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찾은 외국인 관광객 무엇하나

강남은 지금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태국·일본·미국·대만 등 국적도 제각각이다. 방한 목적도 성형·비즈니스·유학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강남의 풍경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리무진 차량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강남구청 또한 의료 관광을 활성화하며 강남 시티 투어 버스 이용 횟수를 늘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성형외과 ‘북적’…카지노도 ‘덩실’
장면1.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B 성형외과 로비. 상담을 받으러 온 외국인들이 차를 마시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병원에 마련된 외국인 환자 전용 방에는 중국·싱가포르·태국 등 각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쌍꺼풀 수술이 잘돼 기분이 좋은지 계속 거울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는 중국인도 눈에 띄었다. 그는 “이 병원이 잘 하기로 소문이 나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고국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면2. 지난 2월 24일 오전 9시. 강남 코엑스 인근에는 태국·대만·일본·중국인 관광객 등이 북적댔다. 강남 투어를 하기 위해서다. 20~50대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3개월 정도 연수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태국인은 “3시간 반 동안 한국 주요 장소들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며 “은마종합상가·김치박물관·압구정로데오거리 등을 직접 볼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남 성형외과 찾는 외국인, 월 500명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강남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는 한 달 평균 400~500명에 이른다. 진료비와 숙박비·쇼핑비 등을 합하면 환자 한 사람이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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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의 의료 관광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수는 2008년 대비 25.6% 증가했다. 2009년 11월 말까지 외국인 환자 수는 5만7361명으로 2008년 4만5671명에 비해 1만1690명이 늘었다.

특히 2009년에는 피부과·성형외과 등 환자 수가 대폭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일본·중국 환자가 2008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선호하는 진료 과목은 중국이 성형, 일본이 한방·피부 진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D성형외과 원장은 “성형외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진료 과목이다.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에서 강남구는 성형수술로 명성이 높다”며 “성형수술을 위해 강남을 찾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성형 관광을 전문으로 주선하는 여행사들도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한류 스타를 닮으려는 성형 시술 환자들이 많다”며 “의료 관광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면서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병원들의 해외 마케팅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어 외국인 의료 관광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서울을 소개해 주는 강남 투어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8년 9월 서비스를 론칭한 후 외국인 수요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매주 2회 정기 운행되던 투어 버스도 최근 주 3회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2009년 1월까지 310명에 불과했지만 1년이 지난 2010년 1월에는 2738명이 참가했다. 코스로는 청담동갤러리·압구정로데오거리·코엑스·김치박물관·선정릉·봉은사·도산공원(도산안창호기념관)·양재천·은마종합상가·청담화랑갤러리·코리아나화장박물관·국기원 등이다.

그중 특히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 대치역 사거리에 있는 은마종합상가는 ‘없어서는 안 되는’ 명물로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33㎡(구 10평) 남짓한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복도는 한 줄로 걷거나 두 사람이 어깨를 겨우 부딪치지 않고 다닐 정도로 비좁고, 럭셔리한 음식은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외국인들의 평은 좋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이곳에서는 상인과 손님이 서로 언니·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끈끈한 정이 있다”며 “맛도 좋지만 외국인들은 무엇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반한다”고 말했다.

강남 중심부에 있는 카지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2만 대, 일반 공산품 40억 달러어치를 팔 때와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에 따라 세븐럭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5000억 원으로, 입장객 목표를 125만 명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올해 세운 외국인 관광객 850만 명 유치, 관광 수입 95억 달러 목표에도 적극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주)(GKL)의 권오남 사장은 “지난해 11월 주식시장 상장을 계기로 세븐럭을 세계 수준의 명품 카지노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ICE’ 목적 외국인들로 북적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처럼 증가한 원인은 무엇일까. 2010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각종 행사가 열리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3년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한국 방문의 해’는 2008년부터 일본·중국 등 동북아를 비롯해 동남아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야심차게 준비해 온 대형 프로젝트다.

단순히 한국을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행 목적지로서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실제 관광 수요 창출로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각계에서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밀니엄힐튼 호텔점에 일본인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우 기자youngwoo@20090306....
엔화 가치 상승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밀니엄힐튼 호텔점에 일본인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우 기자youngwoo@20090306....
특히 강남은 코엑스(COEX)·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등 대형 전시컨벤션 시설과 특급호텔·공연장·패션 쇼핑 등이 많아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s, Exhibitions) 산업의 최적지다. 이 때문에 국제회의나 전시회 등에 참가하기 위한 외국인들이 강남을 대거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국제회의나 박람회 등 참가자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 해당 국가를 관광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남에서 머무르다 간다”며 “짧은 시간 내에 주요 명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강남 투어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엑스 컨벤션센터·30여 개의 특급호텔·스파·명품로드숍·화랑거리 등의 최고급 관광 명소들과 선정릉·봉은사·김치박물관·화장박물관 등 문화 예술 명소들을 고루 갖춘 강남은 세계 여느 도시 못지않은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볼거리가 많아 일부러 강남을 찾고 있는 관광객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개정 의료법이 통과된 것도 원인이다. 의료법 개정 전에는 에이전시(agency)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개정 후에는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

특히 강남구는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부터 여행과 의료 서비스를 겸한 의료 관광을 준비해 그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처음으로 지난해 3월 의료관광팀을 신설한 뒤 강남구의료관광통역지원단 발족, 일본 로드쇼 개최, 다국어(영·일·중) 의료 관광 전용 홈페이지 구축, 강남구의료관광협의회 구성, 의료 관광 엑스포 참가 등 의료 관광 인프라 구축에 적극 힘써 왔다. 그 결과 해외 의료 환자 6만여 명을 유치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현재 강남구 의료기관 중 의료관광협의회에 속해 있는 기관은 181개다.

식을 줄 모르는 한류 열풍도 한몫한다. 한국 유명 스타와 비슷한 외모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이 여전히 많다. 중국은 김희선, 베트남은 김태희를 선호한다는 게 의료 업계의 귀띔이다. 성형외과·피부과·한방 등 의료기관들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것도 이유다.

D성형외과 원장은 “자국의 병원을 찾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의료의 질적 수준이 높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강남 성형외과를 찾고 있다”며 “지난해 말 중국 여성 댄스 가수 왕룽이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여권 사진과 실물이 달라 중국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이는 강남 성형외과의 우수성을 나타내 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개최될 G20 서울 정상회의의 개최 장소로 강남 코엑스가 유력한 것도 강남이 주목받고 있는 원인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강남구는 도시환경 조성, 축제 분위기 조성 등 3개 분야 30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강남구를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걸맞은 국제도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강남구청은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의료 코디네이터 양성 교육을 실시하며 의료 관광 마스터플랜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올해 10월 개최될 세계보건기구(WHO) 제4차 건강도시연맹(AFHC) 때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스킨케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개발, 호텔 행사장 등에 홍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가오는 5월에는 중국 서울시 홍보관을 통해 의료 관광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러시아·중국 등지에서 해외 설명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G20 정상회의에 포커스를 맞춰 강남 시티 투어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용 횟수를 현재보다 늘리고 안내 지도를 3개 국어에서 7개 국어로 확대할 방침이다. 강남 시티 투어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사도 1개에서 2개로 늘린다. 현재는 코스모진 여행사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객들의 요구 사항들을 더욱 넓게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많은 강남 시티 투어 버스 코스를 더욱 확대하고 태권도(국기원), 다도 및 발우공양(봉은사), 김치 담그기(음식점) 등 체험 코스를 마련해 외국인들에게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영어·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 등 다국어로 제작된 문화 지도를 새로 제작해 호텔 및 코엑스 주변 음식점 등에 비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은 과거 명동과 고궁 외에 새로운 관광 명소 개발이 절실한 관광 업계의 현 과제에 발맞춰 전통과 현재, 과거와 미래가 혼재한 서울의 다양한 면모를 찾아볼 수 있는 관광 명소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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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글로벌 성형외과 조성필 원장

‘경쟁력 있는 기술·서비스가 생존의 조건’
성형외과 ‘북적’…카지노도 ‘덩실’
인근의 호텔 쇼핑몰 등도 덩달아 호황을 누릴 정도로 강남 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글로벌 성형외과 조성필 원장을 만나 현황과 이유, 전망 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외국인들 방문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성형외과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성형외과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테크닉이 우수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까다로운 우리나라 환자들의 요구 사항들을 모두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의술이 개발되지 않을 수 없죠. 또한 성형외과 의사들이 점점 증가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되기 쉬워 저마다 기술력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술력이 가파르게 향상된 것입니다. 한류 열풍도 외국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 병원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탤런트 김희선, 이영애처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타국에서 온 외국인들은 무엇보다 편안하게 시술을 받다 가기를 원합니다. 멀리 온 것만큼 친절하게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죠. 이에 따라 우리 병원에는 중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코디를 두고 있습니다. 또 홈페이지도 중국 환자들이 편안히 볼 수 있도록 중국어로도 꾸며 놓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VIP 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병실도 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며 공항에서 픽업해 오기도 합니다. 이 밖에 우리 병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현지 미용 병원들과의 양해각서(MOU)를 추진, 외국 환자들의 수술 후 사후 관리까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점진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와 함께 중국·대만·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글로벌 성형외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타국에서도 모국처럼 편안히 수술을 받고 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향후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성형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경쟁력을 갖춘 성형외과 의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질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수술 기술이 더욱 업그레이드되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 또한 향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