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맨해튼’ 여의도

국제금융 중심지…기부채납 방식 ‘난항’
“워낙 쓸모없는 땅이니 너나 가져라”라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여의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여의도는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은 로망의 도시로 바뀌었다.

일제가 비행장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여의도는 1968년 윤중제 축조와 1970년 마포대교·서울교가 건설되면서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여의도에 대대적인 개발 바람이 분 이유는 물론 한강이라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이다. 1971년 정부가 여의도 동쪽 끝에 1584가구 규모로 시범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서 여의도는 직장과 주거지가 혼합된 다운타운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최근 여의도가 재조명받는 이유도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강이라는 지리적인 특성은 여의도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 시작점은 지난해 1월 서울시가 발표한 ‘공공성 회복 선언’이다. 물론 이전까지만 해도 여의도는 개별 단지별로 재건축 추진이 한창이었다.

대부분의 단지들이 1970년도에 지어져 상당히 노후화돼 있는데다 강남·광화문과 함께 3대 오피스 권역으로 불리는 여의도 중심상업지구와 인접해 있어 직주근접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서울시는 여의도를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 주거지역은 3종 주거지역에서 일반 상업지역으로 바뀌어 용적률이 최대 600%까지 올라간다. 이를 위해선 부지의 40% 가량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해당 지자체에 내놔야 한다.
국제금융 중심지…기부채납 방식 ‘난항’
40% 기부채납안, 주민 반발 거세

현재로선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여의도 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인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 2005년 5월 영등포구청으로 인가를 받은 재건축 추진위가 한창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기존 용적률 250%(3종 주거지역)에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일단 서울시 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여의도동 태공공인 이윤석 대표는 “시범아파트는 59㎡(옛 18평) 216가구, 79㎡(옛 24평) 672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60%가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어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적용해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면서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후속책이 공시되면 일부 주민들이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시범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165%다. 3종 주거지역 허용 용적률 250%에 일부 토지를 지자체에 기부채납해 용적률을 20~30%가량 상향시키면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물론 현재 서울시 방침대로 재건축을 추진해도 사업성은 괜찮다. 재건축 정비사업회사 미래파워가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40% 이상 기부채납해도 재건축 사업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584가구인 이 아파트를 서울시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최대 2822가구까지 늘릴 수 있다. 임대주택을 포함해 늘어나는 가구만 1238가구다.

재건축 아파트 사업성을 결정하는 것은 일반 분양분 수와 조합원 무상 평형 규모. 세부 사항은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안을 놓고 볼 때 현재 59~79㎡에 거주하는 888가구가 모두 최소 115㎡(전용 85㎡)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대주택 비중을 얼마로 잡느냐가 변수이지만 최소 400가구 이상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직접 시뮬레이션한 미래파워의 설명이다. 일단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시범아파트를 여의도전략정비 1, 2구역 제1종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했다.

다른 아파트 단지들은 일단 시범아파트 추진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범아파트를 제외한 삼부·삼익·은하아파트 등은 99~132㎡(옛 30~40평)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어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적용하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 대량의 토지를 기부채납해야 하지만 이 방법 외에는 아파트를 재건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은 서울시의 후속 대책을 봐가며 대응할 방침이다.
국제금융 중심지…기부채납 방식 ‘난항’
국제금융 중심지 배후지 매력 부각

상업지구에 속한 서울·삼부·공작아파트 역시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평형대로 구성된 서울아파트는 매년 재건축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주민 간 견해차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주최한 리모델링 설명회도 가졌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한때 리모델링을 검토했던 삼부아파트도 서울시 전략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지역 아파트 개발 추이를 지켜보며 사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집값 변동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초 서울시 계획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여의도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를 치솟으면서 매물이 품귀 현상을 기록했다. 삼부아파트 89㎡(옛 27평)가 한 달 만에 9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랐으며 광장아파트 148㎡(옛 45평)는 14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뛰었다.

삼부아파트 198㎡(옛 60평)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14억~14억5000만 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18억 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여의도동 63공인 강금석 대표는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할 뿐 나오는 대로 계약이 성사됐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최근 1~2개월 사이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건부 허용 이후 잠시 문의 전화가 늘었지만 1주일이 지난 지금은 이마저도 끊겼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하락한 것도 아니다.

호가만 형성돼 있다. 그마저도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시범아파트에 매수 주문이 몰려 있다. 계약 건수의 80% 이상이 시범아파트다. 아파트 값도 가장 비싸 79㎡(옛 24평) 기준 매매가가 3.3㎡당 3700만 원이다. 비슷한 평형대 삼부아파트는 3.3㎡당 3500만 원, 삼익·은하아파트는 2600만 원이다.

여의도는 한강 공공성 회복 외에도 여러 가지 개발이 예정돼 있다. 현재 정부는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공식 지정했다. 국제금융 중심지는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들을 유치하고 금융·서비스 산업의 수준을 높여 국제금융의 허브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다. 통일주차장 부지에 오피스·백화점·호텔 등으로 구성된 파크원과 건너편에 서울국제금융센터(SIFC)가 들어선다.

태공공인 이윤석 대표는 “최근 가장 유망한 투자지로 꼽히는 용산도 국제업무단지 등 대부분의 계획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안’일 뿐이지만 여의도는 대부분의 계획이 이미 확정돼 있어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며 “마리나 시설 등 대규모 워터 프런트까지 조성되면 바야흐로 여의도는 한강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서울시는 서울대와 여의도를 연결하는 신림선 경전철 사업을 오는 2012년 착공에 2017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지난 3월 3일 남서울경전철 컨소시엄을 민간 사업자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