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 지식클럽 전성철 이사장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헤게모니가 점점 아시아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부상은 우리의 삶과 경제에 어떤 여파를 미칠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세계경제연구원(IGM) 주최로 지난 2월 19, 24일 서울과 포항에서 마련됐다. 기업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전성철 IGM 이사장이 ‘아시아의 시대와 한국 기업의 비전’이란 주제로 이날 강연을 맡았다. 그의 강연 내용을 요약했다. <편집자 주>

지난 30년간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호황기였다. 세계화의 산물로 평화로우면서 경제적인 떡이 큰 시대였다. 지식과 자원의 자유로운 이동 등으로 자유가 확대되면서 세계화가 떡을 키우게 된 것이다.

경쟁의 격화는 낮은 원가, 물가 제어, 소비자의 소비 여력 확충, 인프라 제어, 낮은 이자율, 투자 촉진을 가져왔다. 즉, 기업은 생산성이 극적으로 커지고 소비자는 소비를 할 수 있는 주머니가 더 커졌다. 더 구매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번영을 가져왔던 신자유주의는 2008년의 금융 위기를 가져오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한마디로 기업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최소한의 정부를 주창한 신자유주의는 금융 분야에서의 탐욕과 방종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붕괴를 불러일으켰다. 전 지구적 금융 위기 해결 상황이 G8 시대에서 G20 시대로의 장을 열고 있다.
‘아시아·중국 부상, 최대 수혜국 한국’
왜 ‘G20, G2, 아시아의 시대’가 왔는가?

G8의 시대는 한마디로 팍스 아메리카의 시대였다. 미국의 말대로 하던 G7이 미국발 금융 위기가 오자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도덕적인 정당성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계 리더십을 단일 지도 체제에서 집단 지도 체제로 변환시키기 위해 G20을 만들었다. 그런데 왜 이 G20 중에서 리더 그룹이 생겨나지 않고 G2가 체제가 등장했을까.

선진국이 무너지면 당연히 다른 나라들도 같이 고생할 줄 알았는데 한국·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 등 아시아, 특히 중국은 예외였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 달러, 코스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8000억 달러인데 비해 중국은 약 2조 달러(중국 인민은행 기준, 2009년 6월 말 2조1316억 달러)의 외화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다른 나라의 힘보다 중국의 경제적 힘이 더 크다.

한마디로 중국은 엄청난 부자다. 내년이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된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 무려 2조 달러가 넘는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다. 한국 GDP의 2배가 넘는 외화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에 그 경제적 괴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중국은 이 2조 달러의 3분의 1 이상을 미국 국채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각오하고 이를 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하면 미국의 이자율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며 이는 미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어지간한 나라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그 나라 기업 전체를 그냥 사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미국의 상황은 너무나 초라하다. 쌍둥이 적자, 즉,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경기 부양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에서의 전비 조달을 위해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내년까지 미국의 나라 빚은 3조 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많은 빚을 미국 내에서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히 외국, 특히 중국의 도움을 얻어야 할 형편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경제적으로 외국, 특히 중국 없이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나라가 되어 버렸다.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전과는 다른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로 진입했다.

이제 중국의 의견이 사실상 세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시대에 이르렀다. 또한 한국·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경제 활력이 침체에 빠진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가 상당 기간 동안 침체 내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 등이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같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독립적 경제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지금까지 경제개발의 혜택을 별로 보지 못했던 중국의 내륙 지방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고무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내륙 도시인 산시성 같은 곳은 이번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무려 12.9%나 성장했다. 앞으로 15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을 가진 도시가 무려 221개나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내수시장의 급속한 확대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미국 내수시장을 능가하는 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10년이나 앞당기고 있다(2030년). 앞으로 서부 내륙지역이 발달하고 중국에 신용경제가 자리 잡기 시작한다면 중국의 내수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념적·중재적 리더 한국의 책임

이렇게 중국의 내수시장이 자란다면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부자 나라 중국의 덕을 볼 것은 확실하다. 세계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호황이 예상된다.

그중에도 한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 한류가 가져 온 문화적 영향력 등은 한국의 고부가가치 제품들에 넓디넓은 시장을 열어 줄 것이다. 물론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 되겠지만 보다 많은 구매력을 가진 아시아의 다른 모든 나라들의 시장도 한국에 그 문을 활짝 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시아의 시대, 즉 G2의 시대가 가지는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과 미국의 기본 가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은 민주주의적 가치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가 아니다. 인권이 존중되고 있지 않으며 그를 추구하는 민주 인사, 그리고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들은 무자비하게 탄압받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중국이 세계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도국으로서 어떠한 세계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 길이 전혀 없다. 내적으로는 수많은 불안 요인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적으로는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 의견을 밝힌 적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꿈꾸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단서도 거의 없다. 한마디로 세계에 대한 비전이 없거나 아니면 그것을 밝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나라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매우 위험한 세상에 우리 인류는 지금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 상황은 한국에 사상 초유의 특별한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서 도덕적 정당성과 성공의 노하우를 가진 아시아 유일의 나라다. 한국은 또한 한류를 통해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문화적 공감대와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일본은 과거로부터의 부채가 너무 많아 그 일을 하기가 어렵다. 한국은 지금 엄청난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맞이하는 역사적 국면에 처해 있다. 이제는 새로운 외교 비전을 가지고 외교 전략을 재수립하고 원조를 확대할 때다. ‘이제는 경제보다 외교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대내 개혁을 지속해야 할 때다.

한국중소기업들이 아시아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4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경영에 주목하라. 둘째, 지식 경영에 주목하라. 셋째, 인재 경영에 주목하라. 넷째, 녹색 경영에 주목하라.

전성철 이사장은…
1949년생. 73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네소타주립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법학 박사. 91년 김앤장법률사무소 국제변호사. 95년 대통령정책기획비서관. 2001년 세종대학교 부총장. 2003년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현).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