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이오 업계의 최대 화제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s) 사업 진출이다.

정부도 삼성전자·LG생명과학·셀트리온·한올제약 등을 바이오시밀러 프로젝트 주관 기관으로 선정해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기간이 끝난 바이오 의약품의 구조와 제작법을 모방해 복제약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뜨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약 산업의 역사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원래 제약업은 1945년 페니실린 합성을 필두로 화학 산업의 분파로 소박하게 시작됐다. 그러나 특허제도가 정착되고 의료 혜택이 보편화된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에는 지구상 최고 수익률을 안겨주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특허 글로벌 기반을 갖고 있는 세계적 제약 기업들은 매출의 20%를 연구·개발비로 쓰면서도 20%가 넘는 순이익을 챙긴다. 의료 시장의 확대에 따라 세계시장 규모는 현재 800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화학 기반 과학의 한계로 혁신 신약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국가별 보험 재정의 악화로 진짜 혁신적 신약만 제대로 약가를 받는 ‘재앙’에 직면하게 됐다.

그 사이 암젠이나 제넨텍 등 단백질 의약품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바이오 벤처들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화학 중심의 기존 제약 기업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제품들은 기존에 있던 화학 제품보다 훨씬 복잡하고 힘든 생산 공정과 분석 지식을 필요로 하며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제네릭도 불가능해 가격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자 화학 기반 다국적 제약 기업들도 변신에 나섰다. 이들은 바이오 벤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실상 ‘바이오 열풍’을 주도했다.

로슈는 1990년 4조 원을 동원해 세계 최고의 바이오벤처 제넨텍의 지분 60%를 인수했고 작년에는 나머지 지분을 50조 원을 동원해 인수했다. 로슈는 세계 제일의 ‘바이오파마(biopharma)’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도 화이자·머크·BMS, 심지어 중견 회사까지 앞 다퉈 바이오파마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이들에 최상의 인수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은 바이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 다음으로 바이오 생산 관련 역량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삼성·한화·셀트리온 등 대기업 자본이 새롭게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 세계시장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바이오 기술만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수많은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 벤처가 지난해 자금난으로 문을 닫거나 인수됐으며 살아남은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허가 규제라는 장벽을 넘을 정보와 실력이 바이오 기업들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든, 기존 제약품이든 건강 증진 사업은 환자들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찾아내는 것이 제품 설계의 핵심이고, 이 능력이 곧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기반이다.

다국적 제약 기업이 그동안 과감한 변신을 거듭하며 살아남은 것은 기술에 상관없이 환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분야를 연구하고, 또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저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한국에서도 정부의 국내 산업 보호 장벽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용 약의 설 자리가 없어진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기막힌 사업 모델이나 화려한 기업 인수가 아니라 내 가족과 친구가 고통 받는 질병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제약 기업들이여, 바이오를 무서워하지 마라.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미래
김성욱
한올제약 사장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93년 연세대 치의학과 졸업. 2004년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수료. 1997년 연세치과의원 원장. 2000년 한올제약 상무. 2003년 한올제약 전무. 2004년 한올제약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