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44호 (2010년 03월 08일)

공감대 공유 ‘우선’…비전 제시‘필수’

기사입력 2010.03.04 오전 10:35

지방행정 체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조를 결정하는 틀이다. 따라서 국가의 통치 이념에 기초해 가장 효율적인 구조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행정 체제는 지역별 주민의 생활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회 여건이 변하면 그에 따라 조정되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가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을 주장하는 논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행 지방행정 체제는 지난 100여 년간의 사회 변화가 반영돼 있지 않고, 나아가 점차 심해지는 글로벌 경쟁에 적절히 대응하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족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구비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속적인 합병을 통해 7만 1314개에 달하던 기초자치단체를 1795개로 감축했다. 일본의 지역 축제인 마쓰리 장면.

일본은 지속적인 합병을 통해 7만 1314개에 달하던 기초자치단체를 1795개로 감축했다. 일본의 지역 축제인 마쓰리 장면.

일본, 자율 합병 원칙 고수

그러나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을 위한 충분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개편의 추진에는 여러 가지 장애 요인들이 있고, 또한 쉽지도 않다. 이는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은 국지적이지 않을 경우 전체 국민의 생활에 다소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여타의 정책과 달리 전체 국민이 이해 당사자가 되고 그만큼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또한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선거구의 조정이 수반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정치적 이익이 충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은 지방 공무원의 이해에도 관련되고 개편에 대한 저항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창원·마산·진해권과 성남·하남·광주권, 그리고 청주·청원권의 통합에서 나타나는 진통들이 지방행정 체제 개편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지방행정 체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당위적인 목적만을 제시해서는 곤란하다. 실제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사전에 충분히 예측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에 관한 경험이 있는 외국의 사례를 고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국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방행정 체제 개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을 것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다수의 국가들이 지방행정 체제 개편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살펴볼 필요가 있는 나라는 일본과 영국이다. 일본은 장기간에 걸쳐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을 추진해 왔고 최근에는 광역자치단체의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은 지방행정 구역의 통합뿐만 아니라 지방행정 계층의 개편까지 광범위한 지방행정 체제 개편을 단행해 왔다. 따라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에 관한 나름대로의 성공 요건을 고찰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선 일본은 지방자치의 실시 이후 현재까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시·정·촌의 합병을 지속적으로 단행해 왔다. 이를 통해 기초자치단체의 수를 7만1314개에서 2008년 현재 1795개로 감축했다. 물론 개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포함한 여러 가지 장애 요인들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시·정·촌 합병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올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정·촌 합병을 추진하는 정부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도 모두 공감하는 개편의 필요성이었다. 일본의 시·정·촌은 규모가 매우 왜소해 지역 주민이 원하는 행정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해 줄 행·재정적 능력이 취약했다. 따라서 시·정·촌의 통합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정부도, 지역 주민도 인정했다는 점이다.

둘째, 개편의 필요성만큼 개편의 목적을 분명히 제시한 점이다. 일본은 세 차례 대폭적인 시·정·촌의 합병을 추진했는데 모두 합병 목적을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제1차 전면 개편인 명치대합병은 호적 사무와 초등학교의 사무 처리를 위한 행·재정 기능의 강화에 목표를 뒀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합병 기준은 가구를 기준으로 300호부터 500호까지를 표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제2차 전면 개편인 소화대합병은 국가 사무의 대폭 이양에 따른 행·재정 능력의 강화와 함께 공립중학교의 설치 요건 확보에 목표를 뒀다. 합병 기준은 인구 8000명 이상의 확보를 원칙으로 하되, 지세와 인구밀도 및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그리고 제3차 전면 개편인 1991년 이후 현재까지의 대합병은 생활 권역의 확대에 따른 광역 행정 수요의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에 통합의 목표를 두고 인구 규모의 단위에 따라 구분되는 통합 기준을 제시했다.

셋째, 시기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자율 방식의 합병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다. 즉, 명치대합병과 소화대합병은 정부의 강제적 권고가 적용됐지만 최근의 제3차 대합병은 자율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개편에 따른 저항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합병에 대해 대폭적인 행·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합병 논의를 촉발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시·정·촌의 합병을 단기간에 촉박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대상 시·정·촌 간에 합병 논의가 촉발되고 실제 합병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이러한 구조 아래 실제 합병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다수의 문제들은 논의 과정에서 해소했다. 일본의 시·정·촌 합병에 적용된 위와 같은 요건들은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도주제 개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도주제 개편 대안은 총무성을 비롯해 각계가 제시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도주제의 도입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8년까지 장기적으로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 관계자 설득이 관건

한편 영국 역시 19세기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을 추진해 왔다. 1960년대는 종래의 3계층제를 개편해 런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의 행정 효율성을 높였다.

1970년대에는 당시 잉글랜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내포하고 있던 문제점들인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괴리, 지방행정 체계와 개발 계획 및 교통 체계 간 연계성 부족, 지방자치단체별 기능 및 권한 구분의 부적절, 지방정부 간 재정 격차, 정부 간 관계의 미형성 등을 해소했다.

1980년대에는 대도시의 권한을 축소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재정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해 광역 런던과 대도시 카운티를 폐지했다. 1990년 이후에는 민간 부문이 적극적으로 행정 서비스의 공급 주체가 되도록 해 주민 만족이 극대화되는 지방자치단체를 만든다는데 각각 초점을 뒀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영국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기존의 2층제를 단층제로 전환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개편 목적은 첫째,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의 2층제가 초래하는 기능 중복과 의사 결정의 지연 등과 같은 행정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민주성을 회복하기 위해 단층제를 통한 책임 소재의 명확화와 함께 민주적 의사소통의 절차를 마련해 공동체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형평성과 지역 규모의 차이에 따른 자원 배분의 편차를 해소하고 규모 과소에 따른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개편 과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지방정부개편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을 주도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방행정 체제 개편에 대한 지방정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자발적 의사에 기초하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이 중앙정부의 주도로 추진되는 것을 가급적 지양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영국의 지방행정 체제 개편은 비교적 장기에 걸쳐 의견 수렴, 심의 및 확정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거쳤다.

이는 지방행정 체제의 개편 목적이 매우 분명하고 뚜렷하더라도 결국 다수의 이해 관계자의 수용성이 정책 추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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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3-12 0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