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경쟁…통신사 3사 3색 전략

최근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휴대전화 업계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최초의 스마트폰은 IBM이 1992년 공개한 ‘사이먼(SIMON)’으로 이후 개인정보단말기(PDA)와 결합해 ‘PDA폰’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PDA의 주요 기능이 휴대전화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지금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등장한 지 20년이 넘은 마당에 최근 스마트폰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실제 효용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성능과 무선 인터넷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스마트폰 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SK텔레콤은 15종 이상, KT는 10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LG텔레콤도 10여 종의 스마트폰을 추가해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해 올해 국내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적게는 30종에서 40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각 통신사에서 1~2개 모델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올해 400만 대 이상 판매가 예상되는 스마트폰 시장을 위해 이동통신 3사는 무선 인터넷망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는 와이브로존을 늘리고, SK텔레콤도 무선망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LG텔레콤은 인터넷 전화의 무선 공유기를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은 KT의 애플 아이폰, SK텔레콤의 모토롤라 모토로이, LG텔레콤의 삼성전자 옴니아2(왼쪽부터).올해 스마트폰 시장도 커진다. SK텔레콤은 올해 스마트폰을 200만 대, KT도 200만 대 이상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LG텔레콤까지 가세할 경우 400만 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약 50만 대의 8배에 달하는 수치다.지난해 11월 아이폰을 출시한 KT는 30만 대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 비해 일일 가입자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아이폰은 잘나가고 있다. 오히려 아이폰 판매가 다른 스마트폰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KT는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아직 수익으로 연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KT는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관련 콘텐츠 공급은 애플이 관리하는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통해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익은 데이터 사용료 이외에는 얻지 못하고 있다.대부분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데이터 정액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료도 큰 수익이 되지 않고 있다. KT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전체 휴대전화 중 스마트폰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늘리고 무선 인터넷망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와이브로존 도시를 올해 84개(지난해 28개)로 늘릴 계획이다.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50%를 점유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SK텔레콤은 KT의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격을 입고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폰 시장을 그냥 보고만 있다가는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공급을 늘리고, 자사 무선망을 바탕으로 무선 인터넷을 활성화해 1위 업체의 헤게모니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특히 SK텔레콤은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무선망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선망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무선 랜 기능을 내장한 일반 휴대전화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해 무선 인터넷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사용자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무선 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업계는 올해 SK텔레콤도 애플 ‘아이폰’을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올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13종을 비롯해 15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모토롤라의 ‘모토로이’를 2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모토로이는 국내 처음으로 공개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만큼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받을지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2년 전 ‘오즈(OZ)’를 통해 무선망을 개방한 LG텔레콤은 스마트폰 시장을 관망하다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추세에 놀라는 눈치다. LG텔레콤은 경쟁 업체들이 각각 아이폰과 옴니아2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신제품 출시 타이밍을 놓쳤다. LG텔레콤은 삼성전자 ‘오즈 옴니아2’를 출시했지만 이 모델은 SK텔레콤과 KT에도 있어 LG텔레콤을 대표하는 스마트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LG텔레콤도 우선 윈도모바일 탑재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중심의 스마트폰 전략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LG텔레콤은 스마트폰 시장이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확대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경쟁 제품보다 부담 없는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60만 원 이내의 스마트폰을 출시해 일반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경쟁 업체와 달리 스마트폰에 위피를 탑재해 기존 휴대전화 게임 및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LG텔레콤은 스마트폰 확산을 위해 무선 인터넷 제공을 확대한다. 회사는 독자적으로 무선 랜 액세스포인트(AP)를 구축한 경쟁사에 비해 기존 인터넷 전화(myLG070)에 연결된 인터넷 공유기를 이용해 무선 랜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무선망 개방을 위해서는 기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해 딜레마에 빠진다.특히 LG텔레콤은 다른 통신사들의 3세대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에 비해 전송 속도가 느린 3D 동기식 리비전 A를 사용하고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만큼 전송 속도가 중요한 스마트폰 부문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LG텔레콤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올해 각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경쟁함에 따라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스마트폰 대당 가격은 90만 원부터 60만 원까지 고가에 형성돼 있으며 다른 휴대전화에 비해 보조금이 적게 책정돼 있다. 하지만 올해 출시되는 모델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이전 모델들의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가 아이폰을 출시한 지난해 말 통신사들은 수십만 원 상당이었던 구형 스마트폰 가격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 바 있다.스마트폰 시장은 통신사들의 경쟁뿐만 아니라 단말기 업체들의 경쟁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기 업체 입장에서 기존까지 스마트폰 시장은 별 매력이 없는 곳이었지만, 올해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돼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40여 종, LG전자는 10여 종, 팬택계열도 5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출시해 국내외에 판매한다.--------------------------------------------------------------------------------------------애플 아이폰 국내 출시 이후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다뤄진 주제가 바로 리퍼비시(refurbish)다. 리퍼비시는 사용자의 단순 변심 등을 이유로 반송된 제품을 재처리 작업을 통해 다시 만든 제품이다. 통상적으로 리퍼비시 제품은 정상 제품에 비해 할인된 가격에 재판매되는데, 애플은 보증 기간 내 수리가 필요할 경우 이 리퍼비시 제품으로 일대일로 교환해 주고 있다.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팟의 경우 환불이나 고장 난 제품을 모아 공장으로 보내고 공장에서는 문제가 없는 부품은 모아서 다시 쓰고 문제가 되는 부품은 폐기한다. 케이스와 배터리를 다시 장착해 리퍼비시(서비스 교환품)로 사용한다. 애플 측은 전 세계 공통으로 리퍼비시 제도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한 제도이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리퍼비시 제도의 장점은 보증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제품이 고장 났을 경우 새것과 같은 수준의 제품으로 교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고장이 나면 제품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새 제품을 쓰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또 부분 수리를 하지 않아 보증 기간이 지나면 수리비용이 무척 높게 책정된다.이형근 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