTB투자증권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배출시키지 못했지만 각 부문별로 고른 순위를 기록했다. 총 31개 부문에서 순위 내 랭크된 업종만 20개 부문이다. 이혜린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제약 부문 2위, 신지윤 애널리스트는 유틸리티 부문 3위를 기록했다.2009년 4월 리서치센터장으로 취임한 박희운 상무의 리더십도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KTB는 특출 난 스타급은 없지만 애널리스트 간 협업이 잘 이뤄지면서 깊이 있는 보고서를 펴내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지난해 6월 라인업 구성이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것이 기관투자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 건설과 유틸리티 등 3~4개 업종 애널리스트들이 공동으로 발 빠르게 관련 보고서를 펴낸 것이 좋은 예다.펀드매니저 출신 애널리스트가 다수 포진해 있다 보니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이해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현재 KTB투자증권 내 바이 사이드 출신 애널리스트는 정용택·송재경·백재운·정재현·신지윤·김민정·이승수 애널리스트 등 7명이다. 박 센터장도 삼성투신 출신이다. FN가이드에 지난 6개월(2009년 12월 29일 기준)간 올린 보고서만 KTB투자증권은 1286건이다. 기업당으로 환산하면 9.25건으로 2위와 사실상 두 배 차이가 난다. 엄청나게 펴내는 보고서만 봐도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얼마나 공격적인지 알 수 있다.자체적으로 개발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시스템(PMS)에는 애널리스트별 기관 자료 제공, 설명회, 탐방, 콜 적중률 등이 그대로 나와 있다. 모든 자료를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자발적인 경쟁 관계를 유도하는 것이 전체적인 상향 평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센터장은 “2010년 리서치센터 목표를 ‘전 부문 상위 5위 랭크’로 수립했다”면서 “법인영업팀 평가 항목 중 유일하게 순위권 내에 진입하지 못한 ‘주문 및 매매 체결’ 부문을 보완한다면 빅4 진입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자신했다.KTB투자증권은 2010년부터 두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비교, 분석한 뒤 매수(Long) 매도(Short) 여부를 결정하는 ‘페어 트레이딩 롱 쇼트 서비스’를 본격 선보일 계획이다.KTB투자증권과 함께 신설된 IBK투자증권은 종합 순위에선 12위를 기록했지만 상위 5등 안에 진입한 애널리스트 수가 지난해 상반기 2명에서 이번에는 3명으로 늘어났다. 10위권 내는 5명에서 9명, 12등까지 합치면 지난번 7명에서 15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바이오·제약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 임진균 리서치센터장은 IBK투자증권의 성장 비결에 대해 “리서치 어시스턴트(RA)와 주니어 애널리스트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한 것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치 투자를 목표로 상향식(Bottom up)으로 종목을 발굴하고 관련 리포트를 써내는 것도 IBK의 장점이다.조직 구성도 남다르다. 일반 리서치센터들이 크게 매크로팀과 기업분석팀으로 구분 운용하고, 매크로팀은 또 거시경제와 계량분석, 퀀트로 분류하는 것과 달리 IBK투자증권은 매크로와 기업 분석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조직을 마켓 프런티어(MF)팀, 히든 챔피언(HC)팀, 리딩 컴퍼니(LC)팀, 리딩 투모로우(LT)팀 등 4개로 구분했다. MF팀은 투자 전략과 거시경제 파트가 합쳐져 있으며 LC팀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둔 대기업, LT팀은 정보기술(IT), 전자업종 기업들을 주로 리서치한다.그중에서도 HC팀은 IBK투자증권이 전략적으로 중점 운용하고 있는 핵심 부서다. 다른 증권사의 스몰캡 파트를 격상시켜 만든 이 부서는 현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숨겨지고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지난해 4월 처음 설립됐다. 이는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의 설립 목적인 ‘중소기업 육성’과도 맥이 닿아 있다. 특화시킨 보고서를 발 빠르게 펴내는 것은 2010년에도 중점 전략이다. 2009년 하반기 IBK투자증권은 4가지로 다양하게 쓰이는 바이오 가스의 경쟁력과 최첨단 제품인 모바일 전자지갑에 대해 심층 분석한 보고서를 펴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임 센터장은 “2010년부터는 펀드와 매크로를 한데 묶어 자산 배분 전략까지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면서 “자산 배분 서비스에는 매크로·채권·상품·시황·해외시장에 대한 정보가 총망라돼 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 어시스턴트(RA) 교육 차원에서 비상장 종목을 매달 2개씩 분석하고 있으며 2010년 신입 사원 20여 명을 리서치센터에서 의무적으로 교육하는 등 사내 ‘증권맨 훈련’ 프로젝트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앞서 두 증권사와 달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리서치센터 수준 향상을 이룩해낸 케이스다. 키움증권은 전통적으로 IT·인터넷·정보통신과 금융 업종이 특화돼 있기로 유명하다. 이번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부장 출신 김성인 애널리스트가 반도체·컴퓨터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 이어 가전 전기전자·전선 분야에서 2회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올랐다.이뿐만 아니라 통신·네트워크 장비·단말기 부문 김병기 애널리스트(4위),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장영수 애널리스트(8위)도 좋은 성적을 받는 등 정보통신 분야의 성적이 두드러진다.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은행·신용카드 부문에서 2위, 증권 부문에서는 5위에 랭크됐다.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3~4년간 인력 변동이 타 증권사에 비해 많지 않아 인적 구성이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조선·기계 및 철강 등에서 담당 애널리스트의 성적이 시간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면서 “2010년부터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중소형 헤지 펀드 20~30여 곳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여나가는데 리서치센터의 서비스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