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기자재 업종 ‘집중 분석’

수요 ‘급증’…태웅·동국S&C ‘주목’
2009년 국내 풍력 기자재 업체들의 실적은 전년 대비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작년 업황 둔화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PF 기능은 PF→ 발전 사업자→ 터빈 업체→ 부품 업체→ 기자재 업체로 이어지는 풍력 산업 공급망(Supply Chain)의 첫 단추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풍력발전 단지 건설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둘째, 글로벌 터빈 업체들의 신규 수주 급감 및 풍력발전 단지 건설 지연으로 글로벌 터빈 재고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공급망의 하단부에 위치한 기자재 업체들의 수주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업계 1위 ‘베스타스’, 재고 확충 나설듯

그렇다면 국내 풍력 기자재 업체들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는 언제부터 가능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풍력 산업 공급망의 상단에 위치한 대표적 터빈 업체인 베스타스(VESTAS)에서 찾아보자.

글로벌 터빈 업체들은 지난 2009년 4분기 이후 재고 확충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글로벌 터빈 발주의 대폭 늘어남에 따라 적극적으로 재고가 확충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글로벌 터빈 업체들의 재고 관련 지표들은 이제 재고를 다시 쌓아가야 할 시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풍력 기자재 업체들의 신규 수주도 점진적인 증가를 기대해 볼만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또 기존 수주 물량의 매출 인식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유는 2가지다. 글로벌 터빈 업체들은 시기상으로 재고 확충 단계에 진입했으며 재고의 과부족 여부를 판단해 봐도 리스토킹(Re-stocking:재고 재축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수요 ‘급증’…태웅·동국S&C ‘주목’
글로벌 터빈 업체들의 재고는 통상 4분기에 집중적으로 소진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터빈 설치량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터빈 업체들은 많은 재고를 소진한 4분기 이후에 재고 수준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모습을 보였다(그림1 참조).

미국풍력에너지협회(AWEA)에 따르면 지난 4분기 미주 지역 터빈 설치량은 4041MW로 역사적 고점 수준에 근접했다. 금융 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책과 PF 기능의 회복으로 터빈 설치량이 예상 밖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표1 참조).
수요 ‘급증’…태웅·동국S&C ‘주목’
이에 따라 글로벌 터빈 업체들의 원활한 재고 조정 역시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 시기상으로 재고 확충 단계에 진입했다면 남은 것은 현재의 재고 수준이다. 글로벌 터빈 재고의 과부족 여부를 판단했을 때, 현재 재고가 향후 리스토킹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 역시 긍정적이다.

그러면 베스타스의 재고 비중을 살펴보자. 재고 비중은 베스타스 각 분기 말 재고 자산을 향후 12개월 예상 매출액(12M Fwd 매출액)으로 나눠 산출했다. 12M Fwd 매출액을 적용한 이유는 향후 매출에 대해 현재 보유한 재고 수준의 과부족 여부를 판단해 보기 위해서다.

일정한 표준 비율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베스타스는 향후 연간 매출액 대비 평균적으로 20~28% 수준의 재고를 보유해 왔다. 2009년은 신규 수주 저조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재고가 급증한 시기다(당시 재고 비중은 35.3%까지 확대됐음). 하지만 최근 베스타스의 재고 비중은 23.8%로 2007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져 있다. 즉, 리스토킹의 근거가 생긴 것이다.

다른 재고 자산 지표를 확인해 봐도 결과는 같다. 2009년 4분기 베스타스의 재고 자산 회전율은 4.2배로 2007~08년 평균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128.8일까지 급증했던 재고 자산 회전 일수 역시 최근 86.7일로 2007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져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우려해 왔던 ‘재고 부담’은 이제 크게 걱정해야 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글로벌 터빈 업체들은 시기상으로도, 재고의 과부족 여부로 판단해 봐도 리스토킹의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베스타스는 2010년 경영 활동의 최우선 순위를 신규 수주 확보에 두고 있다. 베스타스의 선수금(=신규 수주의 후행 지표) 감소에서 확인할 수 있듯 2009년 터빈 수주가 매우 부진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재고 확충 단계로의 진입이 소극적인 리스토킹이라고 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리스토킹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터빈 수주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직까지 수요 회복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지 않지만 다음의 2가지를 감안하면 풍력 시장의 발주 여건은 하반기로 갈수록 보다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2010년 터빈 수요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메이크컨설팅은 2010년 미국과 유럽의 터빈 수요 성장률을 13~17% 수준으로 내다봤다.

2009년 터빈 설치량이 예상 밖의 양호한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2010년 10% 중반대의 성장률은 충분히 의미 있는 수치다. 아시아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터빈 설치량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책 역시 확대되는 추세여서 풍력 시장의 발주 여건은 점차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둘째, 2010년은 재고 소진의 시기가 아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풍력발전 단지 건설 지연이라는 우발적인 요소가 작용했던 시기다. 즉 작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던 터빈은 지연됐던 프로젝트가 일부 재개된 측면이 있다. 글로벌 터빈 업체들은 이를 높아졌던 재고 소진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2010년은 다르다. 현재 터빈 재고는 충분한 조정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판단되므로, 향후 수요의 회복은 실제 수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업종 대표주’에 관심 가져야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재고의 확충은 글로벌 터빈 발주의 대폭적인 확대에 따른 적극적인 리스토킹의 수준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국내 풍력 기자재 업체들의 실적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적어도 글로벌 터빈 업체들의 재고 지표가 이제 재고의 리스토킹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풍력 기자재 업체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높여가야 할 시기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업종 대표주인 태웅과 순수 풍력주로 불려도 무방할 동국S&C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재범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 jbkim@taur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