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744호 (2010년 03월 08일)

‘조금 더 싸게’ 전략, 구매욕 자극

기사입력 2010.03.04 오전 10:35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 정장 한 벌의 가격은 대략 30만 원대 전후였던 것 같다. 요즘은 웬만한 브랜드 정장 한 벌의 가격은 기본이 60만~70만 원대다. 이에 따라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세일 때만 기다리거나 아예 정상가에서는 정장을 구입하지 않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백화점도 공식적으로는 세일 시즌이 아닐 때는 정상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지만 판매원들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세일을 앞당겨 고객들에게 10~15%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를 권유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오랫동안 의류 사업에 종사해 온 한 지인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싸게’의 심리가 있는데 이런 욕구를 잘 활용하면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고 때로는 ‘조금 더 싸게’가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핵심 콘셉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거래 활동 때문에 항상 공급과잉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재고에 대한 우려는 늘 사업자에게 부담이 된다.

이에 따라 재고가 되기 전에 조금 더 싼 가격으로라도 제품을 팔려는 욕구가 있고 재고 과잉과 재고를 만들지 않으려는 판매자의 욕구 때문에 세일이 홍수를 이룬다.

세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정상 가격에 물건을 사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늘 동일한 제품이라도 조금 더 저렴한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목동 로데오거리의 명품 멀티숍

목동 로데오거리의 명품 멀티숍

실제로 최근 창업 시장을 보면 ‘조금 더 싸다’는 걸 내세운 업종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사례가 많다. 각 지역별로 있는 로데오거리는 바로 이 조금 더 싸게라는 전략이 상권의 콘셉트로까지 자리 잡은 케이스다.

하지만 로데오거리에 입점한다고 모든 업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나름대로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로데오거리에 가면 누구나 좋은 브랜드 제품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명품은 또 다른 이야기다.

품질은 양보해서는 안돼

목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명품 전문점 ‘오르루체(www.orlucekorea.co.kr)’는 샤넬·루이비통·펜디·구찌·프라다·돌체&가바나·버버리·페레가모 등의 명품을 판매하는 멀티숍이다.

이곳에서는 세계 명품을 백화점 가격에 비해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탈리아 및 미국 현지 브랜드와 직접 계약하고 병행 수입으로 다양한 명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이다. 이 점포는 독립 건물의 2층과 3층에 입점해 있는데 이 브랜드가 입점하기 전까지만 해도 해당 점포는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죽은 매장을 살린 비결은 바로 명품을 ‘조금 더 싼 가격에’라는 전략이었다. 기존 명품 숍과 달리 각 명품 브랜드 중에서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만 갖춰 놓고 있기 때문에 일단 둘러보면 눈을 반짝이게 하는 제품들이 많다.

백화점 명품은 물론이고 명품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명품 제품도 있는데 30% 할인된 가격이기 때문에 중산층도 욕심내 볼만한 가격대에서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이 많은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이 매장의 성공 비결은 조금 더 싸게라는 전략이지만, 숨은 전략은 뛰어난 제품 선별력이다. 오르루체의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예술 전공자로 예술적 안목을 기반으로 발로 직접 뛰면서 제품을 골라 오는 것이 성공 비결인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형 파스타 전문점들도 ‘조금 더 싸게’의 욕구를 건드리는 업종이다.  ‘아이럽파스타(www.ilovepasta.co.kr)'는 기존에 1만 원대 이상이던 스파게티 가격을 5000~8000원대까지 내렸다. 프로방스풍의 예쁜 인테리어에 기존보다 조금 더 저렴한 파스타 가격은 고객들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이한 점은 시내 중심가뿐만 아니라 점포 구입비를 포함, 총투자비가 1억5000만 원 이상인 입지에서도 매출이 잘 나온다는 점이다.

이는 중심가의 경우 데이트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기 때문에 이름 있는 비싼 가게를 갈 수 있지만 주택가 등 입지 상권력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대중적이고 부담 없는 가격의 업소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명 브랜드 커피숍 옆을 보면 이들 업소보다 조금 더 싼 초미니 커피숍들이 있다. 3000~4000원대인 유명 브랜드들과 달리 미니 커피숍의 가격은 2000원대가 대부분이다. 브랜드나 인테리어 수준은 유명 브랜드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조금 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일부러 미니 점포를 찾는 고객층이 분명히 존재한다. 저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는 것은 이처럼 뚜렷이 다른 고객들의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명품은 백화점에서 구입해야 하는 고객층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그것도 30%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고객층이 있는 것이다. 브랜드를 통해 문화를 음미하려는 커피 마니아들도 있지만 전문점 수준이라면 품질 못지않게 실속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중형 커피 마니아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조금 더 싸게’ 전략, 구매욕 자극
마케팅 4P 중에서 가격 전략은 사실 사업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달라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가격 전략에 따라 고객층은 완전히 달라지고, 브랜드 이미지와 관리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정상 가격과 저렴한 가격의 전쟁은 소비가 계속되는 한 영원할 것이다.

단, 조금 더 싸게 전략을 택할 때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품질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멀티 브랜드 명품점 오르루체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배경은 중간 유통의 거품을 없앤 것이다.

또 명품을 둘러싸고 벌어지기 쉬운 진품 짝퉁 시비를 막기 위해 오르루체는 수입 서류, 브랜드별 보증서, 세금 리폰 부가세 환급 서류 등 진품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 서류를 고객에게 제공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사업을 전개할 경우 가맹점주가 자의로 짝퉁 제품을 유통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본부가 가맹점과 공동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가맹점을 개설하며 이를 통해 본사가 상품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가지고 위탁 경영 등의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런 품질 보증 정책 덕분에 오르루체 목동점의 경우 별다른 홍보 없이도 입소문을 통해 방문한 고객들이 다시 방문하면서 죽은 점포를 매출 8000만 원대가 넘는 알찬 매장으로 변신시켰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2000원대 미니 커피숍도 인기

아이럽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맛에 대한 관리를 모토로 삼고 본사에서 주방장을 관리하고 파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셰프 출신인데 본사에는 이탈리아 요리 셰프 출신 직원만 7명을 보유하고 있다.

김재원 대표는 품질을 양보하면 ‘조금 더 저렴한’ 전략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가맹점이 개설되면 3주간 조리 교육을 실시하며 가맹점이 제대로 된 맛을 낼 때까지 전문 주방장을 무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특별한 홍보 없이도 가맹점 개설이 잇따르고 있다.

품질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중요하다.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에 하나가 매장의 쾌적성이다. 조금 더 저렴하지만 안락하고 세련된 매장 이미지는 그 자체가 고객의 품격에 만족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미래 전문가 페이스 팝콘의 예측처럼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누리고 싶어 한다. 특히 명품이나 매스티지(masstige: 명품의 대중화) 업종에서의 ‘조금 더 저렴한 가격’전략은 조금 더 싸기만 하다면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누리고 싶어 하는 고객층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훌륭한 비즈니스 전략이 될 수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okceo@changup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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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3-12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