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마켓’, ‘버즈 마켓’, ‘트라이얼 마켓’…. 한국 소비 시장을 두고 글로벌 브랜드가 칭하는 말이다. 이는 외식·주류·반도체·휴대전화·액정표시장치(LCD)·자동차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떠한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은 글로벌 마켓 전략을 수립할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구매력이 높으면서도 합리적인 소비자를 가진 한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의 소비자들을 공략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글로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화장품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테스트 마켓(Test Market)’으로 눈독을 들이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한국의 화장품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4년을 저점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비재 상품군(3.4%)에 비해 높은 성장률(12.5%)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율은 국내총생산(GDP)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전체 시장은 약 7조 원 규모로 연평균 5%씩 민간소비증가율과 맥을 같이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은 2010년 현재 경제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기대 수치도 높다.

화장품 수입 추이도 증가율이 뚜렷하다. 작년에 대한화장품협회(KC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도 화장품 총 수입 규모는 8억4600만 달러로, 연평균 11.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전년 대비 28%, 중국은 34.5%, 유럽 시장에서도 프랑스 11.8%, 영국 14.6% 등 꾸준한 수입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 한국 시장에서 수입 화장품의 특수를 누린 것은 유럽 화장품 브랜드였다. 그에 비해 한국과 가까이 있어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은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 등은 오히려 한국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시세이도의 경우도 일본·홍콩·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에서 마켓 점유율 및 브랜드 인지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경쟁사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한국 시장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권의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국이 반드시 필요한 마켓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지속 성장하고 있는 한국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세이도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브랜드들의 올해 다양하고 액티브한 활동이 기대된다.

기초·메이크업 제품뿐만 아니라 화이트닝이나 안티에이징과 같은 기능성 화장품 업계에서도 한국 공략을 향한 연구 및 마케팅이 끊임없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세이도를 비롯한 몇몇 글로벌 기업은 한국인을 위한 전용 화장품을 개발 및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떠한 나라보다 화장품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 대한민국.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 시세이도를 비롯한 메이블린 뉴욕 등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의 판단이다.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한 글로벌 화장품들의 왕성한 활동이 기대되는 2010년. 이와 함께 보다 높은 위상을 점하게 될 국내 화장품 시장의 산업 발전을 기대해 본다.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
신윤태
시세이도 코리아 대표


약력: 1956년생. 78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84년 쥬리아화장품 국제 사업부 매니저. 91년 아라미스 브랜드 매니저. 2000년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사장. 2003년 유로 통상 대표이사. 2010년 시세이도 코리아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