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마·진’ 통합 현장

동남권 핵 ‘부상’…현안사업 ‘급물살’
지난 2월 25일 오전 경남 진해시 여좌동 옛 육군대학 입구에 있는 아파트 수위실.

창원·마산·진해 통합 시청 자리 물망에 오른 이곳에 들어서니 근무자인 이우탁(59) 씨와 친구인 박대진(58) 김성호(59) 씨가 한창 창·마·진 통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해에서 40여 년을 살아온 이 씨는 “육군대학이 대전으로 이전한 뒤 빈 곳으로 남아 있고 대학 내 아파트는 아직 운영 중이지만 노후돼 조만간 진해 신흥동 등으로 이전할 예정”이라며 “육군대학 부지는 당장 건물만 지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창·마·진 통합 시청 자리로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도 맞장구를 쳤다. “창원터널을 뚫으면 이곳에서 창원시청까지 10분이면 넘어가고 마산까지는 30분도 채 안 걸리는 명당자리”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진해가 군인 시설이 다 떠나가고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한 상태”라며 “반드시 통합 시청 자리는 진해로 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통합시 청사 유치 경쟁 ‘후끈’

이날 오후 진해 육군대학과 함께 통합 시청 자리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마산종합운동장. 현재 야구장과 운동 시설로 사용 중인 이곳에서 만난 주차장 관리원은 “이곳은 마·창·진 딱 중간에 있고 부지도 충분해 통합 시청으로 써도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운동장 바로 앞의 한 식당 종업원 김영숙 씨는 “통합시 이름도 창원시로 확정한 마당에 통합 시청 위치가 마산시로 오지 않으면 마산으로선 통합의 의미가 없다”며 “3시가 소통하기 좋은 마산종합운동장이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창·마·진 통합을 놓고 치열한 유치전이 펼쳐지고 있다. 창·마·진 통합시 이름은 창원시, 임시 청사는 창원시청으로 정해졌지만 아직 통합 청사는 통합시의회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통합 시장이 선정되면 추후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통합준비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청사 소재지 등에 대한 회의를 열고 5차례 정회를 거듭하는 등 격론을 벌였지만 한 지역으로 확정하지 못했다.

결국 표결을 통해 통합시 출범 이후로 결정하되 마산종합운동장과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를 공동 1순위로, 창원 39사단 부지는 2순위로 하기로 했다. 청사 소재지는 기본 타당성 조사와 교통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거친 뒤 통합 시의회가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통합위원회가 지난 1월 14일 설립된 후 한 달 만에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여전히 마산과 진해는 청사를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칠 자세다.

이에 비해 창원은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통합시 명칭이 창원시로 정해져 다시 뭉치게 된 점을 반기고 있다. 조선 태종 8년인 1408년 7월에 의창현(지금의 창원)과 회원현(지금의 마산)이 합쳐 창원부라는 명칭이 생겨난 지 600여 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는 것이다.

창원시 한 관계자는 “명칭을 창원시로 이끌어냈고, 청사 소재지도 비록 2순위이긴 하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완전 배제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여론조사에서도 창원39사단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얻은 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3시는 서로 갈등에도 불구하고 통합시에 대해 거는 기대는 높다. 통합시 규모는 곧바로 거대도시로 탈바꿈, 부산·울산과 함께 동남권 중심 도시로 부상한다. 통합시는 인구 108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21조7000억 원, 연간 예산 2조2000억 원에 면적은 743㎢다.

인구 108만 명은 지금까지 기초지자체 가운데 1위인 수원시(106만 명)를 뛰어넘어 명실 공히 전국 최대 규모다. 또 GRDP는 21조7000억 원으로 17조1000억 원인 구미시를 제치고 전국 기초지자체 중 1위로 올라선다.

광역시인 광주(20조2000억 원)·대전(20조8000억 원)보다 많은 것이다. 통합시의 연간 수출액 규모는 지난해 기준 290억 달러로 경북 구미시(331억 달러)에 이어 전국 기초지자체 중 2위이며, 광역시인 부산과 대구·광주·대전을 앞지른다.

통합 경제효과 7620억 원
동남권 핵 ‘부상’…현안사업 ‘급물살’
정부 지원 및 통합시 권한도 강화된다. 통합시의 이 같은 단순 수치 외에 행안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지방자치단체 간 자율 통합에 따른 행정 특례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면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통합시는 더 큰 힘을 확보한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지원할 재정적 인센티브는 2369억 원이다. 여기에다 폐기물처리장과 소각장 등 각종 시설물에 대한 중복 투자가 없어지면서 생기는 비용 절감과 주민 편익 증대 등으로 7620억 원의 효과도 기대된다.

생산 유발 1조2000억 원, 고용 유발 효과 1만3543명으로 예상돼 통합에 따른 외형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통합에 따라 지역 현안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창·마·진 도시철도 사업과 마산 로봇랜드 조성 사업, 마산~거제 간 이순신대교 건설 사업 등 대형 사업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통합 효과로 거론되고 있다.

3개 시·도는 최근 통합시 실무지원단을 구성, 관련 법규 정비 등 행정 준비에 착수했다. 통합시의 금고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통합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한 뒤 통합시 출범과 동시에 지정·운영된다.

출산 장려금 및 학교급식 식품비와 무상 급식비 등의 균등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과 예산 확보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시설물의 공동 활용도 예상된다.

창원 생활민속유물전시관과 마산시립박물관, 진해 김달진문학관 등 창·마·진 지역에 소재한 10개 문화 시설 상당수는 적정성을 검토한 뒤 전문 위탁 기관이나 위원회 등에 운영권이 위임되고 각종 체육 시설과 청소년문화센터 등도 통합 형태로 운영된다.
동남권 핵 ‘부상’…현안사업 ‘급물살’
3개 시가 운영하고 있거나 신축 중인 시립 화장장 3개소에 대해선 적정 규모를 재산정하고, 3개의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은 일정 기간 자치단체별로 운영되는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창원시와의 협상 난항으로 마산시가 단독 시행하고 있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확대·시행이 가능해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편의 제공과 운수 업체 경영 안정화 등에 기여하고 지자체 간 이해가 상충돼 빚어졌던 교통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사업 구역이 마·창 지역과 진해로 구분돼 진해 지역 운행 시 적용되던 택시 할증요금(20%)이 없어져 요금 인하 효과는 물론 영업 구역 광역화로 택시 이용이 훨씬 편리해질 전망이다.

‘준광역시’라는 통합시의 상징성이 높아 통합시 초대 시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박완수 현 창원시장과 황철곤 마산시장, 공창석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 이태일 경남도의회 의장, 3선 시장을 지낸 김병로 전 진해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통합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원식 경남대 교수(행정경찰학부)는 “3개 행정구역의 통합이 일정 부분 중앙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맞춰진 통합이라는 점에서 청사 위치 등 갈등의 요소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3개 시도가 힘을 합쳐 주민의 편의성과 지역 경제 도약이라는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화 창·마·진 통합준비위원회 위원장(창원시의회 부회장)은 “통합 과정에서 서로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창원은 첨단 소재 산업, 마산은 로봇 산업, 진해는 관광 휴양 산업 중심으로 특화하면 국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원=김태현 한국경제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